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수 김민혁이 올 시즌 1군 콜업 첫날부터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4년 만에 1군 무대 안타를 기록한 것은 물론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까지 쓰면서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팀 간 4차전에서 9-9로 비겼다. 4회까지 1-8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가운데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저력을 보여줬다.
두산은 1-8로 뒤진 6회말 공격 때 포수 박유연이 SSG 선발투수 이반 노바의 공에 손목을 맞고 교체됐다. 앞서 선발포수로 출전한 박세혁이 교체된 상황에서 엔트리에 남아 있는 포수가 없었다.
2사 3루에서 대타 김민혁의 1타점 적시타로 4-8로 추격했지만 전문 포수가 없는 가운데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패배의 그림자가 두산 쪽으로 드리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초등학교 때 이후 포수를 본 적이 없는 김민혁에게 포수 수비를 지시했다. 김민혁 역시 팀을 위해서 기꺼이 마스크를 쓰고 장비를 찼다. 몇 차례 포일과 블로킹 미스로 7회초 실점의 빌미를 주기는 했지만 8회부터 12회까지 투수들과 좋은 호흡 속에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타석에서도 두산이 7-9로 추격한 8회말 무사 1·2루에서 결정적인 안타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이어주면서 동점의 발판을 놨다. 두산은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무승부로 연패를 막아냈고 주인공은 김민혁이었다.
김민혁은 경기 후 "코치님이 포수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할 수 있다고 했다. 기회가 있을 때 나가고 싶었다"며 "투수들에게는 사인을 아무거나 낼테니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라고 말했다. 정신 없는 하루였고 긴장했지만 코치님이나 형들이 응원해주셔서 이닝을 거듭할수록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초등학교 이후 13년 만에 포수로 정식 경기를 뛴 것 같다"며 "처음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에 들어갔을 때는 공이 잘 안 보였는데 조금씩 적응이 됐다.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