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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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方담] K리그 BEST 11, 누가 잘했나?

기사입력 2007.11.23 23:42 / 기사수정 2007.11.23 23:42

엑츠 기자



15년 만에 ‘전통 명문'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7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제의 도입으로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많은 명승부를 펼쳐진 K리그는 이제 베스트 11 선정과 최우수 선수(M.V.P) 수상과 같은 시상식 만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이에 엑스포츠뉴스는 K리그를 빛낸 선수들의 활약상을 조명해보고 숨은 보석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리그 구석구석을 취재했던 기자들과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방담에는 K리그 성남 담당 김경주, 박형진 서울 담당 임찬현, 수원 담당 김범근, 영남 담당 장지영 기자가 한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자신들이 가진 생각을 말해 보았습니다. 

연맹에 각 팀이 제출한 명단과 4-3-3전형을 기준으로 포지션별로 차례차례 진행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골문을 듬직하게  지킨 선수는 누구일까요? 

박형진 = 전 김용대(성남)이라고 생각해요. 골키퍼의 미덕은 ‘꾸준함’이기 때문인데요. 올 시즌 내내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고 하기는 곤란하지만 현재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주 = 저는 형진씨가 말한 꾸준함과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김용대가 시즌 내내(특히 전반기) 보인 모습은 MVP로 뽑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멀리 나가지 않는 혹은 꼭 측면으로 휘는 골 킥이랄까요 (웃음)
장지영 = 전 정성룡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두 분과 달리 성남이 지는 경기만 취재해서 일까요? 김용대가 잘하기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정성룡은 요즘이라서기 보다는 '제 2의 김영광'이라는 수식어는 일찌감치 떼어 낸 모습이 확실할 뿐아니라 우승팀의 뒷문을 책임진 주전골키퍼로서의 수고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주 = 저도 챔피언 결정전 두 경기만 본다면 정성룡은 자기 실력의 120%를 두 경기에서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포항의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또 그렇지도 않더군요. 시즌 베스트 11을 뽑는데 플레이오프 때만의 활약을 놓고 베스트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 합니다.

-편집자주- 정성룡은 올림픽 대표 차출이 있었더라도 신화용과의 주전 경쟁 등으로 16경기(18실점)에 출전 그친 반면, 김용대는 26경기(22실점)에 나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임찬현 = 지난 시즌 베스트11 골키퍼인 박호진과 대표팀의 골문을 지킨 이운재가 보이지 않는 점이 흥미롭네요. 저는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은 실패했지만, 김병지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봐요. 서울의 최소실점(16골)을 근거로 볼 수 있죠. 올해 최다경기 출장 (465회)도 이어가고 있고요. 김병지의 슛 스탑 능력과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면은 리그 최고 수문장으로서 손색이 없죠. 

올 시즌 4백을 도입한 팀이 많았는데요, 먼저 측면 수비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박형진 = 저는 왼쪽 풀백에 장학영, 오른쪽에는 양상민을 꼽고 싶어요. 장학영은 성남 전술의 핵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활약하는 왼쪽 풀백 중 가장 공격적이고 활발한 선수라고 생각됩니다. 

양상민은 이적 첫 해 수원이라는 큰 팀에서 주전으로의 입지를 잘 굳혔다고 생각하고요. 킥력부터 적절한 수비가담까지 더 성장할 선수 같습니다. 전 소속팀(전남)에서 좋은 모습을 먼저 보인 것도 있고, 그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선수가 없군요.

김경주 = 저는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 장학영과 양상민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장학영이 보여준 공격 가담과 수비 전담이 더 나은 것 같아서 뽑았습니다. 예를 들어 전북 정종관은 장학영만 보면 우는데, 양상민만 보면 신나더군요. 그것도 이유라면 이유인가? (웃음) 

장학영이 후반기 들어 공격가담이 조금 줄어 들고 수비력이 조금 떨어지는 듯 했지만 올 시즌도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전 경기 전 시간 출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베스트 11에 뽑기 충분합니다. 성남이라는 팀의 전체적인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은 선수죠. 

임찬현  = 저는 포백의 양 측면 수비수의 미덕으로 활발한 오버래핑을 우선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의 아디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다른 분들 말씀처럼 장학영을 안 넣을 수도 없네요. 그래서 베스트 11 선정과는 별개로 경주씨와 달리 오른쪽에 장학영을 넣고 싶습니다. 

종합적으로 장학영-양상민이 측면 수비수로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의견이군요. 그렇다면, 중앙 수비는 어떨까요? 

