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에이스가 돼야지. 후배들도 가르칠 정도의 선수가 돼야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전반기 막판에 반등 가능성을 보인 이영하가 최근 등판에서도 고무적인 투구 내용을 보이며 예년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오자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반겼다. 그러면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올 시즌 7위로 내려앉은 데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며 스스로를 탓한 이영하에게 한 가지 당부했다.
"지난해에는 선발이었다가 (함)덕주와 마무리 자리를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가져라.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다.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2년 전에 17승 했다고 최소 15승은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게 마음대로 되나. 어려서부터 워낙 좋은 성적을 거둔 건 맞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다시 차근차근 올라가야 할 때다. 내가 보기에는 그게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19년 시즌에는 풀타임 선발 투수로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에이스로 평가받던 이영하는 정규시즌을 마친 뒤에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기여했고 프리미어12 국가대표에도 승선해 대표팀 안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시즌 단위의 루틴 정립에는 어려움이 있는 일정이었는데, 이영하 역시 이런 패턴을 처음 겪었기에 지난해에는 부침이 길었다. 당시 이영하는 "여러 일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내 준비가 미흡했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에도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전반기 초반에는 부진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부터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6월 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45일 만에 1군 엔트리에 합류한 이영하는 퓨처스리그에서 최고 147km/h까지 기록하던 직구 구속을 이날 149km/h까지 끌어 올렸고 이후 16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150km/h까지 던지며 6⅓이닝 1볼넷 5실점(4자책)으로 역투했다. 김 감독은 좋은 투구 밸런스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인 구속에서만큼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반기 막판부터 컨디션 회복 조짐을 보이던 이영하는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치른 SSG 랜더스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1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날 투구 수 61구를 던진 이영하는 최고 149km/h까지 기록한 직구(37)와 슬라이더(19), 체인지업(4), 커브(1)를 배합했다. 이날 4회 초에는 제이미 로맥, 최정, 한유섬으로 구성한 SSG의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날 투구와 관련해 "잘 던졌다. 전반기 끝날 때쯤에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며 "어제 공 던지는 것 보니 구속도 괜찮고 그런 느낌이면 앞으로 더 좋아질 거 같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당장 고무적인 요소를 보이는 것도 김 감독으로서는 반길 일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았을 때의 투구 밸런스를 찾고 이를 유지하는 것까지 잘 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영하가 운동을 등한시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원래 감각이 뛰어난 선수가 있고 공을 계속 만지작거려야 하는 선수가 있더라. 투수코치와 파악해 볼 때 영하는 계속 쥐고 있어야 하는 유형이다. 그렇다고 몇 백 개를 던지라는 게 아니다. 그정도로 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서로 다르지만 타자는 못 치면 수백 개씩 치고 가지 않나.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책임감을 가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동안 그런 루틴을 정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다. 그래도 이제는 책임감 있는 에이스가 돼야지. 후배들도 가르칠 정도의 선수가 돼야지. 그게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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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