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윤승재 기자) 경기 후 김재호는 오랜만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방송사 마이크를 건네받고 인터뷰를 진행한 김재호는 곧 수훈선수 단상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어쩌면 약 20년을 천재 유격수로 살아온 그에겐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에게 유독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김재호는 올해 유난히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천재 유격수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줄었고, 타격감도 현저히 떨어져 한때 ‘5푼(0.057)’까지 타율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조정과 휴식을 거쳐 복귀했지만 여전히 타율은 1할을 유지한 채 쉽사리 반등하지 못했다. 5월이 끝난 시점에서의 시즌 타율은 0.155.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다는 지난해보다도 좋지 않은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한 그였다.
고질적인 어깨 부상과 길어지는 부진. 문득 김재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수훈선수 단상에 다시는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수훈선수 인터뷰를 다시는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부진이 길어지자 자존감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안 좋은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이전보다 줄어든 기회에도, 주 포지션인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출장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그는 6월 반등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3루로 자리를 옮긴 것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주전 3루수 허경민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재호에게 3루 중책이 주어졌고, 김재호는 2010년 9월 이후 무려 12년 만에 3루수로 선발 출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김재호는 반등했다. 3루수로 선발 출전한 17일과 18일 KT전에서 홀로 5안타 3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타율도 어느덧 2할까지 올라왔다.
김재호는 ‘신인의 마음’으로 최근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12년 동안 유격수로만 뛰었던 그이기에 3루 수비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더 긴장하게 되고, 신인의 마음으로 뛰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도움이 됐던 것일까. 아직 4경기뿐이지만, 그의 3루 수비는 ‘명불허전’이었고 타격감도 다시 살아났다. 일상생활을 할 때 교정기를 찰 만큼 아팠던 어깨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여러모로 터닝포인트가 됐던 포지션 변경이었다.
김재호는 “‘어떻게 하면 어깨가 덜 아프게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조금씩 방법을 터득하면서 이제는 타석에서도 어깨에 힘을 싣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어깨와 함께 타격감도 나아지고 있는 중. 하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아직 한 경기 잘한 거라 너무 거만해지면 안된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면서 방심을 경계하며 최선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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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