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20 11:26 / 기사수정 2007.05.20 11:26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두 팀이 만난 FA컵 결승전,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기에 그 어떤 경기보다 조심스러웠고 또 치열했다.
맨유와 첼시의 FA컵 결승전은 연장 26분, 드록바의 결승골로 승부가 갈렸다. 이로써 첼시는 이번 시즌 칼링컵과 FA컵을 모두 차지하는 '더블'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결승전 승부는 그 내용상 그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기 힘든 박빙이었다.
같은 포메이션, 다른 효과
무리뉴 감독과 퍼거슨 감독의 생각이 통했을까. 양 팀 감독은 모두 이번 시즌 내내 쓰던 포메이션을 버리고 4-3-3 진영을 들고 나왔다. 셰브첸코와 발락이 빠진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에겐 지난 시즌 사용했던 4-3-3 이외에 선택이 없었다. 한편 공격자원이 부족한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득점력이 좋은 긱스, 호날두를 활용하며 첼시의 중앙미드필드에 대처할 수 있는 4-3-3을 선택했다.
하지만 양 팀 감독의 선택은 각기 다른 효과를 가져왔다. 첼시는 윙포워드를 활용한 공격진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전반부터 맨유를 위협했다. 이번 시즌 투톱 전술을 쓰며 선발출전기회를 거의 잡지못한 숀 라이트-필립스와 후반에 투입된 로벤은 빠른 발로 맨유 수비를 농락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한편 맨유는 제공권이 약한 루니가 중앙에 포진되면서 스콜스, 캐릭의 롱패스가 공격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루니가 중앙에서 공을 잡지 못하자 호날두 역시 찬스를 잡지 못하며 특유의 드리블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최고의 수비, 연장승부를 이끌다
그러나 맨유에는 비디치-퍼디난드 콤비가 있었다. 맨유는 드록바의 강한 피지컬에 대응한 듯 수비 4명을 모두 중앙수비 성격이 강한 비디치, 퍼디난드, 브라운, 에인세로 채웠다. 비디치는 드록바를 전담마크하며 드록바를 통한 2선공격을 사전 봉쇄했고, 퍼디난드는 드록바를 통한 2선공격을 수비하는 역할을 했다. 에인세와 브라운은 역습 상황에서 중앙수비를 도우며 몇 번의 위험한 찬스를 잘 막아냈다. 스콜스까지 수비 깊숙한 곳에 위치하며 맨유의 협력수비는 드록바를 116분동안 효과적으로 막았다.
한편 첼시에는 멀티플레이어 에시앙과 세계 최고의 골키퍼 체흐가 있었다. 에시앙은 이미 수비수 역할에 완벽하게 적응한 듯, 오프사이드 라인을 잘 맞추며 빠른 루니의 돌파를 잘 끊어냈다. 장신 테리의 약점인 스피드를 훌륭하게 보완한 것. 한편 체흐 골키퍼는 훌륭한 위치선정으로 빠른 역습을 구사하는 맨유의 공격을 차단하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체흐는 오프사이드 상황에서조차 공이 골대로 들어가지 못하게끔 헌신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골운이 따르지 않은 맨유, '한 방'에 미소지은 첼시
맨유는 많은 찬스는 아니었지만 첼시보다 더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시작 직후 루니의 중거리슛이 체흐 골키퍼에 막혔고, 이것을 다시 긱스가 슈팅했으나 체흐의 손에 맞으며 골이 되지 못했다. 연장 13분에는 루니의 크로스가 긱스의 슈팅으로 연결되었으나 체흐가 골라인 바로 앞에서 잡아 아쉬움을 남겼다.
맨유가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첼시의 결정력은 마지막에 빛을 발했다. 맨유 수비에 막히며 경기 내내 고전한 램파드와 드록바는 종료 4분 전 멋진 2대1 패스로 찬스를 만들었고, 드록바는 한 마리 학처럼 날아올라 가볍게 골문 안으로 공을 차 넣었다. 반 데 사르 골키퍼를 지나친 이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FA컵 결승전의 결승골이 되었다.
신의 미소, 첼시를 향하다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박빙의 대결을 벌인 양 팀, 결국 맨유는 좋은 찬스를 만들었음에도 골운이 없어 좌절했고, 첼시는 한 번의 찬스를 잘 살리며 귀중한 승리를 얻었다. 결국, 축구의 신이 첼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맨유로서는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FA컵에서도 중앙미드필더가 강한 팀에 패배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퍼거슨 감독의 하그리브스 영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 새로이 영입된 발락과 셰브첸코 없이 맨유를 꺾고 FA컵 트로피를 차지하였고, 이에 따라 팀 내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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