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수 김민혁이 첫 '직관'에 나선 생후 9개월 아들에게 결승타를 선물하고 어느 해보다 뜻깊은 추석 명절을 보냈다.
김민혁은 11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결승타의 기쁨을 맛봤다. 팀이 2-2로 맞선 6회말 1사 2루에서 장승현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뒤 광주동성고 선배이자 KIA 에이스 양현종을 무너뜨리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김민혁은 이 경기 전까지 양현종에 통산 3타수 무안타로 약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민혁의 최근 컨디션과 타격감을 고려해 승부처에서 김민혁 카드를 빼들었고 김민혁은 사령탑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김민혁은 경기 후 "(양) 현종이 형은 누구나 인정하는 투수고 자랑스러운 고교 대선배다. 다른 투수들보다 현종이 형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로 나가면 누구나 멋지게 안타를 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준 형들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김민혁의 생후 9개월 된 아들 하준이와 아내, 부모님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가면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멋진 한방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김민혁은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의식하면 결과가 안 좋았을 때가 많았다"는 게 김민혁의 설명이다.
외려 "못 치면 다시 (2군에) 내려가서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족이 왔다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다만 안타를 치고 난 뒤 김민혁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관중석이었다. 대주자와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아들을 찾았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세리머니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에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그런 걸 잘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빨리 인터뷰를 마치고 하준이에게 달려가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김민혁의 현재 팀 내 위치는 오른손 백업 대타 요원이다.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3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지만 당장 1군 실전에서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 1루수뿐이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부여받기가 쉽지 않다. 김 감독 역시 김민혁의 타격 자질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자주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었다.
김민혁은 이 모든 걸 전혀 게의치 않고 있다. "한번씩 게임에 나가면 잘 칠 수도 있고 못 칠 수도 있는데 그냥 내가 준비한 부분들을 보여주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항상 해왔던 것처럼 자신 있게 플레이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허) 경민이 형, (김) 재환이 형, (박) 세혁이 형이 기술적인 부분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준다"며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격려 해 주실 때마다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선배들을 향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가장 의지 되는 게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 가족이라면 믿고 있는 건 긍정의 힘이다. "항상 언젠가는 좋은 날이 꼭 온다는 말을 되새기고 있다"며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될 것을 약속했다.
사진=잠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