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언제 찾아 올지 모르는 기회를 살리려 매 순간 준비돼 있어야 한다. KT 위즈 신본기는 "너무 잘하려고만 했다"며 줄어든 기회를 실수로 그르친 지난날을 돌아 봤다.
신본기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유격수였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서 여러 포지션을 뛰기는 했지만 확실한 자리가 보장돼 있었다. 하지만 롯데의 딕슨 마차도 영입으로 출전 기회가 줄었다. 신본기는 줄어든 기회를 살리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난해 12월 KT의 선택을 받은 신본기는 새로운 팀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대권을 노리는 KT는 1군 선수층의 두께를 키우려 했고, 신본기는 기존의 선수들과 출전 시간을 나누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올 시즌에는 62경기(선발 34경기)에서 2루수, 3루수, 유격수로 출전하며 KT의 리그 선두 수성에 일조했다.
하지만 바라던 만큼 성적이 난 건 아니었다. 주전으로 출전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를 살려야 했던 신본기는 타율 0.211(109타수 23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87에 그쳤다. 확실한 기회가 보장돼 있던 지난 2018년에는 타율 0.294 OPS 0.799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기회가 줄어든 뒤에는 유지가 쉽지 않았다.
신본기는 "공격이든 수비든 매번 경기에 나갈 때마다 너무 잘하려고만 하다 보니 실수도 나오고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인정할 건 하고 내려놓은 다음에 준비한 걸 보여 주려 했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에서는 신본기 스스로가 바라던 모습이 나왔다. 신본기는 이날 손가락을 다친 심우준을 대신해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결승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KT는 4-3으로 역전승했다.
경기가 끝나고 신본기는 "주전으로 많이 나가다가 근 2년 동안에는 백업으로 출전하고 있는데,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 노하우도 생기는 것 같다. 힘들기는 해도 그 안에서 준비하면 오늘 같이 잘 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노하우에 있어 정답은 없다. 최소한의 기회를 살릴 수 있게 나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출전 시간이 적다는 건 오히려 부족한 걸 운동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본기는 0-2로 지고 있던 5회 초 두산 선발 투수 아리엘 미란다의 2구째를 받아 쳐 2타점 적시타로 만들었다. 다시 동점이 된 7회 초에는 두산 구원 투수 홍건희를 상대로 역전 결승타를 때렸다.
이에 대해 신본기는 "많은 타석에 나가지 못하다 보니 많이 연습하고 준비하려 했다. 김강 타격코치님과 나의 존 안에 오는 공에 스윙하는 걸 많이 연습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신본기가 중요한 순간마다 적시타를 쳐 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