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시즌, 병풍(兵風)이 닥쳤을 때 롯데도 하나의 피해자였다. 특히 주전포수 최기문과 불펜에이스 임경완이 전력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다음시즌(2005시즌) 구상에 들어간 롯데는 임경완의 공백을 기존의 투수들과 신인 선수들로 메워 어느 정도 고민을 해소했으나 최기문이 빠진 주전 포수 구하기는 너무 큰 난제였다.
그런데 이 때, 고맙게도 FA 시장에서 베테랑 포수 김동수가 등장했다. 김동수는 풍부한 우승 경력과 편안한 투수리드, 탁월한 수읽기 면에서 국내 최고였다. 비록 나이가 많은 게 걸림돌이었지만 롯데의 사정을 보면 김동수는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먼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프로 무대에 적응하려면 배터리간의 호흡이 중요한데 김동수라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에 몰렸을 때 발휘되는 수읽기는 롯데 마운드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게다가 정수근-이상목을 FA로 영입했던 롯데의 자금력을 고려했을 때 저렴한 영입 비용은 더 큰 매력이었다. 또 그 뿐이랴. 현대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였다.
그런데 롯데는 굴러들어온 복을 발로 차버렸다. 롯데는 많은 나이 때문에 투자 비용이 아깝고 유망주를 내줘야하는 보상제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차라리 팀내 포수 자원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롯데의 이유도 나름대로 설득력있었다. 하지만 키우겠다던 선수들은 아직 주전으로 나서긴 무리가 있고 롯데의 당장 목표인 4강을 위해서라면 김동수를 데려오는 게 더 나았다.
결국 지난해 멤버 그대로에 신인만 추가된 롯데는 변화없이 올시즌을 맞이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전력에만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구단 프런트의 마인드에도 변화가 없었다.
기존 선수들에 대한 대우는 정말 너무할 정도다. 아무리 팀 성적이 안 좋았다지만 그 탓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예전부터 이어진 풍습(?)인지라 롯데는 이미 '짠물구단'이란 오명을 썼고 결국 정수근과 이상목을 FA로 영입하며 짠물구단 이미지를 탈출해보려 했지만 그것은 더 큰 실수였다.
당시 정수근-이상목 영입은 기존 선수들에게 허탈함을 줄 뿐이었다. 누구는 롯데라는 팀을 위해 죽어라 뛰어도 연봉이 1억 언저리인데 새로 온 선수는 몇 배 이상이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또 이미 팀에서 배출된 FA 선수들에겐 냉대를 보였기 때문에 시선이 고울래야 고울 수가 없었다.
팀 성적이 나쁘면 나쁠수록 구단은 선수들에게 힘이 돼 줘야 한다. 하지만 롯데는 모든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고 타팀의 연봉 상승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우로 선수들의 사기를 꺾어 놓았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경기이지만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플레이와 구단의 지원이 하모니를 이뤄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롯데가 선수들에게 좀 더 애정을 갖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챙겨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