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한유철 인턴기자) 펩 과르디올라와 맞붙는 감독들은 진이 빠진다. 이는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과르디올라는 21세기 최고의 명장이다.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선수 시절 특유의 경기 조율 능력과 센스로 '클럽 레전드' 반열에 오른 과르디올라는 은퇴 이후 감독으로도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고 있다.
2007년, 바르사 B에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과르디올라는 지도력을 인정받고 이듬해 바르사 성인팀을 지휘했다. 선수 시절 축구 지능으로 큰 호평을 받은 과르디올라지만, 감독으로서 성인 무대를 이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과르디올라는 성과로 증명했다.
과르디올라는 부임 첫 해 챔피언스리그, 프리메라리가를 포함해 총 6개의 대회에서 우승하며 바르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티키타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짧은 패스를 통해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사한 과르디올라식 전술은 바르사의 팀컬러와 완벽하게 부합했다. 과르디올라와 함께한 4년, 바르사는 세계 축구의 '절대강자'였다.
이후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맨체스터 시티에 입성했다. 바르사에서 4년, 뮌헨에서 3년, 맨시티에서 6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르디올라와 함께 맨시티는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시즌 아쉽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했지만, 이번 시즌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로 자리잡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짧은 패스'라는 큰 틀 속에서 세밀한 전술을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90분 동안 벌어질 모든 상황을 예측해 선수들에게 가르친다. 마치 컴퓨터 데이터와 같이 특정 상황에선 특정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한다. 선수들의 패스 움직임과 수비적인 움직임, 강력한 압박 시스템은 모두 과르디올라의 머릿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 것이다.
큰 경기에서 다소 실험적인 방법으로 경기를 운영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전술 싸움에서 과르디올라가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과르디올라는 상대하는 모든 감독, 모든 팀들에게 악몽같은 존재이다.
이는 전술을 이행하는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과르디올라 밑에서 완벽한 풀백으로 성장한 워커는 9일(한국시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상대하는 팀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그러나 그의 전술은 수용해야 하는 우리들도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오른쪽 풀백으로서 나는 안팎으로 왔다갔다 해야 하며 쓰리백을 형성해야 하기도 한다. 정말 힘들다. 그래도 이를 통해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워커는 토트넘 홋스퍼에서 직선적인 풀백이었다. 빠른 발을 통해 상대의 측면을 허무는 전형적인 풀백이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밑에서 더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직선적인 풀백이 아닌 중앙으로 파고들어 미드필더 진영에서 경기를 수행하기도 했다. 수비 시엔 쓰리백을 형성해 센터백으로 역할을 다했다.
워커는 "전에는 '경기장에 가서 즐겨라'라는 말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21살 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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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철 기자 iyulje9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