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깊은 타격 슬럼프를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정수빈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3차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3타수 3안타 2타점 1도루로 7-1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2회 말 수비 때 김인태를 대신해 뛰기 시작한 정수빈은 이후 자신에게 찾아 온 모든 타석 기회를 살리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4회 말 첫 타석에서는 중전 안타에 이어 2루까지 훔치며 절실함을 엿보게 했다.
경기 전까지 시즌 56경기에서 타율 0.203(128타수 26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71, 1홈런 17타점 6도루로 예년보다 저조했던 정수빈은 장기화돼 가는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했고, 김태형 감독은 타격 재질을 보인 김인태의 기용 횟수를 늘려 갔다.
올 시즌 출전한 57경기에서 선발 출장한 경기는 32경기. 정수빈은 주로 교체 출전해야 했고, 자신에게 찾아 오는 적은 기회를 살려야만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두산과 FA 계약을 체결하며 수년 동안의 꾸준한 활약을 보상받았지만 올해는 슬럼프가 유독 길었다.
정수빈은 "원래 오늘 선발 출장이 아니었는데, 인태가 빠지며 들어가게 됐다. 그래도 준비는 계속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감도 좋았다. 기회가 와서 살리려 했고, 오랜만에 좋은 타구가 나왔다"며 "2군에 내려가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감을 찾으려 노력했다. 감이 조금씩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야구를 적지 않게 해 왔지만, 힘든 것 같다. 매일 다르다. 그런데 올해 유독 좋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내가 못했다. 핑계댈 게 없다. 내가 못한 거다"라며 "욕을 먹어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야구 할 날이 많으니 못한 건 받아들이고 앞으로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수빈은 또 "항상 보장된 주전 자리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못해서 물러난 거다.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인태가 나보다 좋았으니 주전이 된 거다"라며 "기회라는 건 오늘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 오는 거니까 늘 준비 잘 하고 있으려 한다. 기회가 왔을 때 또 잘하면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두산은 기존 전력들이 번갈아 부진을 겪으며 7위에 그쳐 있다. 이에 대해 정수빈은 "팀이 잘하고 내가 못하면 그나마 좀 덜할 텐데 팀까지 안 좋다 보니 미안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장기적인 슬럼프는 처음이었다. 슬럼프는 있었는데, 항상 잘 이겨내고 야구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그게 좀 길어졌다. 그럴 때 (박)건우와 (허)경민이가 항상 옆에 있었다. 좋은 말도 해 줬고, 함께하며 힘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