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선발투수가 1이닝 만에, 1이닝도 던지지 않고 마운드를 내주다니. 황당하기까지 한 SSG 랜더스의 나날들 속 평균 나이 만 21세의 어린 투수들은 묵묵하게 변수를 지워냈다. SSG의 5월, 이 선수들이 없었어도 버티기가 가능했을까. 팀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짊어질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영건들의 활약은 더 반갑다.
옆구리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43일 만에 복귀전에 나선 외국인 아티 르위키는 1회를 깔끔하게 던져놓곤 2회를 앞두고 어깨가 아프다며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급하게 장지훈(22)이 마운드에 올랐고, 장지훈은 3이닝을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등판 후에는 데뷔 첫 승의 기쁨이 있었다.
장지훈은 지난 4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윌머 폰트가 등판을 앞두고 목 통증을 호소했을 때도 급하게 마운드를 채웠던 투수였다. 전날 데뷔전을 치른 장지훈의 1군 두 번째 등판이었다. 이때 장지훈은 7실점을 했지만 3이닝을 소화하며 이 경기를 다시 계산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김원형 감독은 장지훈을 "제구가 안정적인 선수다. 신인이지만 마운드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던질 수 있고, 60~70구까지 충분히 던질 수 있는 내구성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급하게 이닝을 채워야 하는 때가 아니더라도, 장지훈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기 공을 던지고 있다. 데뷔 한 달 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1군 마운드에 적응한 모습이다.
오원석(20)은 5선발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선발 후보로 시즌을 준비했고, 시즌 출발은 불펜으로 했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첫 선발이었던 4월 22일 삼성전에서 4⅔이닝 3자책점으로 제 몫을 다하더니, 다음 등판이었던 28일 KT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8탈삼진과 함께 작성했다.
잠시 주춤한 때도 있었지만 5월 23일 LG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올렸다. KT와의 이틀 연속 연장전으로 불펜 소모가 많았던 5월 마지막주에는 불펜으로 대기, 박종훈이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내려간 후 3이닝을 책임지면서 마운드 운영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 박종훈과 르위키가 동시 이탈하면서 다시 선발로 돌아가는 오원석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이제 신인왕 후보 언급은 자연스럽다.
전역 후 첫해이자 1군 생활이 사실상 처음인 최민준(21)은 경기 경험을 쌓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최민준을 점점 중요한 상황에서도 기용하기 시작했고, 최민준은 5월 9일 키움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2사 만루 상황 등판해 이정후를 뜬공 처리,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승을 올렸다. 5월 18일 KIA전에서는 2점 차 2사 1·2루에서 나와 실점 없이 1⅓이닝을 막고 첫 홀드를 달성했다. 5월 한 달 13경기 평균자책점은 2.13. 믿고 맡기기에 손색 없는 성적이다.
김원형 감독은 여러 악재 속에서도 최근 10경기 9승1패를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으로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어린 선수들이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타선이 살아나기까지 기복 없는 토종 에이스들과 필승조가 팀을 지탱했다면, 김원형 감독의 말처럼 젊은이 선수들은 활력소가 되어 지칠 수 있었던 팀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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