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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고전끝에 0:0 무승부

기사입력 2005.03.17 12:14 / 기사수정 2005.03.17 12:14

이상규 기자

(2월 13일 선전과의 경기 장면 / 사진 출처 : 김인영님 뉴스클럽)

3년만에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도약하려는 K리그의 최강팀 수원이 지난해 중국 챔피언 선전에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수원은 16일 저녁 7시에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 별칭)에서 벌어진 AFC 챔피언스리그 2번째 E조 경기인 선전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경기 내내 선전을 압도하여 활발한 공격을 펼쳤지만, 끝내 선전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고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후반 14분에는 양첸이 퇴장 당했지만,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수원은 선전과 나란히 1승1무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수원 : +4, 선전 : +1)에서 앞서 E조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7일 후기리그 포항전 이후 13연속 무패 기록(8승5무)을 이어갔다. 그러나 A3 챔피언스컵을 시작으로 수퍼컵, 컵대회, AFC 챔피언스리그를 강행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선전전에서는 부상중인 김대의의 공백을 깊게 실감하여, 공격력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원샷원킬' 나드손은 선전전에서 3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 넣는데 실패하여 7경기 연속골을 달성하지 못했다. 


공격수들과 김두현이 모두 부진했다.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선전의 두터운 수비벽에 막혀 부진했다. 김두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나드손과 안효연을 투톱으로 놓는 수원의 공격 삼각 편대는, 중앙 수비수 야자크를 중심으로 하는 선전의 견고한 수비 조직력 앞에서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가 매서운 나드손과 안효연은, 선전 수비수를 정면으로 뚫지 못하거나 압박에서 밀렸다. 171cm의 단신 나드손은 제공권 장악능력에서 몇차례 선전 선수들에게 밀렸다.

전반전에는 공격 삼각편대를 맡는 세명의 선수들이, 서로간의 공격 연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안효연과 김두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고, 나드손과 안효연간의 호흡은 활발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서로간의 공격이 제각각 이었다. 공격 삼각편대 뒤에서 공격을 연결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진우는 여러차례 패스미스를 범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의 장기인 날카로운 침투 패스도 활발하지 못했다.

▲ 수원 미드필더 김두현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수원의 3-4-1-2 대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는, 1을 맡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활약에 따라 팀의 공격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김두현은 투톱을 향한 볼 배급이 전체적으로 부정확했다. 너무 중앙에 치우진 경기 운영을 펼쳤으며, 중앙에서 볼을 잡은 뒤 측면으로 돌파하여 선전 수비진을 분산 시키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김대의나 안효연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때와 달리, 활동폭이 좁은데다 볼 배급시의 시야가 넓지 못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공격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

후반 초반에는 '김두현-나드손-안효연'의 3톱으로 구성하여, 활발한 공격 연결을 펼쳤다. 김두현과 안효연은 서로 자리를 바꾸어 가면서, 선전 수비진을 혼란 시키는데 주력했다. 왼쪽 윙백 조원희의 빠른 측면 돌파와 3백 라인의 오른쪽을 지키는 수비수 곽희주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골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나드손과 송종국이 선전 선수들에게 막혀 부진했고, 선전 선수들은 수원 선수들에게 부상을 줄 수 있는 반칙을 계속 범했다. 이 과정에서 후반 14분에 양첸이 나드손에게 거친 반칙을 가하여 퇴장당했고, 양팀 선수들간의 마찰까지 빚어졌다. 수원의 공격력은 좀처럼 쉽게 살아나지 못했다.

