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지난 주말, 스포츠팬들의 심금을 울린 두 세계적 스타의 눈물이 있었다. 배구계 최강자라 불린 김연경과 축구계 최강자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의 눈물이었다.
무대는 달랐지만 눈물의 의미는 비슷했다. 김연경은 16년 동안 몸담아왔던 국가대표팀과의 작별을, 메시는 21년간 뛰었던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이별을 고했다. 세계 최고, 지금의 이들이 있게 해준 무대를 떠나면서 두 선수 모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05년 만 17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단 김연경은 16년 동안 여자배구 대표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2012 런던, 2020 도쿄 올림픽 4강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대표팀의 굵직한 성과의 중심엔 항상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의 활약 덕에 여자배구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한국에 이어 일본, 터키 무대를 평정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김연경은 대표팀의 국제대회 경쟁력까지 끌어 올렸고 비인기 종목에 머물던 여자배구의 인기를 확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세계 최고의 스타임에도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고 대표팀의 부름에 매번 응했다.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는 복근이 찢어지고도 투혼을 발휘하며 대표팀을 본선 무대에 올려 놓기도 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지난해에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자신의 연봉을 대폭 자진삭감하면서 한국 무대에 돌아오는 용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이제 국가대표에 작별을 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연경은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이후 “사실상 오늘 경기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경기다”라면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모두가 예상한 ‘라스트 댄스’였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이별의 순간은 김연경 자신에게도,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아쉽고도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김연경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16년 간 몸담아온 국가대표팀과의 이별을 전했다.
김연경이 눈물을 훔치던 날, 지구 반대편에선 또 한 명의 세계적인 스타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바로 21년 동안의 정든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리오넬 메시였다.
메시는 지난 8일 오후(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노우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열고 바르셀로나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메시는 “아직 팀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지 못하게 작별 인사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라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역사나 다름 없는 선수였다. 2000년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에 입단해 2004-2005시즌 만 16세의 나이에 1군 무대에 데뷔, 2020-2021시즌까지 오직 바르셀로나에서만 프로 커리어를 보냈다. 구단 통산 778경기에 나와 672골 305도움을 기록, 바르셀로나 구단의 최다 출전(종전 767경기)과 최다 골(종전 361골)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으며, 프리메라리가(라리가) 우승 10회, 국왕컵 우승 7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UEFA 슈퍼컵 우승 3회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상도 6번이나 수상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메시 역시 정든 바르셀로나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올해 6월로 계약이 끝난 메시는 연봉 반값 삭감까지 추진하며 바르셀로나와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팀의 재정 위기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재정 규정에 발목이 잡히며 팀을 떠나야 했다. 메시는 기자회견에서 “바르셀로나에서 환상적인 일상을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 난 이런 일상에 안녕을 고한다”라며 “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처음 입은 순간, 마지막 순간까지 이 구단에 모든 걸 바쳤다. 생각 이상으로 만족했다”라고 전했다. 메시는 기자회견 내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바르셀로나와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김연경 없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메시 없는 바르셀로나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 현실로 다가왔다. 16년에서 21년을 몸담아온 정든 무대를 떠나는 스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세계적인 스타들의 뜨거운 눈물에 한국과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눈물도 함께 터진 지난 주말이었다.
사진=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