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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실속파 네덜란드, '5-0' 그 팀은 아니다

기사입력 2007.05.31 20:25 / 기사수정 2007.05.31 20:25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피파랭킹 6위. 월드컵 8회 진출 경력에 1988년 유럽챔피언. 그러나 네덜란드 축구는 우리에게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네덜란드는 1998년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충격적인 0-5 패배를 안겨준 팀인 동시에, 2002 월드컵 4강을 이끈 히딩크 감독을 선물한 나라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2002 월드컵 직후 네덜란드로 향했으며, 그 중 박지성과 이영표는 두각을 나타내며 잉글랜드 무대까지 밟고 있다. 히딩크와의 좋은 인연으로 한국 대표팀은 그 후 두 명의 네덜란드 감독을 선임했다. 이모저모로 네덜란드는 한국과 참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러나 축구에서 인연과 실력은 다른 문제. 6월 2일 한국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국땅을 밟은 네덜란드 선수들은 한결같이 한국과의 좋은 인연을 강조하면서도 필승의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판 니스텔루이, 로번, 판 데 사르 등 낮익은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네덜란드 대표팀은 한국과의 인연을 무색하게 할 만큼 낯설어보인다. 판 브롱코스트(바르셀로나), 딕 카이트(리버풀) 외에 대부분 국내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네덜란드 대표팀, 그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며 그들의 진짜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네덜란드의 '척추', 아약스 커넥션

과거의 네덜란드 대표팀은 각국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조합이었다. 세리에 A를 호령한 수비수 스탐(전 AC 밀란), 라 리가를 휘저은 코퀴(전 바르셀로나), 프리미어리그에서 골 행진을 벌인 판 니스텔루이(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떨친 베르캄프(전 아스날)의 조합은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판 바스텐 감독은 국내 리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에레디비제 선수들을 중용했다. 특히 리그 상위권 팀들의 선수들은 뛰어난 활약으로 판 바스텐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소속팀에서 다진 조직력을 대표팀에서 과시하며 네덜란드 특유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펼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핵심은 리그 2위 아약스의 선수들이다. 이번 방한 대표팀에도 아약스는 총 4명의 선수가 포함되어 가장 많은 대표팀 선수를 보유한 팀이 되었다. 선수들의 면모 역시 출중하다. 197cm의 장신 골키퍼 스켈렌부르크를 비롯하여 수비수 헤이팅하, 공격형 미드필더인 슈나이더, 그리고 '헌터' 훈텔라르가 그 주인공. 이들은 대표팀에서도 포지션별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조직력을 강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하지 않지만 강한, 네덜란드의 해외파
 
이번 방한 대표팀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로번, 불라루즈(이상 첼시), 판 데 사르(맨유)가 빠지며 최강 멤버를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을 찾은 네덜란드의 해외파는 각국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판 바스텐 감독의 신임을 얻은 '실속파' 선수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버풀의 딕 카이트. 이번 시즌 페예노르트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카이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을 터뜨리며 성공적으로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했다. 페예노르트 시절부터 판 바스텐 감독의 눈에 들어 마카이, 클루이베르트 등 대표팀 선배들을 제낀 카이트는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핵심선수 중 하나다. 중앙공격수 이외에 오른쪽 윙포워드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것 역시 카이트의 장점이다.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의 3인방 마티센, 나이젤 데 용, 반 더 바트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아약스 커넥션 못지 않게 함부르크의 3인방은 수비와 미드필더 조직력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나이젤 데 용은 미드필더와 수비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이며, 반 더 바트는 A매치 42경기에서 8골을 넣어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함부르크의 플레이메이커이다.

5-0 시절은 지났다

한국 축구팬의 기억 속에 네덜란드는 한국 대표팀을 5-0으로 완파한 강팀으로 남아있다.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은 한국을 꺽은 기세로 4강까지 오르며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야프 스탐, 베르캄프, 클루이베르트, 오베르마스, 필립 코퀴 등이 버틴 당시 네덜란드 팀은 유럽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명실상부한 '최강팀'이었다.

판 바스텐 감독 휘하의 네덜란드 대표팀은 분명 네임밸류에 상관없이 좋은 기량의 선수들을 계속 발굴하고 있지만, 그들을 이용하여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파 선수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지만, 판 바스텐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해외파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다. 2006 월드컵에서나 현재 진행중인 유로 2008 예선에서 국내파 선수들이 단 한 골도 득점하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네덜란드는 여전히 훌륭한 선수들을 배출해내고 있지만, 90년대 베르캄프와 스탐, 코퀴 등이 유럽무대를 호령하던 시대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판 니스텔루이가 라 리가에서도 득점행진을 이어가며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그는 판 바스텐 감독과 불화를 겪으며 대표팀 소집을 거부하고 있다. 각국 리그의 득점왕을 모두 보유하고 있던 2000년대 초와 다르게 현재 네덜란드에는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베테랑'이 절대 부족하다. 판 바스텐 감독이 판 니스텔루이의 복귀를 호소한 것은 이와 같은 네덜란드의 고민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분명 네덜란드 대표팀은 피파 랭킹 6위를 자랑하는 유럽의 강호다. 그러나 1998년 한국 대표팀을 5-0으로 완파했던 그 팀은 아니다. 한국 대표팀 역시 2002년을 계기로 많은 성장을 해온 것이 사실. 홈에서 벌어지는 이번 친선경기는 9년 전 치욕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유럽의 선진축구를 몸으로 느끼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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