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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의 숨터뷰①] 김천성 대표 "롤링홀은 참 편안하죠"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2.05.13 12:10 / 기사수정 2022.05.24 14:18


'김예나의 숨터뷰'는 공연장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 전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입니다. 관객들의 '숨'으로 가득찬 공연장, 그 속에서 뜨거운 열정을 안고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라이브 음악 공연장의 상징적 공간인 홍대 앞 롤링홀은 한결같다. 지난 1995년 클럽 롤링스톤즈로 출발해 지금의 롤링홀까지 녹아든 세월만 무려 27년. 홍대를 넘어 한국 인디 음악의 역사가 깃든 롤링홀은 변함없이 편안하고 따스하다. 

엑스포츠뉴스와 '숨터뷰'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만난 롤링홀 김천성 대표는 홍대 라이브 음악 공연장들의 상생 발전을 위한 노력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인물이다. 음악 팬들에게 힐링과 행복을 선사하고, 뮤지션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시련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김천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코로나19의 아픔, 함께 버티고 극복하기까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방역조치가 풀리면서 홍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버스킹 공연에 나선 뮤지션들이 증가하면서 홍대 곳곳에서 반가운 라이브 공연을 들을 수 있고, 유동인구가 늘어나 상권도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롤링홀도 5월에만 밴드 팔칠댄스(87DANCE), 메써드(METHOD), 기타 연주가 겸 가수 케이브라운(KAY BROWN), 기타리스트 정석훈·피아니스트 김준서, 싱어송라이터 유지희, 어쿠스틱 듀오 오추프로젝트, 밴드 블랙홀 등이 개관 27주년 기념 공연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리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더했다. 

"2년 넘게 힘든 상황을 버티다 보니까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27년 동안 운영하면서 IMF부터 화재 사고, 세월호 참사의 아픔까지도 느껴봤어요. 굵직한 사건들을 경험해 봤지만 코로나19의 파급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겠더라고요. 처음에는 한 3개월 정도면 괜찮아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갈 줄은 몰랐죠. 저뿐만 아니라 함께한 모든 분들이 잘 버텨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모두 고생했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2년 여 간 코로나19 여파로 홍대를 대표하는 라이브 음악 공연장들이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 대표와 함께 오랜 시간 홍대 라이브 음악 공연 문화를 일궈온 동료들이 하나둘씩 현실적인 제약을 이겨내지 못하고 업계를 떠났다. 이제 다시금 숨통이 트인다는 요즘, 김 대표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생각난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난 분들이 많이 생각나요. 특히 홍대 앞 라이브 음악 공연장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던 분들이 떠나는 모습을 볼 때면 너무 안타까웠어요. 돈을 벌기 위해 공연장을 운영하기보다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김 대표와 같이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자리를 지킨 이들은 또 다시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힘을 합쳐 움직이고 있다.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언제 다시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 공연장들 간 서로 경쟁하던 옛날 분위기는 사라졌다. 함께 뭉치고 고민을 나누며 한 마음으로 업계 발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업계 종사자들끼리 서로 얼굴도 잘 모르거나 눈인사 정도만 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된 것 같고, 앞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배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이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됐어요.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 공연장과 뮤지션, 함께 지켜낸 무대 

김 대표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기획 공연이 무산되면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뮤지션들의 응원과 열정이 롤링홀을 비롯한 라이브 음악 공연장들을 다시 일어나게 만들었다. 

"뮤지션들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그들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힘을 합쳐서 많이 응원해줬어요. '세이브 더 모먼트' '세이브 아워 스테이지' 등의 캠페인을 통해 공연장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실어줬어요. 뮤지션들에게 큰 빚을 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때 결심했죠. 앞으로 다시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온다면 뮤지션들에게 더 좋은 무대를 제공해야겠다고요.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텼어요." 

김 대표를 비롯해 홍대 라이브 공연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두레 인디 페스타'을 진행한다. 22개 공연장에서 매주 금요일 릴레이로 진행되는 '두레 인디 페스타'는 이달 말부터 오는 11월까지 진행될 예정. 힘든 시기를 버티게 마음 써준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응원하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뮤지션들에게 어떻게 하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22개 공연장이 한 마음으로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어요. 지난 2년 여 간 응원을 받기만 했으니까 이제 우리가 베풀 차례라고 생각해요. 공연 수익의 70%는 뮤지션들에게 전달되고, 나머지는 기부하는 방식으로 공연장 대표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 롤링홀은 현재진행형,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

사회 공동체 안에서 김 대표의 선한 영향력이 빛을 발하는 동시에 롤링홀 역시 김 대표의 고민 속에서 또 다른 발전을 꾀하고 있다. 오랜 세월 속에 자리잡은 롤링홀의 의미와 명맥을 이어가면서 앞선 감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롤링홀처럼 1년에 100개 이상 자체 기획 공연을 하는 공연장도 없을 겁니다. 저도 예전에는 대관 사업을 많이 했죠. 그러다가 제가 이러기 위해 공연장을 운영하나 싶더라고요. 새로운 신인을 계속 발굴하고, 롤링홀만의 무대를 만들어야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의 모든 꿈은 롤링홀에서 실현됐다. 끊임없이 꿈꾸고 새 역사를 만들어내는 그에게 롤링홀에서의 매 순간은 행복이고 기쁨이었다. 김 대표뿐 아니라 롤링홀을 거쳐간 수많은 뮤지션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롤링홀은 추억 그 자체로 남았다. 

"롤링홀에서 항상 꿈꾸고, 여기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너무 행복해요. 그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어요. 저의 행복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억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 행복해요. 가끔씩 시련도 겪었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예쁜 추억을 줬다는 자체만으로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오랜 세월 지켜온 철학과 소신, 그리고 김 대표만의 멋을 담은 롤링홀은 앞으로도 편안한 공연장으로 오랜 세월 함께할 것이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며 음악 팬들에게 힐링과 위로를 선사하고, 뮤지션들에게 기회의 장이자 안식처와 같은 무대를 제공하면서. 

"누구든 힘들고 지쳤을 때 편하게 와서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신인부터 오랜 세월 함께한 베테랑 뮤지션들까지 언제든 설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랍니다. 오랜 세월 롤링홀을 이끌어온 프라이드를 가지고 앞으로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공연장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롤링홀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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