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이혼'과 '예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었지만 최근 인기 컨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혼을 주제로 한 예능들이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JTBC '용감한 솔로 육아 – 내가 키운다'와 MBN '돌싱글즈',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까지 7월에만 세 개의 이혼 예능이 출범을 알렸다.
모두 이혼을 겪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별점도 뚜렷하다. 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세 예능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고, 키워드로 나눠 설명해보고자 한다.
# '내가 키운다' - 육아
지난 9일 첫 방송된 '내가 키운다'는 다양한 이유로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된 이들이 모임을 결성해 각종 육아 팁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조윤희-로아, 김현숙-하민, 김나영-신우-이준 가족이 출연하고 김구라와 채림이 클럽 회장과 매니저로 함께 한다.
유튜브를 통해 일상을 공개해왔던 김나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녀의 모습을 첫 공개해 이목을 모았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지만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혼'에 대한 이야기와 그 후의 모습까지 담겨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내가 키운다'는 '돌싱포맨', '돌싱글즈'와는 조금 다른 결의 프로그램이다. 키워드가 육아인 이유이기도 하다. '싱글'이나 '솔로'라는 단어보다는 '키운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기자신의 정체성 보다 엄마로, 엄마 보다는 아이가 먼저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육아 프로그램과 결을 같이 하진 않는다. 헤어짐에 대한 고백, 홀로서기, 용기가 프로그램 전반에 잔잔하고 강하게 깔려있다.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한 제작발표회에서 김현숙은 "저는 가장이기 때문에 돈을 잘 벌어서 아이를 먹여살려야 해서 출연했다"고 솔직한 출연 계기를 밝혔다.
또 김나영은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만 진짜 가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동시에 저희처럼 솔로 육아를 하시는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내가 키운다'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군분투가 그대로 담겼다. 무거운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고된 육아가 엄마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수 양희은은 김나영의 집에 방문해 김나영의 아들 신우, 이준에게 장난감을 선물하는가 하면, 함께 놀아주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김나영은 양희은에 대해 '엄마' 같다고 표현했다. 힘들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준 어른이라는 것. 양희은 또한 "나영이한테 어른이 필요할 땐 내가 그 노릇을 해주려고 한다. '내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라고 애틋함을 전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가족의 모습으로 함께했다.
조윤희 또한 친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조윤희는 "가장 걱정했던 게 로아가 아플 때 너무 당황할까봐 자신이 없더라.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언니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안을 했다. 같이 사는데 너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육아를 함께 도우며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엄마 아빠라는 전형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고 이를 통해 보여주는 엄마와 아이의 삶이 시청자에게 용기를 전달하고 있다.
# '돌싱글즈' - 새 출발
지난 11일 첫 방송된 '돌싱글즈'는 '한번 다녀온' 매력 돌싱 남녀들의 100% 리얼 연애 관찰 프로그램이다. 한 번의 이혼을 겪고 재혼한 배우 이혜영과 정겨운부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지혜, 유세윤이 MC를 맡아 진행 중이다.
'돌싱글즈'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램들과 다르다. 20대부터 40대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이혼남녀들이 출연해 신선함을 더했다. 예측할 수 없는 리얼리티라는 점과 빠른 전개, 독특한 캐릭터 등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돌싱글즈'의 키워드는 '재결합'이다. '돌싱글즈'에 나온 이들은 다시 사랑할 상대를 찾는 것에 중점을 뒀다. 연애를 넘어 재혼을 염두에 두고 나온 출연자도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돌싱글즈'에서는 5회차 만에 '동거'에 돌입한 돌싱들의 파격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은 2.845%(닐슨미디어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처럼 '돌싱글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소위 말하는 '마라맛'이기 때문이다. 첫회부터 서로를 관찰하고 '나를 선택하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들은 아침부터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브런치를 먹는가 하면, 짝을 지어 데이트를 하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출연자들의 나이와 직업, 자녀 유무가 밝혀지면서 판도는 또 뒤바뀌었다.
