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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K리거] 성남 김철호, 김두현 못지않은 '알토란'

기사입력 2007.08.22 02:27 / 기사수정 2007.08.22 02:27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묵묵함 속에서 화려한 기술 내뿜는 미드필더'

대부분의 팀들이 수비형 미드필더 기근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손대호와 김상식 두 선수가 부진한 요즘에도 성남만큼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김철호가 있기 때문.

김철호는 이탈리아의 국가대표팀 미드필더인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처럼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경우다. 이유 역시 비슷하다. 플레이 메이커의 전형이라 불리는 마누엘 루이 코스타의 영입 때문에 주전 자리에서 밀린 피를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변신에 성공했다. 김철호 역시 마찬가지.

성남의 '알토란' 김철호(24)는 2003년 이탈리아 세계 풋살대회에 참가한 이색 경력을 지닌 선수다. 강원 관광대학교 1학년을 마친 2004년 성남 입단때 까지만 해도 철저한 무명 선수였다.

김철호는 데뷔 첫해 가파르게 성장한 끝에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당시 'K리그의 전설'로 화려하게 군림했던 신태용을 주전 자리에서 밀어내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꾸준히 나선 것이었다. 신인 시절부터 범상찮은 활약을 펼쳤지만 당시 성남의 성적은 곤두박질 치던 중이었다.

고 차경복 감독의 마지막 작품

성남은 2004년 신태용의 노쇠화 등의 영향으로 정규리그 9위로 추락했다. 당시 성남 사령탑을 맡은 고 차경복 감독은 신태용과 서혁수 같은 부진한 30대 선수들을 전면 물갈이하여 새로운 뉴페이스를 물색했다. 그리고 신태용 자리에 빠르고 기술이 뛰어난 김철호를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낙점했다. 

김철호는 비교적 평범한 체구(177cm, 67kg)를 지녔지만 부지런한 움직임과 수준급의 기술을 앞세워 팀 공격 연결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성향이 뚜렷했다. 당연히 차 감독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김철호의 등장은 고 차경복 감독이 성남에 남긴 마지막 작품으로 통한다. 차 감독은 김철호 외에 장학영, 박우현, 도재준, 전광진 같은 5명의 무명 선수를 붙박이 주전 선수로 끌어 올려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김철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성남 공격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는 데 주력하여 차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어 2004년 후기리그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인 끝에 팀의 주축 선수로 우뚝서게 됐다. 

그러나 팀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초라하게 막을 내렸고 그의 성장세는 결국 빛이 바랬다. 고 차경복 감독은 자신의 세대교체를 조용하게 끝을 맺으며 당시 수석코치였던 김학범 현 성남 감독에게 사령탑 자리를 넘겨줬다.

성공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

김철호의 공격형 미드필더 포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 초여름 김두현이 수원에서 성남으로 이적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김두현에게 양보하게 됐다. 성장 진행형이었던 김철호는 수원 시절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올라섰던 김두현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그가 선택한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당시 상무에서 갓 전역한 김상식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형성하여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가다 듬었다.

결과는 성공적. 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상대팀 플레이메이커의 발을 묶으며 공격 길목을 차단하는 임무를 성실히 소화했다. 중원에서 내뿜는 자로잰듯한 패싱력은 공수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기폭제가 되어 김두현의 뒷쪽을 든든히 보조하게 됐다. 그 결과는 2005년 후기리그와 2006년 정규리그 우승의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성남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김철호는 성실하고 승부욕이 강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상대 공격수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우승할 수 있었다."라며 김철호의 분전을 칭찬했다. 김철호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모따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손대호와 함께 중원을 단단히 지키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성남 엠블럼에 7번째 별을 안겼다. 부상으로 많은 시간 출전하지 않은 김상식 공백을 최소화하여 자신의 몫을 해냈다.

복귀전 '번개골', 멋지게 돌아온 성남의 알토란

김철호는 올해 초 전지훈련 도중 피로골절 부상을 입어 몇달 동안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다. 자신의 강력한 주전 경쟁 상대였던 손대호가 지난 여름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여 자신의 부상이 더욱 아쉬움에 남았을지 모른다. 

유종규 성남 주무는 1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철호가 발전을 많이 했지만 올해 전지훈련때 부상 당해 6개월 이상 뛰지 못한게 아쉬웠다." 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니 상대팀 에이스를 막으면서 자연스럽게 부상이 따라오고 있다. 특별히 그 선수가 체력이 약하거나 훈련을 안해서가 아니다."라고 김철호에게 힘을 실어 줬다.

지난 8일 제주전에서 컴백전을 치른 김철호는 자신의 재도약 가능성을 알리는 강력한 한 방을 쏘아 올렸다. 경기 시작 24초만에 '번개골'을 성공시켜 팀의 2-0 승리의 큰 발판을 마련한 것. 이 골은 K리그 통산 4번째의 빠른 골로 기록되었고 동시에 '김철호'라는 이름 석 자를 축구팬들에게 다시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철호는 지난 7월 피스컵 3경기에서 선발 출전했고 올해 8월 출전한 3경기 중에 2경기를 주전으로 소화했다. 멋지게 컴백한 김철호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앞세워 성남의 허리를 튼튼히 지킬 예정이다. 그가 성남 전력의 실질적인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8일 제주전에서 번개골 쏘아 올리는 장면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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