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정가영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연애 빠진 로맨스'가 24일 개봉하며 베일을 벗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외로운 건 싫지만 연애는 서툰 서른 셋 박우리(손석구 분)와 연애가 힘든 스물아홉 함자영(전종서)이 데이팅 어플을 통해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90년 생으로, 독립영화 '비치온더비치'(2016)와 '밤치기'(2018), '하트(2020) 등을 통해 여성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펼쳐 온 정가영 감독은 '연애 빠진 로맨스'를 통해 상업 영화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됐다.
정가영 감독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작업은 정말 다른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이번 '연애 빠진 로맨스' 작업을 하면서 '내가 너무 영화를 많이 몰랐구나, 공부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 다 들통이 나는구나' 뼈저리게 느꼈어요"라고 고백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장편 상업영화를 하면서) 기술력과 많은 예산이 들어간 좋은 제작 환경을 누릴 수 있었죠. 그동안 공부하지 못한 영역들을 전문가들이 알아서 고민해주시고 신경 써주시고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독립영화를 연출할 때는 그 영화 자체가 제 색깔이다 보니 거리낄 것이 없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스스로 자만심에 빠져서 '영화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없었죠. 그랬었는데 상업영화를 처음 해보면서 '왜 내가 이렇게 탱자탱자 살아왔지' 싶을 정도로 너무 영화를 몰랐구나 싶었어요. 욕심도 더 많이 나고, 공부도 많이 해야겠다 싶었어요."
4년 여 전 '비치온더비치'를 촬영한 후 상업영화를 해보자는 제안이 왔고, 시나리오 기획·개발과 각색 과정을 거쳐 지금의 '연애 빠진 로맨스'가 완성됐다.
정가영 감독은 "데이팅 어플로 만난 남녀 얘기로 시작을 했다가 잘 안 풀리고, 여러 군데에서 거절을 당하기도 했죠. 각색 작가님이 투입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줄 수 있는 느낌의 시나리오로 많이 수정이 됐어요. 그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영화로 나오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독립영화를 하던 시절에는 캐릭터 하나로 말들을 끌어내고 하니 전개라고 할 것들이 사실 없는 영화들이죠. 그런데 상업영화는 보편적인 신선한 전개 구조가 필요한 작업이잖아요. 각색 작가님에게 그 도움을 많이 받았었죠. 그렇게 의견 조율을 하면서 제 색을 입혀가는 과정을 더했어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려준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적극적으로 전했다.
"전종서 배우는 '버닝'과 '콜'에서 워낙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줬잖아요. 제 영화의 발칙한 캐릭터를 연기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함께 하게 됐죠. 인간적이면서도 여린 면이 있고,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손석구 배우는, 드라마나 매체를 통해 뭔가 섹시하면서도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갔는데, 저희 영화의 남자 캐릭터를 잘 소화해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캐릭터에 착 달라붙는 연기를 해주셨잖아요.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 상상했던 인물들 이상으로 더 편하게, 애착과 애정이 가게끔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죠"라고 얘기했다.
정가영 감독은 '연애 빠진 로맨스'에 대해 기존 영화들보다 조금 더 여성이 주인공이 돼 연애와 삶,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고 거침없이 풀어내며 재미를 주는 로맨틱 코미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직접적인 노출 장면 등은 없지만, 가감 없는 대사 등으로 몇몇 장면에서는 '19금'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솔직함과 발칙함 사이, 누군가에게는 신선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영화 속 대사와 장면의 균형을 고민했던 부분을 묻자 "사실 이 부분은 제가 독립영화를 할 때부터 했던 고민이거든요.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해야 되는 고민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든 저는 발칙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있는데, 그 경계가 언제나 아슬아슬하다고 느끼거든요.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특히 대중 영화이기 때문에 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찌하였든 그 발칙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저이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으로 많은 아이디어와 대사를 일단 다 쏟아낸 다음에 시나리오를 같이 기획·개발하는 구성원들의 우려와 의견들을 많이 참고하려고 했죠. 결과적으로 최종 완성본을 봤을 때는 괜찮은 선 안에서 균형을 맞췄다고 느꼈거든요. 계속 해야 하는 고민이겠죠"라고 이야기를 곱씹었다.
'가족과 보기 민망하다'는 얘기에는 "이 영화가 너무 자극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다기보다, 저희 영화의 이야기와 캐릭터의 재미 부분이 관객들에게 좀 더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특화된 부분을 연애, 사랑, 성(性)에 대한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말해 온 정가영 감독은 어릴 때부터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초등학생 때부터도 친구들을 모아놓고 '누구를 좋아하냐'고 묻기를 즐겨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지금 영화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쑥스럽게 웃은 정가영 감독은 "영화 속에서 자영이가 술을 마시면서 차였다고 신세 한탄을 하고, 전 남자친구를 얘기하는 모습이 실제 저의 20대의 전부였거든요. 제 친구들은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정가영이 매일 하던 모습인데 이게 왜 재밌지?'라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미지가 이런 쪽으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요? 제 이미지라고 할 것이 뭐 있을까요. 술 좋아하고 연애 좋아하는 것 맞아서… 상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정가영 감독은 "제가 가지고 있는 깜냥보다,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운 좋게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수 있던 것 같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죠. 아무래도 흥행 성적에 대한 부담은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라며 "저희 영화를 보면서 '썸 타고 싶어진다', '누군가와 술을 마시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는 평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저희들의 생각보다 부모님 세대들이 더 오픈돼 있을 수 있으니까, 함께 보셔도 좋지 않을까 하죠"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