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31 20:33 / 기사수정 2007.10.31 20:33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무리뉴, 발렌시아 와서 로만에게 복수하라!'
12월 11일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발렌시아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드록바의 감각적인 슈팅이 카니자레스의 선방에 막힌다. 이어진 반격에서 모리엔테스가 다비드 비야에게 멋진 스루 패스를 하고, 다비드 비야의 슈팅은 체흐의 손을 맞고 골망을 흔든다. 그러자 발렌시아의 벤치에서 낯익은 트렌치 코트의 신사가 주먹을 쥐며 환호한다. 첼시팬들은 한 때 자신들의 감독이었던 무리뉴가 적장이 되어 돌아온 데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 가상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성적부진을 이유로 키케 감독을 경질한 발렌시아가 발 빠르게 무리뉴 감독의 영입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의 정론지 타임즈에 따르면, 발렌시아의 회장 후안 솔러가 무리뉴에게 350만 파운드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무리뉴가 첼시 감독 시절 받았던 520만 파운드의 연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유럽 최고의 감독 대우 수준이다.
발렌시아는 리그에서 6승 3패로 4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5경기에서 4패를 당하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결국 키케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첼시와 로젠보리에게 잇따라 패한 것이 키케 감독의 경질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지만, 키케 감독의 경질이 무리뉴 영입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다는 일간의 분석도 있다.
첼시는 무리뉴와 계약을 종료하며 다음 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팀을 맡지 못하는 조항을 달았다. 그러나 첼시는 무리뉴가 유럽 내의 다른 라이벌 팀을 감독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만약 무리뉴가 발렌시아를 맡게 된다면, 12월 11일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릴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적장'으로서 첼시를 상대하게 된다. 실로 잔인한 운명의 장난이다.
무리뉴가 발렌시아가 아닌 다른 팀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도 이와 같은 루머를 부추기고 있다. 무리뉴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클럽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마음대로 감독할 팀을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C 밀란의 경우 밀란 선수 출신인 라이카르트나 반 바스텐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으며, 만시니 감독의 인테르나 라니에리 감독의 유벤투스의 경우 감독 교체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바비 롭슨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맡던 시절 그의 통역가로서 우승을 경험했던 무리뉴.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에서 성공을 맛본 그로서는 스페인에서 통역가가 아닌 감독으로서 우승컵을 들고 싶은 열망이 있을 법도 하다. 무리뉴가 발렌시아를 맡으며 자신을 배반한 첼시에 화끈한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는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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