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1군 무대 첫 타점, 그것도 리그 최고 에이스를 상대로 기록한 결승타 순간의 감정은 '해냈다'가 아닌 '살았다'였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해승은 기쁨의 미소보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해승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8차전에 8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 삼성의 4-2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삼성은 이날 1회말 롯데에 선취점을 뺏겼지만 4회초 롯데 에이스 찰리 반드를 상대로 1-1 동점을 만들면서 승부의 균형을 다시 맞췄다. 이어 5회초 선두타자 오선진과 이태훈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잡았다.
삼성 벤치는 승부처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해승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이해승은 김헌곤-김지찬-구자욱에게 득점권 찬스를 연결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해승은 긴장한 듯 두 번의 번트 시도가 모두 파울이 되면서 노 볼 투 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몰렸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여기서 강공보다 쓰리 번트를 지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해승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번트 자세를 취한 가운데 반즈가 던진 3구째 슬라이더가 원 바운드 폭투가 됐고 그 사이 1, 2루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하면서 상황은 무사 2·3루로 바뀌었다. 삼성은 아웃 카운트 희생 없이 번트의 효과를 얻었다.
두 번의 번트 실패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해승은 반즈의 폭투 이후 심적 안정을 찾았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반즈의 5구째 127km짜리 체인지업을 받아쳐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1군 경기 첫 타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이해승은 경기 후 "두 번 번트를 실패하고 만회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타구가 운이 좋게 내야를 빠져 나갔다"며 "안타가 된 순간에는 '살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가슴 졸였던 5회초 타석을 떠올렸다.
또 "투 스트라이크에서 상대 투수의 폭투가 나온 뒤 롯데 내야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어서 어떻게든 배트에 공을 맞추자고 생각했다"며 "좋은 결과로 연결돼서 정말 다행이었고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해승은 다만 첫 타점을 기록한 의미 있는 기념구는 챙기지 못했다. 지난 1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쳐낸 프로 데뷔 마수걸이 안타 공은 곧바로 전달받았지만 이날 경기가 워낙 타이트하게 진행됐던 탓에 본인은 물론 삼성 선수들도 미처 신경을 못 썼다.
이해승은 "첫 안타공을 챙겨서 괜찮다. 무엇보다 팀이 승리해서 상관 없다"며 "사실 솔직히 말하면 5회초에 번트 실패로 지옥과 천국을 왔다갔다 했다. 다음에 또 번트 사인이 나오면 꼭 성공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