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6년 만에 돌아온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본선 참가국 확대와 함께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처럼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3 WBC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이 미국을 3-2로 꺾고 2009년 이후 14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06년부터 시작된 WBC는 5회를 맞은 이번 대회에서 재미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라운드 관중수는 총 101만 999명으로 역대 최다 관중을 경신했다. 직전 2017년 대회의 1라운드 관중 51만 56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6개국이 1라운드에 출전했던 2017년 대회보다 올해 WBC에 4개국 늘어난 20개국이 본선에 참가한 영향도 있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도 2만 402명에서 2만 5275명으로 큰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WBC 열기는 뜨거웠다. 라이벌 한국과 맞붙은 B조 1라운드 2차전 경기는 TV 중계 시청률 44%, 2라운드(8강)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48%를 기록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본선 1라운드 B조 경기는 개최국 일본 게임을 포함해 평균 3만 6000명의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팬들은 일본 경기가 아니어도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경기장 분위기를 후끈하게 만들었다.
야구에 죽고 사는 나라인 중남미에서도 열기가 뜨거웠다.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타들을 배출한 야구 강국 푸에르토리코는 라이벌 도미니카공화국과의 TV 중계 시청률이 61%를 찍는 등 WBC는 세계 최고 야구 대회에 걸맞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야구 변방 국가들이 WBC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영국은 사상 첫 WBC 본선 출전에서 콜롬비아를 7-5로 꺾고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영국이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뒀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중요한 역전승을 거두고 팀을 다시 재결집시켰다"며 자국 야구 발전을 치켜세웠다.
한국과 B조에서 격돌했던 체코도 중국을 꺾고 WBC 첫 출전에서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일본전의 경우 체코 국영 방송에서 생중계를 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WBC 참가에 미온적이었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대회 역사가 깊어질수록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내셔널리즘'과는 거리가 멀었던 야구가 WBC를 통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메이저리그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일본)와 마이크 트라웃(미국·이상 LA 에인절스)이 일찌감치 WBC 출전을 결정해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에 더해 메이저리그 MVP 경력자들도 대거 2023 WBC에 뛰었다. 미국은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무키 베츠(LA 다저스), 베네수엘라는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 캐나다는 프레디 프리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조국을 대표해 플레이했다.
야구팬들이 상상만 했던 투수 오타니, 타자 트라웃의 대결이 결승전에서 성사된 것을 비롯해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등 빅리그 스타들이 즐비한 국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단판 승부에 집중하는 모습도 월드컵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미국이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거둔 9-7 역전승, 일본과 멕시코가 격돌한 준결승에서 일본의 9회말 끝내기 역전 2타점 2루타 등은 전세계에 야구의 참맛을 한껏 보여줬다.
축구보다 더 복잡한 '경우의 수'도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1라운드 A조의 경우 쿠바, 이탈리아, 네덜란드, 파나마, 대만이 모두 2승 2패를 기록해 최종전까지 8강 진출 팀을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예상치 못했던 '전력평준화'도 WBC 흥행에 불을 붙였다. 이탈리아의 8강 진출과 한국의 1라운드 탈락, 대만의 조별리그 최하위 추락, 영국과 체코 등 유럽 국가들의 첫 승 등 약진은 야구가 특정 국가들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종목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입증했다.
야구 단기전 특유의 흐름과 재미, 선수들의 열의, 팬들의 관심, 내셔널리즘이 잘 어우러지면서 WBC가 메가 스포츠이벤트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음을 올해 대회가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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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