수원은 후반 21분에 산드로, 후반 28분에 이병근을 투입하여 공격력의 변화를 꾀했다. '나드손-안효연-산드로', '안효연-산드로-나드손'을 3톱을 수시로 구사하거나 안효연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렸다. 그러나 선전의 두터운 압박을 시원스럽게 뚫는데 실패했다. 나드손은 여러차례 슈팅을 날려봤지만, 끝내 골운이 따라주지 못했다. 후반 32분에는 선전 선수 1명이 선전 문전 안에서 핸드링을 범했지만, 싱가포르 출신의 마이딘 샴술 주심은 수원의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후반 34분에는 김동현을 투입하여, 3-4-1-2 대형에서 4-3-3 대형으로 전환했다. '곽희주-마토-박건하-이병근'의 4백 라인에서, 좌우풀백 곽희주와 이병근은 전방에 포진하여 측면 공격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간 안효연까지 전방으로 올라가, 6명의 선수가 전방을 맡는 보기 드문 모습이 연출될 정도로 1골 넣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38분 이후에는 마토가 왼쪽풀백으로 전환하여 공격진을 향해 여러차례 롱패스를 이어 주었다. 수비 지향적인 선전은 경기 끝까지 공격 보다는 수비에 비중을 높여, 끈질긴 밀집 수비를 펼쳤다.

경기 내내 11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끝내 단 1골도 넣지 못하고 비겼다. 박건하가 주축이 된 수비 라인이 선전의 역습을 쉽게 차단했지만, 공격진과 김두현은 선전 수비에 막혀 부진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산드로와 김동현은 강력한 수비력을 펼친 선전 선수들에게 그리 높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나드손과 안효연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베트남과 몰디브의 밀집 수비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이, 이번 경기에서 마치 복사판으로 이어진 듯 했다. 


김대의 결장, 체력 저하가 아쉬워

상대팀의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공격 펼치는 선수들 끼리의 공간을 서로 좁혀 가면서 활발하게 패스 연결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추면 상대팀의 두터운 수비 라인을 붕괴 시킬 수 있고, 골 넣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 수 있다. 2선에서 강력하고 정확도 높은 중거리슛을 넣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 수원 미드필더 김대의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이러한 경기력을 100%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수원 선수가 바로 김대의다. 그런데 김대의는 지난 2월 19일 A3 챔피언스컵 요코하마전에서 왼쪽무릎 내측부 염좌에 부상을 입어, 이번 선전전을 포함하여 약 한달간 결장하고 있다. 선전전은, 그야말로 공격형 미드필더 김대의 공백을 실감한 경기였다. 김대의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두현은 공격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후반 21분에 교체 되었다.

김대의가 선전전에 출전했다면, 특유의 빠른발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한 공간 패스로 수원의 공격 기회가 김대의로 부터 활발하게 연결되었을 것이다. 이는 상대팀의 견고한 수비벽을 뚫을 수 있고, 선전 선수를 여유있게 따돌리는 돌파 장면까지 연출 되었을 지도 모른다. 중거리슛이 뛰어난 김대의의 골 감각까지도 눈여겨 볼 수 있었다. 김대의가 2선에서 맹활약 펼치면, 나드손과 안효연 등이 경기력까지 살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수원 선수들이 점점 지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차범근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을 정도다. 컵대회 개막 이전에 A3 챔피언스컵과 수퍼컵 경기를 소화하더니, 이제는 컵대회와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함께 병행해야 한다. 지난 6일 호앙 안 지아라이(베트남)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기용한 이후부터, 2경기 연속 체력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부천전 전반 막판부터 드러난 체력 부족으로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 되더니, 이번 선전전에서는 경기 내내 맹활약 펼칠 수 있는 기세가 한달전 보다 떨어져 있었다. 송종국의 몸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고,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된 주장 최성용마저 결장했다. 당초 14일에 국가대표팀 차출 예정 이었던 3명의 선수들(이운재, 김남일, 김두현)이 선전전을 치른 뒤에 차출하기로 변경되어 수원 전력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였지만,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앞으로 20일 인천전과 23일 부산전을 치러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2경기 전망이 까마득하다. 게다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는 3명의 선수가 2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그나마 4월 6일 주빌로 이와타(일본)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는, 김대의의 복귀와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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