박형진 = 저는 조병국에 대한 재평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잘한 수비수로 뽑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지 몰라도 가장 저평가된 중앙수비수라면 그가 아닐까요. 김영철이라는 노련한 파트너가 있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축구에 있어 분명 주목할만한 선수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그가 넣은 알토란 같은 골을 높이 평가하고요.

그리고 산토스를 빼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경남이 당초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경기 내용 역시 알찼던 비결은 산토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인 전력차가 날 때에도 언제나 후방에서 바위처럼 버티는 산토스의 존재는 상대를 곤혹스럽게 했죠. 

임찬현 = 올 시즌 중앙 수비수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저도 산토스에게 많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비록 그가 마토, 아디에 비해 많이 노출되지 못해 저평가를 받지만 경남의 과감한 공격전술을 펼칠 수 있는 믿음에는 산토스라는 거대한 벽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원의 '통곡의 벽' 마토는 설명이 필요 없고요. 

김경주 = 저는 김영철이 국내 수비수 중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요. 역시 장학영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전 경기 전 시간 출장하면서 성남 수비 중심을 잡아줬죠. 눈에 띄거나 하는 건 아니더라도, 중앙에서 그렇게 위압감 주기는 쉽지 않거든요. 중심에서 전체적 수비 조율뿐만 아니라 가끔 참여하는 세트 피스 상황의 공격에서도 나름 효과적이었죠. 그리고 나머지 한 자리는 당연히 마토(수원)이라고 생각해요. 상대 공격수를 잡아내는데 그만한 수비수가 있을까요. 

포백 수비에서는 성남 선수들의 활약상과,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이 눈에 보이네요. 그렇다면, 미드필더는 어떨까요?
박형진= 조원희를 두고 ‘한국의 가투소’라지만 전 제 호베르투가 생각납니다. 마치 브라질 대표팀에서 측면공격자원으로 활약하며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팀 전술 때문에 주전으로 출장하지 못하던 제 호베르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2006 독일월드컵 때까지 주전으로 활약했죠. 

조원희 역시 측면에서 중앙으로 자리를 바꾼 뒤 너무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입니다. 일대 일 수비력도 너무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작은 키를 활동량으로 극복해내는 모습도 제 호베르투와 비슷하구요. 차범근 감독의 선택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계속 성장한다면 장차 수원과 대표팀의 알토란 같은 존재가 될 것 같습니다.

김기동을 한국 최고의 기량을 지닌 중앙 미드필더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주장'으로서의 김기동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경기조율도 그렇고, 선수들을 잘 추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포항이 단기전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이면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장' 김기동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따바레즈는 정말 ‘모든 팀이 간절히 원하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낙 싶어요. K리그 최고의 블루칩이 아닐까요?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나 공격수들도 훌륭했지만 거친 K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경기를 뒤집어 결국 리그 챔피언의 자리에 팀을 올려 놓은 놀라운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장지영 = 저는 한 자리를 제외하고 일단 김상식-따바레즈 정도만 생각해뒀어요. 따바레즈는 말할 것도 없고, 김상식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죠. 다른 건 몰라도 따마레즈의 공격력만큼은 누구나 다 으뜸으로 꼽을 겁니다. 김상식은 K리그를 대표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죠.

임찬현 = 저도 그 생각에 동감합니다. 저도 김기동-김상식-따바레즈를 꼽은 것은 일단 김기동과 김상식의 중원 장악능력에 많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위에 형진씨의 말씀대로 기량이 월등하게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팀을 잘 결집시켰기 때문이죠. 김상식은 '탄천의 왕'이라는 애칭답게. 탄탄한 수비와. 역습시 정확한 크로스로 성남의 공격력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이죠.

박형진 = 김상식의 위치선정은 한국 대표팀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어요. 풀백의 오버래핑을 적절히 방어하는 위치에 서있거든요.

김경주 = 일각에서는 김상식보다 이번 포항 우승의 주역 황지수가 잘한다는 얘기가 돌고도 있는데요, 저는 그 의견에 반대입니다. 어떤 분은 심지어 파울 개수가 황지수가 적다고들 하시는데, 공식 자료에는 오히려 황지수의 파울이 많았거든요.

-편집자주-  김상식은 28경기에서 68개, 황지수는 31경기에서 78개의 파울을 범했다. 

박형진 =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김남일은 몰라도 김상식은 파울로 수비를 하는 선수가 아니에요. 김상식은 가끔 카드 캡처로서의 기지(!)를 발휘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영리하게 미들을 잡아낼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고 봐요.

재미있는 의견도 눈에 띄지만, 대체로 미드필더는 김기동-따바레즈-김상식으로 가는 구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방 3톱 공격수는 어떻게 짜일 수 있을까요? 

