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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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 선두' 박현준, 그는 어떻게 LG의 에이스가 됐나

기사입력 2011.05.09 08:57 / 기사수정 2011.05.09 08:57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내가 에이스다"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가 지난해 "내가~다"라는 말을 빅히트시킨 바 있다. 이는 스스로 어떠한 상태나 위치에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내세우는 것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때 신뢰성이 커지기 마련. 그러한 점에서 요즘 LG 박현준은 충분히 "내가 에이스다"라고 외쳐도 될 듯싶다. 8일 대구 삼성전서 시즌 5승을 거두며 다승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그 사실보다 사실상 LG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더욱 의미가 있다.

▲박현준표 포크볼, 올 시즌 최고의 '위닝샷' 될 조짐

박현준은 경희대와 SK 시절에도 포크볼을 던졌다. 그러나 올해 그의 포크볼이 타자들에게 '언터처블'이 된 까닭은 제구력이 날카로워진데다 타자의 몸쪽을 예리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박현준의 포크볼 제구력 향상은 유난히 큰 손에서 비롯됐다. 투수에게 큰 손은 제구력 잡기에 양날의 검과도 같다. 소위 말하는 '손장난'을 할 여지도 많이 생기지만 던질 때 손에서 빠지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SK 시절 투구 밸런스를 가다듬는 데 주력했다면 올 시즌에는 검지의 악력을 잘 활용해 제구력이 향상됐다. 릴리스 포인트 끝까지 검지 손가락으로 공에 회전을 가하면서 왼손 타자 몸쪽으로 뿌려대는 볼의 각도가 예리해졌다. 각도상 잠수함의 릴리스 동작이 잘 보이는 왼손타자이지만 공끝의 변화가 심해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타자들의 반격도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 박현준의 업그레이드 된 포크볼을 제대로 공략하는 타자는 없었다.

특히 3일 잠실 두산전서 그가 보야준 포크볼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좀 더 높아진다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위닝샷,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바로미터다.


▲돌아가는 길을 알아차리다

그런데 8일 대구 삼성전서는 포크볼의 활용 빈도가 낮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날따라 제구력이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접었다가 필 때의 각도와 릴리스 포인트까지의 리듬이 맞지 않을 때 제구력이 미세하게 흔들릴 수 있다. 이날 삼성 타자들은 경기 초반 박현준의 포크볼을 계속해서 커트를 했고 슬라이더를 안타로 연결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2회에는 채상병 김상수가 박현준의 볼 배합을 읽고 백투백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바로 이때부터 박현준의 진가가 드러났다. 박현준은 테이크 백부터 공을 놓는 시점까지의 동작이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이다. 때문에 잠수함으로써 보기 드문 150km을 상회하는 직구를 던진다. 이날 박현준의 주 매뉴얼은 직구였다. 그것도 경기 중반 직구 위주의 볼 배합 변화에 삼성 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3회부터 7회까지 단 2피안타로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최근 화제가 된 포크볼을 상황에 따라 포기할 줄 아는 영리함이 돋보였다. 7이닝 7피안타 3실점 5탈삼진.

더욱이 박현준은 이날 4일 쉬고 등판했다. 그것도 3일 잠실 두산전서 9회까지 112개의 볼을 던지며 0-0 승부를 이어간 탓에 정신적, 체력적인 피로가 있었다. 때문에 이날 경기 초반 자칫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을 경우 피로 누적이 실전에서 노출돼 제구 난조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 변화구 제구력이 썩 좋지 않았으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름의 요령으로 위기를 딛고 승리 투수가 됐다는 게 의미가 있다. 이 역시 에이스의 주요 덕목이다. 

박현준은 다승 단독 선두(5승)가 됐고 평균자책점도 2.70(6위)이 됐다. 7번 등판해 5번이나 퀄러티 스타트를 해냈다. 의문 가득한 2선발서 LG의 어엿한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한 박현준이다.   

[사진=박현준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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