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4.01 09:58 / 기사수정 2011.04.07 00:54
오피가드와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는 이미 미국에서 다 마친 상태이다. 남은 것은 체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15분 동안 짧은 훈련 공개를 가진 오피가드는 "이번 새 프로그램은 예술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연아가 연기할 프로그램의 예술성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는 10대 초반, 대부분의 기술을 완성한 상태였다. 이른 나이에 트리플 5종 점프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고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정복하면서 여자 싱글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 '완성형'의 단계에 올랐던 김연아에게 남은 과제는 '예술'적인 부분이었다. 캐나다에서 세계적인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45, 캐나다)을 만나고 난 뒤, 예술성에 집중하기 시작한 김연아는 정확한 기술과 빼어난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토털 패키지’로 거듭났다.
'종합 예술'로서의 피겨와 '반쪽짜리' 피겨의 차이점
피겨 스케이팅은 종합 예술적인 스포츠로 불리고 있다. 운동선수가 갖춰야할 경기력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하지만 단순히 ‘운동적인 부분’만 보여주면 안 되는 점이 피겨의 특징이기도 하다.
신채점제의 시대로 들어오면서 PCS(프로그램구성요소점수)는 한층 세분화됐다. 비슷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가 있다면 승부는 컴퍼넌트 점수에서 결정된다. 누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관객들에게 잘 어필했으며 스케이팅 스킬과 안무 소화력이 뛰어났는지가 이 점수에서 결정된다.
신채점제의 시대가 도입된 이래, 표현력에 장점을 보여준 스케이터들이 꾸준하게 등장했다. 사샤 코헨(27, 미국)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관객들 앞에서 호소할 수 있는 연기력을 펼쳐 큰 인기를 모았다.
스케이터들마다 각자의 장단점과 개성이 있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있는 반면, 스케이팅과 스핀이 뛰어난 선수들도 존재한다. 힘이 넘치는 점프가 피겨 스케이팅에서 중요한 요소일 수는 있어도 '전부'일 수는 없다.
최정상의 스케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완성과 함께 '자신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성이 동반돼야 한다. 김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술적인 완성을 이루어놓은 상태에서 '예술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점프 완성'에 운운하며 예술적인 부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결코 '토털패키지'로 성장할 수 없다. 최고의 스케이터는 정확하고 안정된 기술을 베이스라인으로 깔고 그 위에 자신 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예술성으로 포장한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을 비롯한 뛰어난 기술을 갖춘 김연아는 예술적인 부분의 탐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과 31일 공개한 짧은 훈련 모습에서 김연아의 손동작과 스케이팅, 그리고 전체적인 자세는 흔들림이 없었다.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또 다른 예술성의 영역에 도전해온 흔적이 남아있었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조건, 컴포넌트와 '폭풍 가산점' 노려라
TES(기술요소점수)가 스케이터의 '능력치'를 보여준다면 PCS는 스케이터의 개성과 차별성을 나타낸다. 기술만 좋은 스케이터는 '뛰어난 스케이터'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관객의 뇌리에 남을 만한 스케이터'는 되지 못한다.
신채점제가 새롭게 진행된 이후, 기술이 뛰어나지만 컴포넌트 점수에서 약한 선수들이 정상에 오르는 경우는 쉽게 보지 못했다. 능력치가 비슷한 두 선수가 있다면 이들의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컴포넌트 점수에 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의 점수를 받았다. '악마의 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의 점프 및 기술 구성을 완벽하게 소화한 점이 150점이라는 최고의 점수를 받게 만들었다.
그리고 컴포넌트 점수에서 무려 71.76점을 받은 성과가 최고의 결과로 이루어졌다. 또한, 기술 요소에서 '폭풍 가산점'을 노린 전략을 그대로 적중했고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은 예술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술적인 부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피가드 코치는 김연아의 예술성이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젤'과 '오마쥬 투 코리아'가 김연아의 이전 프로그램처럼 피겨 역사에 새롭게 남을 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기술적인 완성을 이미 오래 전에 일군 김연아는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짧은 공개 시간이었지만 표정연기와 손동작, 그리고 스케이팅은 혼연일체가 되어있었고 자세 역시 흐트러지지 않았다.
시니어 데뷔 이후, 꾸준하게 걷고 있는 김연아의 '예술성 탐구'가 이번에는 어떤 결실을 맺을 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김연아, 피터 오피가드 (C)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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