첫승 세리머니 즐긴 이승엽 감독 "선수 때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사령탑 공식 데뷔전에서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뒀다. 장장 4시간 43분의 혈투 끝에 마지막 순간 환하게 웃었다.

두산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12-10 끝내기로 이겼다. 

두산은 이날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4이닝 4실점으로 난조를 보인 것을 비롯해 투수들의 제구력이 흔들리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9회초에는 마무리 홍건희가 9-8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정수빈 6타수 3안타 3득점, 로하스 6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 김재환 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양의지 4타수 2안타 1타점 등 주축 타자들이 맹타를 휘두르면서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로하스는 KBO 공식 데뷔전에서 마수걸이 안타, 홈런을 모두 뽑아낸 것은 물론 연장 11회말 구단 역사상 최초의 개막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맛봤다.

올 시즌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도 사령탑 데뷔전에서 평생 잊지 못할 승리를 챙겼다. 경기 종료 후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겸 두산 베어스 구단주가 그라운드를 찾아 이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주장 허경민이 선수단 대표로 이 감독에 축하 꽃다발을 건넸고 일부 선수들은 이 감독에 물을 뿌리면서 사령탑의 마수걸이 승리를 축하해 줬다. 

이 감독은 승리 직후 "힘들게 이겼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고 웃은 뒤 "이긴 것도 있지만 5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의 힘을 느낀 게 좋았다. 재역전을 당한 뒤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동점을 만들고 연장에서 이겼기 때문에 일반적인 승리와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잘 된 부분도 있지만 반성할 것도 많다. 투수들이 선두타자 볼넷만 5개가 나왔고 볼넷도 10개나 있었다. 이런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앞으로 남은 143경기에서 이런 실수를 줄여나가야만 우리가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승 소감으로는 "선수 때보다 더 좋다"면서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길고 긴 혈투에 목이 쉬었다면서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끝내기 안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나만 기분이 좋았다. 동료가 잘해도 기분이 좋은 게 있었지만 지금 우리 선수들이 잘하면 더 애틋하다. 그래서 오늘 경기가 끝난 뒤 승리 축하를 받을 때 더 기쁘게 세리머니를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