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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강의 더블 보란치 '김진우-김남일'

기사입력 2005.03.20 12:22 / 기사수정 2005.03.20 12:22

이상규 기자
축구 경기를 보면, 공격수들의 화려하거나 역동적인 경기력 등이 쉽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TV에서 보여주는 경기 하이라이트에서는 공격수가 골 넣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공격수 활약 이외에도 상대팀 슈팅을 날렵하게 선방하는 골키퍼, 상대팀 공격을 저지하려는 수비수의 활약도 눈에 잘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웬지 모르게 수비형 미드필더는 공격수나 수비수 활약상에 비해 존재감이 약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TV 중계 시에는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약상은 경기의 흐름과 팀의 전력 등과 같은 여러가지 요소를 골고루 좌우한다. 물론 팀 전력이 향상되기 위해서 중원을 지키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현대 축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비중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팀의 '야전 사령관' 같은 역할을 도맡는 경우가 있다. 중원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등을 이끌 수 있고, 팀의 공격과 수비의 시작을 열어줄 수 있다. 농구로 치면 '포인트 가드'와 견줄만 하다. 중원은 팀 전력의 중추라고 할 정도로, 그만큼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약이 중요하다.

K리그에는 예전부터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각광받았던 3명의 선수들이 있었다. 수원의 김진우와 김남일, 성남의 김상식이 대표적이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이자 10년간 18번의 많은 우승을 차지한 수원의 중원을 지키는 '김진우-김남일'의 조합은 K리그 팀들 중에서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김진우의 공헌이 컸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지난해 시즌 도중에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전남 소속 이었던 김남일 같은 선수를 선호한다고 밝힌적이 있었다. 수원은 시즌이 끝난 뒤, 김남일을 영입하는데 성공하여 전력을 강화했다. 당시에는 김진우가 김남일에 의해 주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았다. 발이 느린 김진우는 발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차범근 감독 스타일에 맞지 않았고, 실제로 지난해 시즌 초반에 주전으로 등용되지 못했다. 2003년까지 김호 전 감독 시절에 줄곧 주전으로 출전했고, 2003년도 주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충격적인(?) 부분 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7일 포항전에서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했던 '쌕쌕이' 이병근이 박원재에 의해 어깨 부상을 당하여 3개월 동안 출전하지 못하자, 김진우가 이병근의 공백을 메꾸게 되었다.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기 위한 김진우의 의지는 경기력에서 그대로 발휘 되었다. 거의 매 경기마다 중원을 튼튼히 지켰고, 김호 전 감독 시절 이후 또 다시 수원 전력의 실질적인 리더로 자리 잡았다. 다시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끄는 숨은 역할을 잘했다.

▲ 수원의 홀딩맨 김진우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이렇게 지난해의 전례가 있었듯이, 올해도 주전으로서 맹활약 펼치고 있다. 김남일 영입 당시 현 국가대표로 짜여진'김남일-김두현'의 더블 보란치가 유력했지만, 결국 차범근 감독은 '김진우-김남일' 조합을 선택했다. 이 조합이 첫선을 보인 지난 2월 13일 A3 챔피언스컵 선전전에서, 김두현은 당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송종국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오른쪽 윙백으로 전환했고 그 이후 윙백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주로 오갔다. 송종국의 기초 군사훈련 영향이 사실상 김진우에게 득이 된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진우에게 2년 연속 다른 선수들의 부상 등의 이유 때문에 저절로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2년간 시즌 초반과 그 이전에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하거나 주전 경쟁 탈락이 유력했지만, 줄곧 주전을 지키며 맹활약 펼쳤다. 다른 선수들에게 뒤쳐질 것 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팀내에서 도움이 되는 경기력을 꾸준히 펼쳐왔다. 결국에는 차범근 감독이 김진우의 기량을 인정하게 되었다. 팬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주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묵묵히 맹활약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수원에서 '살림꾼'으로 통하는 김진우는, 수원의 첫 시즌인 1996년부터 10시즌 동안 팀 전력의 숨은 역할을 묵묵히 소화했다. 경기 완급 조절에 능하고, 상대팀 공격을 활발히 차단한 뒤에 팀 공격을 재빨리 연결했다. 주로 눈에 잘 띄는 곳에서 경기를 펼치지 않지만, 항상 중원에서 궃은 역할을 도맡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측면을 오가면서 상대팀 공격을 끊기도 했다. '반칙왕'이라는 별명이 붙은데다(K리그 최다 반칙 1위), 상대팀 공격을 반칙으로 살짝 끊는데 능하다. 놀라운 것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반칙을 범했지만 단 한번의 반칙으로 레드카드 받은 적이 없다. 지능적인 반칙을 구사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앞에 포진한 선수들 뒤에서 수비 부담을 크게 덜어 주었다. 고종수(현 전남)가 자신의 전성기 시절을 보낸 수원에서 맹활약 펼칠 수 있었던 것과 지난해 김대의와 나드손 등이 별다른 수비 부담없이 뛰어난 공격력을 발휘한 것은, 김진우가 중원에서 튼튼히 버텼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원이 K리그 최고의 명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정적으로 김진우의 공헌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진우와 같은 또 다른 K리그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이 올해초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김진우-김남일'이라는 K리그 최강의 더블 보란치가 형성 되었다. 지난 A3 챔피언스컵에서는 김남일이 수원에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아 조직력에 결함을 드러낼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10시즌 동안 수원에서 높은 공헌을 세웠던 김진우와 지속적인 호흡을 맞추면서, 중원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쉬웠다. 