박형진 = 당연히 득점왕 까보레를 빼놓을 수 없겠죠? 제가 생각하기에 까보레는 전형적인 피니셔에요. 경남공격의 마침표랄까. 물론 뽀뽀가 부상으로 컨디션이 저하되고, 정윤성이 들어오면서 어시스트 능력도 보여주었지만…. 세간의 평가처럼 몸값이 그리 높을 선수는 아니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맡긴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한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데닐손은 뛰어난 기량도 기량이지만, 진정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공격수죠. 팬들을 위한 배려가 있는 선수에요. 세리머니는 설명을 하지 않으셔도 다 아시죠? 

마지막으로 이근호는 넣은 이유는 사실 모따라던가, 데얀과 같은 선수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놀라운 상승세를 높이 사고 싶어요. 항상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고, 골을 노리는 자세가 돋보이죠. 이근호가 골문 앞에 있으면 언제든 골을 넣겠다는 눈빛이 눈에 띄어요. 정말 '노력'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김경주 = '정규리그 우승팀' 성남에 있어 모따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주장 김상식 역시 올 시즌 대전과 비겼을 때의 인터뷰에서 바로 모따부터 찾았죠. 리그팬이면 아니 피스컵이라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모따는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 패스조차도 골로 연결할 때가 많거든요. 제가 까보레보다 모따를 더 높게 사는 이유는 까보레는 옆에서의 뽀뽀의 역할이 컸다고 보거든요.

모따는 어느 한 선수에게만 의존해 공격을 풀어나가거나 득점하지 않고 어느 상황에서든 골과 다름 없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데닐손도 꼽았는데, 그의 움직임을 보면 축구를 한다기보다 즐겁게 춤을 추는 것 같죠. 축구를 진정 즐기면서 한다는 느낌도 들고 빈약했던 대전 공격진에 그만큼 활력을 불어넣은 것만으로도 그는 대단한 선수라고 봐요. 

유일하게 이근호를 토종 공격수로 뽑았는데, 아시겠지만 그의 활약상은 정말 대단했죠. 대표팀에서 더 잘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리그에서도 토종 공격수 중 제일 좋은 성적을 기록했죠. 괜히 박지성을 밀어내고 '올해의 한국 축구'선수 투표에서 1등을 차지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이근호는 인천 시절 그가 보여줬던 활약에 비하면 괄목할 만큼 성장했고 보고 있으면 아직도 클 가능성 하나는 존재한다고 봐요. 

임찬현 = 저는 아쉽지만, 3자리 모두 외국인 선수로 짤 수밖에 없더군요. 모따-데닐손-뽀뽀만큼 자기 자리에서 공격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따는 공격수에게 필요한 골결정력 뿐 아니라 빠른 돌파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패스로 팀의 공격을 이끄는 한 축이죠. 데닐손은 팀의 공격을 이끈 다기 보다는 결정을 짓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데닐손 만큼 올 시즌 K리그를 뒤흔든 공격수가 또 어디 있을까요?

3톱 공격수는 일단 까보레가 무조건 주전을 차지할 것 같고, 모따와 데닐손이 경합하는 가운데, 이근호가 토종으로써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느냐로 보이네요. 자, 지금까지 얘기한 베스트11에 이어 올 시즌 최고의 감독은 누구일까요? 

박형진 = 저는 우승팀 파리아스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규리그 1위를 거둔 김학범 감독을 전술적으로, 체계적으로 붕괴시켰거든요. '변칙전술의 대가'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 점이야말로 감독이 가진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김학범 감독은 본인이 호언장담했던 '무 로테이션 원칙'이 실패한 만큼, 그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고요. 그러나 국내파 지도자 중 가장 유망한 감독임은 분명하다는 사견은 밝힙니다. 올 한 해 대부분의 경기를 정말 잘 치렀죠. 

김경주 = 포항이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고, 끝내는 우승컵까지 들어올렸죠. 그 자체로 대단하다고 봐요. 일단은 그 잠깐 동안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독의 능력으로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고

파리아스에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건 공격 축구라고 말하면서도 수비에도 허점이 별로 없었죠. 특히 이어진 수원과 성남 경기에서 보여준 포항 수비들은 그대로 떼어다가 국가대표팀에 넣어둬도 손색없을 거라 생각했을 정도로 단지 운이라고 하기에는 포항 선수들의 움직임 자체가 너무 좋았었어요.

