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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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맨유, 시동이 안 걸린다

기사입력 2007.08.16 19:21 / 기사수정 2007.08.16 19:21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1000억 원이나 썼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프리미어리그 2007/08시즌이 개막하면서 지난 시즌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호날두, 스콜스 등의 활약으로 승승장구하며 리그 챔피언 자리에 오른 맨유는 07/08시즌 두 경기를 치른 현재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1명이 퇴장당한 레딩을 상대로 0-0무승부를 거둔데 이어 16일(한국시간) 포츠머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1-1무승부를 거두는데 그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루니와 호날두가 각각 부상과 퇴장으로 당분간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어 퍼거슨 감독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맨유가 2라운드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000억 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써가며 나니, 안데르손, 하그리브스 등을 영입한 맨유가 이토록 부진한 출발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격수가 부족해!' 제공권의 한계가 발목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연맹에 중재를 요청하면서까지 힘겹게 웨스트햄의 테베즈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사아, 솔샤르 등이 부상으로 자주 전열을 이탈하며 루니 홀로 공격을 전담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부담을 나눌만한 루니의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 이에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적응이 끝난 테베즈를 영입해 지난 시즌 재미를 보았던 빠른 템포의 축구를 구사하고자 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맨유는 악재가 겹치며 공격수 부족 현상이 재발했다. 테베즈가 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루니가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한 것. 루니와 테베즈 조합을 기대했던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너무나 큰 불행이었다. 사아와 솔샤르가 여전히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은 긱스를 공격수로 내세웠지만, 긱스는 좋은 찬스를 번번이 놓치며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제공권이다. 맨유의 공격진에는 사아를 제외하고 180cm를 넘는 공격수가 없다. 이는 평균 190cm에 육박하는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의 신장을 감안할 때 이는 맨유의 큰 약점이다. 포츠머스전에서도 호날두와 나니는 테베즈의 작은 신장 때문에 타점 높은 크로스를 올릴 수 없었고, 낮게 깔리는 패스는 포츠머스의 밀집수비에 번번이 막히면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열쇠' 호날두, 무엇이 문제인가

이와 같은 중앙 공격수의 문제는 리그 우승을 이루었던 지난 시즌에도 있었던 문제이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맨유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호날두의 맹활약이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총 23골을 성공시키며 스트라이커 못지않은 득점력을 선보였다. 호날두의 거침없는 돌파는 맨유 공격의 주요 루트로 자리 잡았고, 상대팀은 호날두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다 수비 균형이 무너지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레딩과 포츠머스는 호날두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좌우 측면과 중앙을 휘저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호날두의 행동반경은 놀랄 만큼 좁아졌고 돌파의 성공률도 크게 낮아졌다. 경기가 잘 안 풀리자 호날두는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결국 포츠머스전에서 리차드 휴즈에게 박치기를 하면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맨유 공격의 '열쇠' 호날두의 부진은 여러 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호날두의 플레이스타일이 많이 노출되면서 상대팀이 충분한 대비를 하고 나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새로운 측면 파트너 나니의 좁은 활동반경도 원인 중 하나다.

나니는 박지성이나 긱스처럼 좌우를 폭넓게 휘젓는 스타일이 아니며, 아직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나니가 왼쪽 측면에서만 움직이면서 호날두가 밀집수비를 벗어나 크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오버래핑이 활발한 게리 네빌과는 달리 웨스 브라운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 않기 때문에 수비가 호날두에게 집중할 여지를 주고 있다.

루니·호날두 없는 맨유, 대안은 누구?

루니는 개막전 부상으로 약 두 달간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이며, 호날두 역시 포츠머스전 퇴장으로 3경기 출장 정지가 확실시된다. 이들의 공백을 메울만한 사아, 솔샤르, 박지성 모두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민하는 눈치이다.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테베즈가 우선 루니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호날두의 공백을 누구로 메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딩과의 개막전에서처럼 에브라를 왼쪽 미드필더로 올릴 가능성이 큰 가운데, 긱스를 미드필더로 내리고 안데르손이나 동팡저우를 공격수로 내세울 수도 있다. 이번 프리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크리스 이글스가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맨유는 다가오는 일요일 맨체스터 시티와 지역 더비 경기를 앞두고 있다. 맨체스터시티는 에릭손 감독이 부임한 이후 시즌 초반 2연승을 달리며 순항 중이기에 맨유로서는 부담스러운 상대. 루니와 호날두가 없는 맨유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사진=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엑스포츠뉴스 이준열 기자]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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