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하지원 기자) 평론가 위근우가 개그맨 유세윤의 인플루언서(SNS상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 풍자 개그를 비판했다.
18일 위근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게 재밌어요?"라는 장문의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위근우가 공개한 사진에는 최근 유세윤이 '까치블리'라는 이름으로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따라해 올린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이 담겨있다.
위근우는 “이게 재밌을 거라 생각하니까 올리고 재밌다고 생각하니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낄낄대는 거겠죠?”라며 “유세윤 씨가 소위 인스타 팔이 계정을 풍자하는 '까치블리'라는 콘셉트 개그를 하고 인스타에서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는데, 저는 이게 정말 조금도 재밌지 않다. 왜냐면 이 개그는 풍자라기에는 너무나 안전하고 쉬운 길로 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몸매 노출하는 걸로 인스타에서 쉽게 쉽게 돈 버는 된장녀들'이라는 굉장히 때리기 쉽고, 다들 욕하고 싶어하는 대상을 골라 비웃는 것뿐이잖아요. 여기에 개그로서 어떤 기발함이 있고 풍자로서 어떤 기개가 있죠?”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위근우는 “노출을 상품화하는 여성을 비난하고 싶다면 그런 노출 계정 골라서 팔로잉하는 남자들부터 비웃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게 더 개그로서 다룰만 하다고 본다"며 "유세윤의 이번 개그가 직접적 여성혐오까진 아니라 해도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여성 혐오적 정서에 기대거나 자극해 웃음을 유도하는 개그라고 본다"라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위근우는 과거 옹달샘이 팟캐스트에서 여혐 발언을 했던 것을 언급하며 "언제까지 과거 일로 사람에게 낙인을 찍을 거냐는 반응이 나온다. 저 역시 그때 잘못했으니 평생 욕먹고 방송에 못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때 그들이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했다면, 흔한 여성혐오 개그, 약자 비하 개그를 벗어나 더 새롭고 건강한 웃음을 시도했어야 한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 옹달샘 3인방은 과거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 비하 발언으로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유세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세 인플루언서 부캐 까치블리로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편해요. 안 웃깁니다", "여자가 만만하니까 건드리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은 위근우 인스타그램 전문.
이게 재밌어요?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궁금하기도 하네요. 이게 재밌을 거라 생각하니까 올리고 재밌다고 생각하니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낄낄대는 거겠죠?
유세윤 씨가 'ㅇㅇ블리' 류의 소위 인스타팔이 계정을 풍자하는 '까치블리'라는 컨셉 개그를 하고 인스타에서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는데, 저는 이게 정말 조금도 재밌지 않아요. 왜냐면 이 개그는 풍자라기에는 너무나 안전하고 쉬운 길로 가기 때문이지요.
'몸매 노출하는 걸로 인스타에서 쉽게 쉽게 돈 버는 된장녀들'이라는 굉장히 때리기 쉽고, 다들 욕하고 싶어하는 대상을 골라 비웃는 것뿐이잖아요. 여기에 개그로서 어떤 기발함이 있고 풍자로서 어떤 기개가 있죠?
정말 인스타에서 웃음을 경유해 비판할 할 대상이 인스타팔이 정도 밖에 없나요? 세상 소탈한 척 인스타에서 일진 놀이 중인 대기업 오너는요? 하나마나한 말로 구루 놀이 멘토 놀이 중인 강연팔이들은요? 숨쉬듯 여혐하는 얼짱 유튜버는요? 부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남들에게 사기 치는 주식부자 계정은요? 이들이야말로 해악도 크고 개그 밈으로 쓸만한 스테레오타입 아닌가요?
인스타팔이 계정이 무결한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에요.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요. 다만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흠결 있는 여성 붙잡아다 조리돌림하는 게 국민스포츠인 나라에서 이미 다들 흉보고 싶어하고 또 흉봐도 논란되지 않을 만만한 대상을 콕 집어 줘패는 걸 폭력의 동참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또한 노출을 상품화하는 여성을 비난하고 싶다면 그런 노출 계정 골라서 팔로잉하는 남자들부터 비웃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 이게 더 개그로서 다룰만 하다고 보는데요? 그런데 그런 남성들의 이중적 모습보단 그냥 노출하고 감성글 써서 돈 버는 여자들이 더 싫은 거잖아요. 그러니 유세윤의 이번 개그가 직접적 여성혐오까진 아니라 해도(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고요) 여성혐오적 정서에 기대거나 자극해 웃음을 유도하는 개그라고 봐요.
과거 옹달샘 팟캐스트 여혐 발언 논란을 이야기하면 대체 언제까지 과거 일로 사람에게 낙인을 찍을 거냐는 반응이 나오는데요, 저 역시 그때 잘못했으니 평생 욕먹고 방송에 못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때 그들이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했다면, 흔한 여성혐오 개그, 약자 비하 개그를 벗어나 더 새롭고 건강한 웃음을 시도했어야 한다는 거예요.
반성이란 반성을 통해 더 나은 실천을 하는 것으로서만 진정성을 획득하죠.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과거 유세윤의 UV는 음악시장과 예능 사이의 경계에 균열을 내며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했죠. 그에 비해 이 까치블리 시리즈는 너무 얄팍한 공감에 기대는 퇴보한 개그예요.
물론 그럼에도 저게 웃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좋아요가 수만에서 십만을 기록하는 거겠죠. 그럴수록 한 마디라도 거들어야겠습니다. 전 하나도 웃기지 않습니다.
사진=위근우, 유세윤 인스타그램
하지원 기자 zon122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