임찬현 = 전 챔피언 결정전까지는 김학범 감독을 올해의 감독으로 생각했지만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파리아스 감독으로 바꾸었습니다. 포항이 미드필더진뿐만 아니라 공격진에서도 빠른 패스플레이로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현 한국 축구가 눈여겨보아 할 점이라고 할까요. 성남은 모따가 빠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결승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패하고 선수들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장지영 =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K리그를 통해 팬들을 가장 감동하게 만든 감독은 김호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은 감독 사퇴 등 진통으로 팀 분위기나 팬들의 기대가 한 없이 떨어져 있었지만 김호 감독은 반년도 안돼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죠.

파리아스에게는 3년의 시간이 주어졌고, 성남과 서울, 수원, 울산에는 풍족한 자원이 주어졌죠. 경남도 어느 맥락에선 비슷하지만 대신 외국인 선수 트리오가 환상이었고요. 그걸 감안한다면 6강 진출팀 중 최고의 감독은 역시 김호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일각에서는 포항이 운이 좋았다고들 하는데요? 

박형진 = 포항의 우승은 결코 운이 아니에요. 포항은 전술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흐름으로 경기를 했죠. 단기전으로 리그 우승을 가리는 방법에는 반대하지만, 포항의 우승이 운발이라는 평가절하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파리아스 감독은, 훈련할 때만은 선수를 '쥐어짜는 감독'이라고. 그만큼 권위적이진 않되 확실히 시키는 감독이었다고 봐요.

김경주 = 볼 경합에서도 항상 좋은 위치에 포항 선수들이 있었고, 몸싸움이라던 가에서도 포항 선수가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포항 선수들 몸싸움하다가 넘어져서 다리를 절면서도 바로 일어나서 경기장으로 달려나가는 투혼을 보여줬는데, 이런 건 파리아스 감독이 선수들의 의지와 정신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려줬기 때문이라고 봐요. 

베스트11와 감독의 면면을 살펴보니 기존의 명성이나 기록보단 팀 공헌도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신인으로 김형일(대전)-하태균(수원)가 경쟁하는데 가운데, 어떤 선수를 뽑고 싶으신지요? 

김경주 = 저는 신인왕에 하태균 보다 김형일이 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수원이 대전보다 더 높은 성적을 낸 것은 사실이지만, 두 선수만 놓고 봤을 때는 팀 공헌도가 더 높은 건 김형일이니까요. 올 시즌 입단한 신인으로서 상대 주전 공격수들과 바로 마주쳐야 하는 중앙 수비수로서 주전을 꿰차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다른 대전 선수들의 사기까지 끌어올렸죠. 깨지고 구르면서도 절대 상대 공격수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야말로 신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는 하태균보다 김형일이 앞섰다고 봐요.

박형진 = 저도 하태균이 분명 좋은 스트라이커 재목은 맞지만, 꾸준함이란 기준에서 김형일을 꼽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참 바래마지않던 파이터 스타일의 수비수이기도 하고, 왼쪽 윙백과 중앙 수비수라는 포지션을 오가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니깐요.

임찬현 = 그러나 저는 그동안 관례를 봤을때 하태균이 수상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김형일이 신인으로서 주전 수비수를 따낸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하태균 역시 수원 같은 두터운 공격진 스쿼드에서 많은 출전기회를 잡은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의 플레이 또한 신인 그 이상이었고요.
마지막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묵묵히 팀에 큰 공헌을 펼친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요?

박형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장학영에 대한 재평가는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리그팬들만의 선수가 아닌, 국가대표급에서 분명 중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거든요. 꾸준히 잘해서 정규리그 1위를 한 성남의 핵은 바로 장학영이었습니다. 그리고 데얀도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마땅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인천이었지만, 데얀을 중심으로 잘 뭉쳤던 것 같아요. 

임찬현 = 실제로 데얀의 플레이 볼 때마다 게임에나 있을 법한 선수라고 생각했죠. 잘빠진 장신의 체구에서 나오는 멋진 골 결정력이요. 비록 플레이오프에 오르진 못했지만, 컵대회라던지 올 시즌 인천의 선전에는 데얀이 공이 컸다고 생각해요. 

장지영 = 저는 에닝요를 꼽고 싶어요. 대구 득점의 절반 가까이는 에닝요가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에닝요의 활약 덕분에 수원원정 승리 등 ‘고춧가루’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죠. 경기 흐름을 읽고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만 따진다면 다른 어떤 공격형 미드필더들에 뒤쳐지지 않는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임찬현 = 저는 각 팀의 숨은 주역들이 미드필더 쪽에 많이 있다고 봐요. 경남의 '캡틴‘ 김효일이나, 인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전반지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상록.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초토화된 서울의 미드필더 진에서 고군분투한 기성용을 꼽고 싶습니다. 또 모든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5골로 팀 최다득점을 기록한 루키 서울 이상협도 빼면 안될 것 같아요.

[정리=엑스포츠뉴스 이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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