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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타점 1위 "저는 찬스를 즐기지 않습니다"

기사입력 2021.06.10 12:34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현세 기자] "저는 찬스를 전혀 즐기지 않습니다. 즐기려고도 해 봤지만 그건 (이)대호 형이나 (강)백호, (이)정후 정도 되는 선수여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어떻게든 쳐서 이기겠다는 생각뿐이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절실하다. "하루하루 보고 가는 선수"라며 스스로를 낮추지만 이유가 있다. 2015년에는 3할 타율을 치며 입지를 다지는 듯했지만 그 뒤 4년 동안에는 성적 하락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난항을 겪었기에 이제는 훈련도 경기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거다. 고초의 시간을 겪은 정훈은 작년 시즌 111경기 타율 0.295, 11홈런 58타점 1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09를 기록하며 팀 내 최고 타자 반열에 올랐다.

작년 시즌에는 팀 내 득점권 타율(0.357, 1위) 조정득점생산(115.7, 2위)에서 매우 뛰어난 수치를 보였던 정훈은 올 시즌에도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정훈은 우리 팀의 코어(핵심) 선수다"라고 말한다. 서튼 감독 부임 이후 이대호가 3번 타순으로 자리를 옮기는 시간이 늘었고, 또 이대호의 부상 이후 안치홍, 전준우와 함께 정훈도 4번 타순에 서는 일이 잦았다. 

4번 타순은 그동안 이대호가 오랜 시간 맡아 온 자리다. 롯데에서는 상징적인 타순이기에 전준우도 "부담에 대해선 전혀 생각지 않을 수는 없는 자리"라고 했지만 정훈은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4번 타자로 8경기 연속 출장한 6월 한 달 동안에는 타율 0.400(35타수 14안타), 1홈런 15타점, OPS 1.303으로 맹활약했다. 이 기간 득점권에서는 타율 0.538을 기록하며 지난주 롯데의 2연속 위닝시리즈와 8일 사직 두산전에서 18-9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정훈은 "대호 형과 아무리 친하더라도 힘들었던 4, 5년 동안에는 태연한 척했었다. 형도 내 성격을 알아서 많이 간섭하지 않았다. 내가 자존심도 센 사람이라서 더 그랬다 보더라. 그런데 19년 시즌 이후에는 대호 형한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생각을 바꾸니 형이 왜 지금까지 잘하는 선수인지 처음으로 보이게 되더라. 사실 형은 타고 났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운동하는 루틴을 보며 '저 정도 선수도 저만큼 하는데 나는 왜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훈은 "4번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다면 전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대호 형이라는 큰 4번 타자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타점도 장타도 욕심을 부려 봤다. 그런데 나는 대호 형이 아니더라. 4번에 있어도 1번 타자처럼 나가듯 출루하려 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그래도 나는 4번 자리에 대한 생각을 빠르게 바꾼 것 같다. 내가 홈런 타자는 아니다 보니 4번 자리에서도 하던 대로 똑같이 하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 타자들 중에서도 득점권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던 정훈이다. 6월 한 달 동안 15타점으로 리그 최다 타점을 기록하며 찬스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 준 데 있어서는 "전혀 즐기지 않는다"며 웃더니 "즐긴다는 생각으로도 뛰어 봤지만 그건 대호 형이나 (강)백호, (이)정후 같은 선수가 하는 거 같다. 나는 그렇게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즐기지 않습니다"라며 손사래쳤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연합뉴스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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