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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광주, 김현세 기자]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다."
지난 2019년 말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1년여 지난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은퇴식을 가진 윤석민은 후회가 남는 일이 있다고 했다. 미국 무대에 도전하고 돌아온 그가 재기하는 데 발목을 잡은 어깨 부상을 보다 철저한 관리로 예방했더라면, 그리고 팬들에게 조금 더 다가갔더라면 하는 후회다.
윤석민은 "후회해도 이미 늦은 것 같다"고 했다. 그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인 현역 선수도 적지 않다 보니 그라운드가 더욱 아른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역 야구선수로서 뛸 수도 있었다는 미련은 다른 분야에 도전하면서 "99% 잊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역 시절 팬들에게 "야구만 잘하면"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윤석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그래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마스크 5만 장을 기부했다.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뜻을 담으려 했다.
윤석민은 현역 시절 KIA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였다. 지난 2005년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KBO 12시즌 통산 77승 75패 86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남겼다. 2011년에는 다승(17승 5패), 평균자책점(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투수 4관왕을 거머쥐기도 했다. KBO 역사상 해당 4개 부문을 동시에 휩쓴 투수는 선동열 전 감독과 윤석민뿐이다.
전성기 시절 결과를 보여 주면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윤석민은 최고의 결과를 냈던 시절도 있었지만 미국 무대에 도전 후 돌아와서는 어깨 부상으로 적잖이 예민할 수밖에 없던 시기를 보냈다. 그는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사실 내가 팬 서비스가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건 팬들을 무시하거나 주시는 사랑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시합을, 야구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몰랐다. 그래서 시합에만 집중하려 했다. 방해된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실제로는 방해도 되지 않았다. 왜 몰랐을까. 그때는 그런 경계선을 지키려 했던 것 같다. 나를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시는 팬 분들도 많이 계실 거다. 죄송하다. 그런데 늦었다. 감사한 마음 늘 간직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자신이 운 좋은, 복받은 선수였다고 말한다. "수만 명이 내 이름을 외쳐 준 선수였다. 은퇴식도 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 주신 팬들과 지금은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지금은 방송 또는 골프라는 새 분야에 도전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야구를 해야 하고, 또 하고 싶다. 타이거즈에서"라고 말했다.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던 선수를 품고 사랑했던 그 곳이다. 언젠가 그라운드로 돌아오면, 달라진 윤석민의 진짜 보답도 시작이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