'김진우-김남일' 조합의 높은 위력

'김진우-김남일' 조합은 포항의 '김기동-황지수', 울산의 '김정우-이호', 부산의 '김재영-도화성' 조합보다 한 수 위의 높은 위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팀 공헌도 역시 최고다. 올해초 김남일의 수원 이적 이후 '김진우-김남일'의 조합이 완성 되면서, A3 챔피언스컵과 수퍼컵 우승컵을 수원의 품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K리그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의 조합이 높은 위력과 파괴감을 앞세워 경기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던 것이다.

'김진우-김남일' 조합은 지난해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을 공헌한 '김진우-김두현' 조합보다 더 높은 전력을 갖추었다. 지난해에는 홀딩맨 역할을 소화하는 김진우가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상대팀 공격을 활발히 차단했고, 앵커맨 역할을 소화한 김두현이 중원에서 효율적인 공격 연결을 이어 주었다. 그러나 공격 전개시의 다양성이 부족했고, 김두현이 상대팀 선수들에게 막혀 다니면 중원에서 수준 높은 공격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김진우는 김호 전 감독 시절에 비해 패싱력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결정적인 고비때 마다 패스미스를 범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 수원의 앵커맨 김남일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그러나 '김진우-김남일' 조합은 A3 챔피언스컵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부터 높은 위력을 발휘했다. 김진우의 노련함이 중원에서의 경기력을 통해 잘 묻어 나왔다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및 유럽진출(네덜란드 엑셀시오르) 이후 기량이 부쩍 향상한 이적 선수 김남일의 활약도 돋보였다.

악착같은 몸싸움이 뛰어난 두 선수는, 상대팀 공격을 활발히 차단하는 것과 빠른 역습 전개에 능했다. 악착같은 압박을 통해 수원의 중원을 튼튼히 지켰고, 재빠르게 수원의 역습 공격을 연결하여 팀 공격을 책임지는 공격 삼각편대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특히 홀딩맨 역할을 소화하는 김진우가 김남일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적극적으로 상대팀 공격을 봉쇄했다. 김남일의 밑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 위치상으로도 상대팀 중앙 공격을 빈번히 차단할 수 있었다.

수원에서 앵커맨 역할을 소화하는 김남일은 넓은 시야를 활용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전진패스로 수원의 중앙 공격력을 높였다. 빠른 패스 타이밍을 통해, 중원에서 수원의 공격 전개 속도를 빠르게 했다.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수원의 공격 기회를 잘 만들어 냈다. 김진우와 함께 경기 초반부터 상대팀의 미드필드진을 장악하여, 중원에서 다양하고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팀의 공격 주도권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템포축구'를 추구하는 차범근 감독이 왜 김남일 같은 선수를 선호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템포축구'의 핵은 김남일 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김진우-김남일' 조합이 팀의 중원을 튼튼히 지키면서, 수원은 A3 챔피언스컵과 수퍼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7일 포항전 이후 지금까지 13연속 무패(8승5무)를 올해도 기록할 수 있었던 요인 역시, '김진우-김남일' 조합의 공헌을 무시할 수 없다.

'김진우-김남일' 조합의 맹활약은 앞으로 컵대회와 정규리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는 수원에게 전력적인 큰 힘을 주고 있다. 수원의 중원을 지키는 더블 보란치 '김진우-김남일' 조합은 팀의 든든한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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