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수정 인턴기자) 한동철 PD가 '악마의 편집'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MBC ’방과후 설렘’은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총 83명의 연습생이 프리퀄 ‘등교전 망설임’을 통해 각양각색의 매력을 선보이며 국내외 팬들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방과후 설렘’은 가수 옥주현을 시작으로 소녀시대 유리(본명 권유리), 아이키, (여자)아이들 소연까지 역대급 담임 선생님 라인업을 구축했고, 배우 윤균상이 데뷔 후 첫 단독 MC로 출연을 확정 지으며 방송 전부터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한동철 PD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직접 들어봤다.
아래는 한동철 PD 일문일답.
- 새로운 아이돌 오디션을 준비하며 기획사 미팅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도전자(출연 희망자)들과 기획사들의 자세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아무래도 ‘프로듀스101’을 처음 시작하던 시기에는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감과 기획사에서 약간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려 있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느낌입니다.
K-pop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덕분에 어린 친구들도 관심도 많아졌고 외부에서 배울 수 있는 곳도 많아서 잘하는 친구들이 많고 수준도 높아졌어요. 지원자들도 이런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자연스러워졌어요.
- 아이돌 오디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프듀101 시즌2’, ‘프듀48’ 등 ‘프듀101’ 후속들과 라우드, 걸스플래닛 999가 준비될 당시보다 저조한 듯한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다시 아이돌 오디션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디션에 대한 분위기는 저조하다기보단 오히려 더 활기차다고 생각해요. K-pop이 전 세계로 확장되어가면서 팬덤이나 시장이 훨씬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 한동철 PD 자신도 ‘믹스나인’이라는 제목의 아이돌 오디션으로 한차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실패의 이유를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당시 경험이 본인한테 미친 영향이 있다면?
제가 제작한 것 중에 ‘믹스나인’ 말고도 안 된 게 많은데 ‘믹스나인’처럼 안 된 걸로 이렇게 화제가 되는 것도 특이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웃음)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학습하고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이돌 오디션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을 세워 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업 비밀’이라고 할 만한 구체적인 방안이 아니라 선행돼야 할 조건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 프로그램에는 룰이 있습니다만 그 룰이 세상에서 제일 공정한 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겐 유리한 룰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불리한 룰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만든 그 룰 안에서는 공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면 이 프로그램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춘 기획사들이 늘어난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아이돌 오디션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기존 아이돌 가수나 팀의 이미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오디션은 대중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론이 나오잖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들이 빌드 업해서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디션 프로그램뿐 아니라 ‘쇼미더머니’ 등 연출했던 경연 프로그램들에서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악마의 편집’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말씀해 주세요.
출발선이 다른 건 인정하지만 뛰기 시작하면 똑같은 룰을 적용해요. 녹화장부터 경쟁이니까요. 이건 경쟁이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니까 시청자들이 이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보여지는 그 감정의 심도는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 ‘글로벌 걸그룹 론칭’을 프로그램의 목표로 잡았습니다. 오디션을 걸그룹으로 특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 세계의 팬덤을 갖는 아이돌, 그런 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글로벌 팬덤을 형성해서 국내외 팬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걸그룹을 만들고 싶습니다.
- YG를 떠나 펑키스튜디오를 설립하셨습니다. 펑키스튜디오의 제작 지향점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엠넷에 근무하는 동안 항상 음악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제가 제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실 다른 건 잘 못해요. 음악을 다루거나 음악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더라도 음악과 연관이 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 한동철의 아이디어는 달랐습니다. 오은영 박사를 아이돌 오디션에 영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를 설득한 방법과 이번 오디션에 오은영 박사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네. 오은영 박사님 섭외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박사님을 엄청 많이 찾아가고 매달렸으니까요. 오디션과 오은영 박사님이라는 이질감이 있는 두 존재의 만남을 방송으로 풀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어린 친구들이 경쟁하며 노력하지만 이 경쟁이 그 친구들의 인생에 전부가 아닐 텐데, 훨씬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게 많을 텐데 혹여나 이 프로그램의 경쟁에서 낙오되더라도 앞으로의 꿈을 가지고 계속 살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건 오은영 박사님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설득하게 됐고요. 박사님도 처음에는 오디션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결국 진정성이 통한 것 같아요.
- 왜 설렘이었습니까? 제목이 강렬합니다. 여기에 얽힌 뒷얘기가 궁금합니다.
요즘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방과 후에 자기 꿈을 위한 것을 배우거나 활동하거나 하면서 크고 있잖아요. 저는 학창 시절에 놀기만 했는데요. 다시 학교를 다니라고 한다면 학교가 끝난 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과 후가 너무 설렐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 공백에 따른 부담감도 있으실 듯합니다. 오랜만에 신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소감과 시청자 및 걸그룹 데뷔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기쁘고 즐겁습니다. 사실 겁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데요. 오랜만에 네이버와, MBC라는 좋은 채널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아요. 걸그룹 데뷔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 제가 해줄 말이 있을까요?(웃음) 이미 어린 친구들이어도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잘해요. 더 많은 시간 노력하고 공부하고 고민한 친구들이거든요. 누가 저한테 편집 조언을 한다면 당황할 것 같은데 이 친구들한테도 그렇지 않을까요?
- 끝으로 PD로서의 연출 소신, 장기적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방과후 설렘’은 후배들과 회사를 설립하고 만든 첫 작품인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회사를 통해 음악에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로 인해서 nobody를 somebody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연출 소신은요. 구성을 정할 때 의견이나 시선이 강하게 많이 들어가면 그게 어떤 사람들한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바란다면 그건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저는 제 안의 룰은 꼭 지킵니다.
사진=펑키스튜디오
김수정 기자 soojk30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