시청자도 응원하던, 찰떡 커플일 것만 같았던 이들이 상대의 자녀 때문에 흔들리기도 했다. 또 일편단심일 것 같던 출연자가 급히 다른 출연자에게 "나는 어떻냐"고 직설적인 고백을 하기도.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파격적인 전개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또한 MC들의 코멘트가 덧붙여져 재미를 더했다. 특히 이혜영은 사춘기 딸을 키우게 된 때를 회상하며 "제가 아이를 낳은 적도 없고 키워본 적도 없지 않나"라며 "제가 사랑을 주는 법을 선택한 게 이 아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는 거였다. 그래서 방송을 안 했었다"라고 고백하며 싱글맘, 싱글대디의 마음에 깊게 공감했다.
'동거'를 시작한 출연자들을 보며 나쁜 게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혜영은 "우리 신랑이 먼저 동거 제의를 했다. 한 번씩 이혼의 상처가 있었고,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알지 않나"라며 "나도 딸이랑 남편과 살아보고 하니 가족이 될 수 있겠다 했다"고 털어놨다. 한 번의 이혼을 겪은 이혜영의 담담한 이야기가 수많은 '돌싱글즈'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있다.
# '돌싱포맨' - 토크
13일 첫 방송된 '돌싱포맨'은 행복에 목마른 네 남자,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가 펼치는 토크쇼다. 이들은 게스트를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해 연애부터 결혼, 이혼 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돌싱포맨'은 '미우새'의 연장선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머니들이 빠지고, 게스트를 초대한 느낌이다. '돌아온 싱글'인 네 사람은 수많은 방송에서 그랬듯 자신들의 이혼을 토크거리로 삼고 있다.
'돌싱포맨'의 키워드가 토크인 이유는 말 그대로 토크쇼이기 때문이다. 탁재훈을 제외하고는 자녀가 없기에 육아에 대한 경험이 없고, 연애를 하고 싶어하지만 발벗고 나서서 찾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여기서 차별점이 생긴다. '돌싱포맨'은 송민호와 피오, 서장훈, 최수종 하희라 부부,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펜싱 국가대표들까지 어마어마한 게스트와의 티키타카로 승부를 봤다. 네 사람은 연애관과 결혼관에 대한 솔직 토크를 나누거나 '자학 개그', 쉼 없는 상황극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이처럼 '돌싱포맨'은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가장 예능 같은 포맷을 유지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지난 7월 13일 방송에는 서장훈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멤버들은 '제5의 멤버'라며 그를 반겼다. 그러나 서장훈은 해당 회차에서 한 게 청소 밖에 없다. 촬영 장소는 김준호의 집. 김준호는 언제 먹은지도 모르는 편의점 음식, 컵라면, 쌓여있는 설거지 등을 부엌 한 켠에 밀어넣어놓고는 서장훈이 이를 지적하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를 청소하느라 촬영이 지연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도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은 가만히 앉아 서장훈의 미래 연인이 피곤할 것 같다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 서장훈이 토로하는 불쾌함을 그저 잔소리로 치부한 것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돌싱포맨'이 '미우새'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있다. 혼자 사는 남자는 잘 챙겨먹지 못하고 깔끔하지 못해서 '불쌍함'을 산다. 이런 진부한 모습들은 새롭지도 재밌지도 않다. 그게 '리얼'이라면 이혼 후 삶에 대한 인식을 위해서라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이혼이란 이야기를 꺼내는 것부터가 터부시됐던 분위기가 방송가에서부터 바뀌고 있다. 또한 새로운 만남, 재결합, 동거에 대한 시선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혼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실제 이혼을 겪은 이들이 꺼내놓는 삶과 이야기가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을 통해 이혼이 다가 아니라는 것, 이혼이 죄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사진=JTBC, JTBC 방송화면, MBN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