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경기 끝나고 방송 인터뷰하다가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울컥하더라고요."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4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4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무패)을 거뒀다. 나균안의 호투에 힙입은 롯데는 키움을 3-0으로 꺾으며 길었던 6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날 3회 말까지는 매 이닝 출루를 허용한 나균안은 딕슨 마차도의 호수비와 지시완의 도루 견제 등 야수와 함께하며 실점 없이 호투를 이어 나갔다. 4회 말부터는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한 나균안은 6회 말까지 83구만으로 효율적인 투구를 해 나갔다. 7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나균안은 2사까지 잡은 뒤 서준원과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서준원이 승계주자를 묶으며 1군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하게 됐다.
경기가 끝나고 나균안은 "너무 행복하다. 내가 잘 던진 경기에서 팀이 이겨 너무 좋다. 울컥했다. 아까 방송 인터뷰하면서 부모님 이야기를 해서 조금 울컥했다"며 "첫 승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어쨌든 전향했으니 내 할일은 이제 투수라고 생각한다. 준비도 잘 했다. 준비를 해야 시합에 나가서 잘 던질 수도 있는 거니까.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2017년 롯데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나균안은 유망한 포수로 평가받았지만 입단 초 무주공산이던 롯데 안방을 어린 나이에 지키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나균안은 '포수로서 뛰었던 경험이 투수로 뛰는 데에도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며 웃더니 "카운트 싸움이나 제구 위주의 투구를 하다 보니 타자를 승부하는 데 있어서 유리하고 좋은 것도 같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작년 시즌 투수로 전향을 선언한 뒤 갖고 있던 재능을 되살리기 시작했고,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4경기 모두 선발 등판해 20이닝을 소화했고 퀄리티 스타트도 1회 기록하는 등 잠재력을 드러냈다. 1군 무대에서도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68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50을 기록했다. 본격적으로 선발 등판하기 시작한 15일 수원 KT와 경기에서는 5이닝 무4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기도 했다.
이날 등판을 마치고 내려가는 동안 3루 관중석에 자리한 롯데 원정 팬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은 나균안은 "약간 소름돋았다. 야구하면서 오늘 최다 이닝, 최다 투구 수를 던졌다. 내가 잘 던졌나 하는 순간에 뒤돌아 보니 박수를 쳐 주셔서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1군 무대에서 재기하는 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여야 했던 나균안에게는 포지션 변경뿐 아니라 개명에 결혼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그는 "개명 이야기도 많이들 물으시지만 이름을 바꿨다고 야구를 잘하게 된 건 아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포지션을 바꾸면서 부모님께서는 많이 아쉬워하셨다. 내가 야구하면서 포수만 해 왔으니 해 온 게 아깝지 않았을까 했다. 아내가 많은 힘이 돼 줬다. 힘들어하고 방황할 때 위로도 돼 주고 장인, 장모님께서도 티를 내시지 않지만 많이 응원해 주셨다. 그 덕에 투수로도 좋은 활약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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