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15 19:38 / 기사수정 2007.10.15 19:38
'대전 플레이오프 진출의 뒤에, 세 서포터즈 이야기'
대전 시티즌에 주어진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단 하나의 경우의 수는 '무조건 이긴다' 였고, 대전은 바람대로 삼성 하우젠 마지막 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하며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였다.
김호 감독 대 차범근 감독의 대결과 고종수와 이관우라는 플레이메이커 간의 대결뿐만 아니라, 대전과 수원 삼성 경기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한 가지는 서포터 간의 대결이었다. 퍼플크루와 그랑블루로 대표되는 양팀의 서포터는 '가난한 시민구단' 과 '부유한 기업구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의 물리적 충돌로 인한 감정의 앙금이 쌓여 있는 사이다.
14일 대전의 홈인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의 경기에, 수원은 수원으로부터의 원정인원 1,200명과 전국에서 대전으로 모인 별도 인원 1,000명을 합쳐 자체 통계 2,200명이 대전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S석을 가득 채운 수원팬들을 보며, 수원의 한 관계자는 대전축구단 관계자에게 "우리 덕분으로 대전에 관중이 좀 찾다"며 너스레를 떨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들 사이의 오가는 말을 보면, 양팀 간에 비단 껄끄러운 것이 서포터들만은 아닌 듯.
경기 당일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는 리그 마지막 라운드까지도 우승팀이 확정되지 않아 있었다. 수원은 이날 대전을 이긴 후, 성남이 전남에 졌을 시에는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의 경기에 승리하게 되면, 수원은 원정지인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우승에 대한 자축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원정지에서 우승팀이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하필 상대가 대전이고 보니 양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운 덕분으로 조금은 특별한 의미의 자축장소이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면이 많았다. 전적이 있는 양팀 서포터간의 물리적 충돌을 염려했던 것.
때문에 경기 전부터 수원의 우승 시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수원 측의 우승 세리머니에 대한 양해가 양팀 서포터즈 간에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수원 측으로써는 안타깝게도, 대전의 입장에서는 내심 안심 되게, 대전과 성남이 승리하며, 수원은 우승과 함께 원정지에서의 축하파티가 멀어지고 말았다. 앙숙인 상대의 홈에서 우승 세리머니라는 달콤한 유혹보다도, 플레이오프 6강을 향한 생존의 의지가 더욱 강했던 탓일 게다.
또한, 이날의 경기에는 수원의 더비 상대였던, 前 안양LG의 서포터즈였던 안양시티즌 관계자들이 경기를 관람하였다. 안양의 연고지 이전의 아픔을 딛고, 안양시티즌을 창단하여, 안양의 축구를 부활시키려 노력하는 이들이다. '시티즌'으로써 자신의 힘으로 지역 축구단을 시작한 이후, 이전과 달리 K리그 경기들을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대전에 대한 '시티즌'이라는 감정적 동질 의식과 영원한 더비 상대인 수원의 경기는 매년 찾아보고 있다.
홍염으로 붉게 안양종합 경기장을 물들이던 나날들에 안양과 수원의 붉고 푸른 통천의 대결은 꽤 볼 만한 것이었고, 양팀 서포터간의 기세싸움도 세간의 이목을 끄는 축구의 한 요소였었다. 그 시절, 안양과 수원간의 더비에서 생긴 아드레날린의 잔해는 아직도 안양시티즌 사람들의 심장을 움직이게 하고, 두 다리를 움직이게 해, 안양에서 대전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경기 후, 안양시티즌 사람들은 대전의 승리에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았다"며 즐겁게 발길을 돌렸다. 비록, 자신의 팀이 그들과 맞붙었을 때의 흥분과 심장의 떨림은 없었지만, 경기장 안을 가득 채웠던 두 세력 간의 불손한 적의는 그 시절의 안양을 조금이나마 추억하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K리그의 어느 팀보다도 안양시티즌 선수들의 경기가 제일 재미있고 흥분된다는 이들이 예전처럼, 안양 종합 경기장에서 붉은 홍염을 터트리며 밤 공기를 물들이던 그때가 곧 다시 오기를 K리그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축구팬들의 오랜 감정은 K-리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팬들과 팬들 사이의 감정의 종류에 따라, 양팀의 대결 구도에 쏟아지는 에너지의 색깔이 달라지고, 선수들의 경기 결과만을 담은 역사가 아닌, 사람 사이에 섞인 K-리그의 역사가 창조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앙숙인 대전과 수원. 화려한 더비를 자랑하던 수원과 안양. 작은 규모이지만, 교류가 있는 대전과 안양의 현재. 여전히 앙숙인 대전과 수원의 오늘.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관계도에는 이들 사이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K-리그와 함께 팬들의 이야기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14일 대전월드컵 경기장 (C) 엑스포츠뉴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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