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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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북한의 월드컵 8강 신화를 아시나요?

기사입력 2005.05.18 01:21 / 기사수정 2005.05.18 01:21

정대훈 기자
[한국역대월드컵도전사-3(외전)]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의 돌풍!

1966년 8회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의 돌풍


한국이 해방 이후 한번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북한 축구와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하는 부담과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참패(체코, 브라질, 이집트에 연속 패함)로 인한 국제대회 자신감 결여를 이유로 잉글랜드 월드컵 예선전 출전을 포기한 가운데 잉글랜드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는 결국 북한과 호주 만이 출전했다.

국제축구협회(FIFA)는 아프리카 지역까지 한 그룹으로 묶었으나 아시아 국가 및 아프리카 15개국이 기권하는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결국 북한과 호주가 경기를 벌여 승리하는 팀이 잉글랜드 월드컵 본선에 나서게 됐다. 그 당시 북한은 호주와 벌인 두 차례 최종예선 경기를 6:1과 3:1로 모두 승리해 2전 전승으로 잉글랜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1966년) ⓒ2005 정대훈

본선 참가 16개국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던 북한은 가장 약체로 평가되어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팀이었으나 본선 두 경기(북한-소련전, 북한-칠레전)를 치르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본선 1차 라운드 4그룹에 속한 북한은 1차전에서 소련에게 0:3으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2차전에서 칠레에게 1: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무1패로 8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한 불씨를 살려 나갔다.

그러나 북한의 본선 3차전 상대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였다. 북한은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 사다리 공격 전술'을 구사하며 이탈리아에 맞섰다.

전반 45분, '동양의 펠레'라는 별명을 가진 북한의 박두익의 강슛이 이탈리아 골문을 가르며 북한이 1-0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후반전에서 역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며 이날 경기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점을 뺏긴 이탈리아는 후반전에서는 더욱 고전했고 관중들은 북한의 거침없는 공격에 열광했다. 후반 경기 45분 동안에도 기다렸던 이탈리아의 만회골은 터지지 않았다.

결국 2회 이탈리아 월드컵과 3회 프랑스 월드컵에서 연속 우승하며 월드컵 우승을 두번이나 차지한 이탈리아는 무명의 북한 팀에게 0:1로 패하면서 8강행 티켓을 북한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탈리아의 0:1 패배와 북한의 8강 진출 신화는 잉글랜드 월드컵의 이변으로 훗날 기록됐다.


▲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1966년) 당시 북한 경기 기록(4그룹 조2위로 8강 진출!)
ⓒ2005 국제축구연맹

이탈리아를 꺾고 소련에 이어 4그룹 2위로 8강전에 진출한 북한의 다음 대결 상대는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 역시 이 대회를 통해 3연속 우승을 노렸던 브라질을 꺾고 8강에 오른 이번 대회의 또다른 다크호스였다.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인 두 팀간의 대결은 초반부터 흥미진진했다.

경기 시작 23초 만에 박승진이 첫 골을 성공시킨 북한은 전반 21분에는 이동운, 전반 22분에는 양성국이 연이어 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3-0으로 앞서 나갔다. 북한의 놀라운 선전을 지켜본 관중들은 아시아에서 온 무명의 북한 팀을 경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르투칼에는 비장의 무기인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가 있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3-0으로 앞서가던 이날 경기에서 에우제비오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경기 흐름은 포르투갈 쪽으로 넘어갔다.

에우제비오 혼자서 무려 4골(전반 27분, 전반 42분, 후반 11분, 후반 14분)을 넣으면서 경기를 역전시켜 버린 것이다. 4-3으로 역전하며 기세가 오른 포르투갈은 후반 33분 아우구스토가 다시 한골을 추가해 결국 5-3 대역전극을 만들어 냈다.


▲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1966년) 당시 북한 선수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2005 국제축구연맹

에우제비오의 맹활약으로 인해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일으킨 돌풍은 결국 8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북한이 일으킨 돌풍은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고 북한의 박두익 선수는 세계적 수준에 오른 선수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기록한 이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축구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에 속해 있는 북한은 5월17일 현재 3전 3패(승점 0점)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해 본선행 티켓 확보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언제쯤 북한이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게 될지는 신만이 아는 일일듯…. 

- 다음 편에 계속 -


정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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