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5.01 11:20 / 기사수정 2011.05.01 11:20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23경기 91타석까지 무던히도 애를 태웠다.
삼성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30)가 지난달 30일 대구 한화전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한화 선발 장민제의 5구째를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날렸다. 한국 데뷔 23경기, 92타석째만에 쏘아 올린 꿀맛 같은 홈런이었다.
부진해도 '나믿가믿'
사실, 좀 늦기는 늦었다. 가코는 2005년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해 빅리그 통산 463경기서 타율 0.275 55홈런을 쏘아 올렸던 재능 있는 타자다. 그러나 올 시즌 한국 무대 데뷔 후 웬일인지 그립을 짧게 쥐는 모습을 보였고, 장타보다는 타점 생산에 집중했다. 적응해야 할 8개 구단 주요 투수가 많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큰 스윙을 할 경우 자신의 타격 밸런스는 물론이고 팀에도 해를 끼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똑딱이 안타와 희생 플라이 등으로 차근차근 타점을 쌓아 올리는 등 결승타를 4개나 만들어내며 '신개념' 외국인 타자로 불리던 것도 잠시였다. 개막 2~3주가 지나자 가코의 스타일에 적응한 국내 투수들이 되려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고 한 때 3할을 웃돌던 타율은 2할대 중반으로 급전 직하했다. 슬럼프였다. 그럴수록 타석에서 더욱 위축된 스윙을 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가코를 꾸준히 5~6번 타순에 배치하며 본인이 만든 유행어 '나믿가믿'이 유효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결국 가코는 4월 마지막 날 극적으로 첫 홈런을 신고했다. 그의 한 방에 전날에 이어 한화에 끌려가던 삼성은 반격할 여지를 얻었고, 결국 5-1로 역전승을 거뒀다. 신이 난 가코도 이틀 연속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향후 타격 반등세를 예고했다.
긴 그립으로 장타 노린다
첫 홈런이 터졌지만 아직 가코가 갈 길은 멀다. 외국인 중심 타자의 최대 덕목은 역시 장타와 타점이다. 그런 점에서 가코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 타율이 0.266인 건 둘째 치더라도 0.329라는 장타율은 삼성이 애당초 기대했던 수치는 아니다. 득점권 타율도 0.273으로 시즌 타율보다 높긴 하지만 전체 21안타 중 장타는 고작 2루타 2방과 이날 첫 홈런뿐. 상대 투수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첫 홈런은 긴 그립에서 나왔다. 가코는 최근 류 감독의 조언에 따라 그립을 길게 쥐기 시작했다. 배트 컨트롤에는 소질이 있는 터라 긴 그립에도 변화구를 무리 없이 커트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배트를 긴 그립으로 쥐고 타격을 하는 게 배트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타구가 멀리 뻗을 가능성이 크다. 장타 생산에는 확실히 유리하다는 게 첫 홈런으로 증명됐다. 물론 그립 변화로 상체 움직임마저 커진다면 또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가코가 길게 잡은 그립으로 삼성 타선의 장타 갈증을 해소 시켜줄 수 있을까.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의 2% 부족한 성장 속에서 삼성은 가코의 장타력을 절실히 원한다. 그래서 가코의 그립 변화는 삼성 타선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몰고 올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의 첫 홈런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사진=가코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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