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이미 칠 만큼 다 쳐줬고 너무 잘해주고 있다."
kt 위즈 4번타자 박병호는 27일 현재 32홈런을 기록, 이 부문 2위 LG 트윈스 김현수(22홈런)에 10개 차로 앞서있다. 말 그대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 등극이 유력하다. 타점(89)도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어 2관왕을 겨냥 중이다.
키움 소속이던 2020 시즌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 지난해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으로 이름값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기고 '에이징 커브'라는 의심의 시선도 따랐지만 올해부터 kt 유니폼을 입은 뒤 부활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홈런 페이스가 주춤하다. 지난 3일 NC전에서 멀티 홈런을 쏘아 올린 뒤 18경기 연속 손맛을 보지 못했다. 8월 타율 0.292에서 알 수 있듯 타격감에는 문제가 없지만 장타가 2루타 2개뿐이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개막 후 현재까지 해준 성적 만으로 차고 넘친다며 박병호가 큰 부담을 가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26일 SSG전에 앞서 "박병호가 최근 홈런만 없지 안타도 꾸준히 나오고 출루도 잘해주고 있다"며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작년만큼만 치라고 했는데 정말 잘해줬다. 사실 이미 칠만큼 다 쳐줬다고 봐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해줄 거라고는 기대했는데 중요할 때 제 몫을 다해줬다"며 "32개의 홈런 중 30개가 중요한 순간 나왔다. 모두 다 영양가 넘치는 홈런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의 말처럼 박병호의 한방은 올 시즌 kt에게 큰 활력소였다. 32홈런 중 10개가 동점 상황에서 터졌고 1점 차로 뒤진 가운데 나온 홈런도 5개나 됐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거나 확실하게 리드를 굳힐 필요가 있을 때도 박병호의 파워는 요긴했다.
박병호의 가세로 강백호에 쏠리던 집중 견제가 분산되는 효과도 얻었다. 지난해까지 강백호에게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올해는 타선 전체에 짜임새가 생겼다.
다만 최근에는 외려 박병호가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감독은 상대팀이 유독 박병호에게 더 어렵게 승부하는 게 느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감독은 "투수들이 박병호를 많이 견제하더라. 중요할 때 한방씩 쳐주니까 쉽게 승부르 못 들어온다"며 "몸 쪽에 공을 확 붙이고 좋은 볼을 안 주려고 하는 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래도 박병호가 정말 잘해준다. 타율도 2할7푼에 근접했고 실투는 놓치는 경우가 적다"며 "부상 중인 장성우까지 돌아오면 더 탄탄한 타선이 갖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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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