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전주, 김정현 기자) 포항의 결승행을 이끈 김기동 감독이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스틸러스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2021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울산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후반 7분 윤일록이 선제골을 넣으며 울산이 앞서갔지만, 후반 44분 그랜트의 극장 동점골로 승부는 연장을 거쳐 승부차기로 향했다. 승부차기에서 울산의 첫 키커 불투이스가 실축했고 포항은 모두 성공해 12년 만에 A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축하한다. 하루 만에 울산이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변화를 줬고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많은 팬이 오셔서 열띤 응원을 해 많이 힘이 났다.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이제 결승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팀으로 결승에 간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극장 동점골을 터뜨린 그랜트는 "솔직히 아직 감정에 북받쳐있다. 너무나 큰 경험을 했다. 선수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해줬다. 동점골을 넣을 수 있어 영광스럽다. 울산이 10명이 돼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이 경험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결승 진출은 선수 인생에 몇 없을 기회다.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일문일답이다.
Q 김기동 감독 2009년 ACL 선수로 우승 이후 다시 감독으로 우승 도전하는데
김 감독 : 선수로써도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었을 때도 좋았지만, 감독으로서도 결승까지 간 게 좀 더 좋다. 감정이 복받치고 기쁘다.
Q 연장전 직전, 선수들에게 어떤 말 했는지
김 감독 : 우리가 수적 우세에 있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까 봐 일단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하자. 나중에 안되면 내가 변화를 주겠다’라고 말했다
Q 지난해 FA컵에서 울산에 승부차기에서 졌지만, 이번엔 이겼다. 승부차기 앞두고 있던 솔직한 심정, 그리고 이준 골키퍼에게 했던 당부
김 감독 : 토너먼트에 들어와서는 경기 전날 승부차기 연습을 했었다. 오늘 그 경기가 떠올랐다. 오늘은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 했다. 지난번에 전민광이 쥐가 나서 4번 키커로 못 찼었는데 이번에 일부러 전민광을 4번에 넣었다. 이준은 부담될까 봐 조언보다는 편하게 하라고 말하고 골키퍼 코치에게 맡겼다.
Q 강상우를 중심으로 한 왼쪽 빌드업이 좋았는데 어떤 주문 했는지
김 감독 :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변화를 준 게 효과적이었다. 미드필더가 빠지지 않고 (신)광훈, (이)수빈이 그 앞에서 움직여줬다. (강)상우가 사이드에서 내려오면서 공간을 찾으려고 하루 만에 준비를 했는데 좋은 선수여서인지 잘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공략해서 도움이 됐다.
Q 수적 우위에도 힘든 경기였는데 결승전을 앞두고 보완할 점
김 감독 : 보완점보다는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경기력이 나쁘지 않다. 세부적인 부분이 부족하다. 볼 소유 시 2, 3분을 소유해야 하는데 좋은 장면이 나오다가도 상대에게 볼을 넘겨준다. 볼을 점유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할 생각이다.
Q 올해 우여곡절 많았지만, 동아시아를 대표해 사우디로 향한다.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어떤 느낌인지
그랜트 : 결승전에 올라와서 준비를 잘해야 한다. 상대와 경기를 해보지 못해 상대를 분석해 장단점을 분석해 이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 우리 구단, 선수들이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었다.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한국을 대표해서 가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가선 안 된다.
김 감독 : 선수 시절부터 저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ACL을 준비하면서 16강이 목표였다. 16강 진출 이후 새로운 목표를 잡고 지금까지 왔다. 결승전을 앞두고 기쁜 것도 있지만 어깨가 무겁다. 한국 클럽을 대표해서 가는 결승전이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아시아에 알리는 팀이라는 것에 어깨가 무겁다. 가서 좋은 결과 갖고 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승리 후 침착하게 홍명보 감독과 악수를 했는데
김 감독 : 존경하는 선배이자 감독님이다. 우리가 이겼지만, 예의를 지키려고 했다. 홍 감독께서 잘하고 오라고 말해줬다.
Q 이준이 걱정과 달리 큰 경기에서 좋은 경험 했는데
김 감독 : 이준이 지난 경기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는데 사실 부상이 있어 어려운 상황이었다. 참고 티 안 내고 오늘 경기를 마쳐 기특하다. 이런 경기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Q 경기 도중 그랜트를 교체해줬는데
김 감독 : 지쳐있는 것 같았다. 제공권을 위해선 체력이 있는 전민광을 넣으려고 했다.
Q 동점골 당시 골이 쉽게 들어갈 상황은 아니었는데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랜트 : 선수로서 마지막에 동점골을 넣었던 기억은 없다. 득점 당시 너무나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벤치로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득점 10분 전에 넣었어야 하는 골을 못 넣어서 감독님께서 화가 많이 났을 거로 생각했다. 동점골을 넣어서 안심됐다. 헤더를 했을 때 ‘들어가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선수로서 동점골을 넣을 수 있어서 멋진 경험이었다.
Q 주축 선수들을 이적시키거나 부상으로 잃고도 중요한 순간 저력을 보이는데
김 감독 : 저는 사실 하는 게 없다. 고참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해주다 보니 저는 한발 물러서서 보고 있다. 아마도 포항이 이전부터 가진 역사,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서 후배들에게 잘 인지를 시켜주면서 이끌어 나가다 보니 팀이 단단해진다고 생각한다.
사진=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