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현세 기자] "롯데 팬들은 환상적인 팬들이다.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느 스포츠든 적용되는 것이다."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고 롯데 자이언츠 제20대 감독을 맡게 된 래리 서튼 감독이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2차전을 앞두고 부임 당일 공식 석상에 섰다.
롯데는 그동안 허 감독과의 마찰과 시즌 최하위로 떨어져 있는 현 상황이 아닌 1, 2군 선수간 교류를 아쉬워했다면서 경질 사유를 밝혔는데, 서튼 감독은 퓨처스 감독을 지내면서 구단의 육성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롯데가 내세우는 비전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11일 오전 1군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서튼 감독은 이날 1군 선수단과 상견례를 마치고 "롯데 1군 감독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다. 타이밍이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어느 시점이든 새롭게 시작하는 건 좋은 거라는 점"이라며 "당부하고 싶은 건 인내심이다. 나는 다른 나라에서 와 일하며 인내심과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튼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게 됐다.
▲롯데 1군 감독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다. 타이밍이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어느 시점이든 새롭게 시작하는 건 좋은 거라는 점이다. 기대가 크다. 당부하고 싶은 건 인내심이다. 나는 다른 나라에서 와 일하며 인내심과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최대한 원활하고 정확한 소통을 하려면 팬과 미디어와도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언제 정식 감독으로 부임이 결정됐다고 들었나.
▲오전 중에 결정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후로 코칭스태프와 대화하며 최대한 준비하려 했다.
-선수단과 상견례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오늘 경기에 준비를 잘해 이기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순위상으로는 비록 좋은 순위는 아니지만, 우리 팀 안에서는 작은 것부터 잘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득점을 많이 낼 때는 좋은 결과가 나왔고, 많이 이기고 있다. 타이트한 경기를 치를 때는 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선수단에게 '작은 것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했다. 매 경기 15안타, 18안타를 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득점을 내느냐에 집중하겠다. TV로 볼 때 좋은 광경을 지켜 봐 왔다. 매 경기 팀원들이 하나로 뭉쳐 단합됐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우리는 팀으로서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피칭, 수비, 공격 세 가지에 있어서 확실한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구단이 감독직을 맡길 때 무얼 바랐나.
▲기본적인 걸 중시해 달라고 들었다. 피칭, 번트 등 여러가지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부산은 환상적인 도시다. 롯데 팬들은 환상적인 팬들이다. 그러니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스포츠든 적용되는 사실이다. 선수들과 얘기할 때면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롯데가 우승하기를 구단만 아니라 이 도시, 팬들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상당하다. 가방 속에 50파운드짜리 무게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받으며 야구하고 있다. 기대는 이해하지만, 불필요한 짐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롯데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말 좋은 스토리가 있지만, 이제는 우리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 롯데에 리빌딩, 윈나우 어느 기조가 맞다고 보나.
▲좋은 질문이다. 우리 팀을 보면 기술이 좋은 선수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기고자 하는 야망이 정말 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훌륭한 유망주를 발굴하고 성장시키고 있는 단계다. 그 유망주들이 잘 성장하며 1군 무대의 라인업에 포함될 때까지 잘 준비하겠다. 리빌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재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퓨처스에서는 육성이 목표였다면, 1군에서는 승리로써 보여 줘야 한다.
▲첫째로는 이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챔피언이 되는, 위닝 컬쳐를 만들겠다. 모든 선수가 개인적이기도 하겠지만 함께 커야 한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고 목표로 삼겠지만, 그와 동시에 성장하는 문화도 만들겠다.
-타선 등 기존 운영에 변화가 생길 수 있나.
▲변화는 있을 것이다. 공격 면에서는 그렇다. 오늘 라인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으로서 나만의 철학은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야구하는 것이다. 실력을 떠나 주어진 구성원으로 당장의 경기에 가장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성하겠다. 나는 라인업을 볼 때 1~4번과 5번, 그리고 하위 타순을 구분한다. 상위 타순이 최대한 출루를 하고 하위 타순에서 쳐서 주자를 최대한 움직이게 하는 게 나만의 목표이기도 하다. 최대한 효과적으로 구성한다면 상대 팀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하위 타순 어느 곳에 몰리는 게 아니라 균형을 갖추도록 하는 게 목표다.
-오늘(11일) 콜업한 선수(정우준, 송재영, 신용수)로부터는 무엇을 확인했나.
▲작년부터 1년에 야수 1명과 투수 1명을 1군에 올린다고 하면 정말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퓨처스 코치들을 칭찬하고 싶다. 큰 틀을 만들어서 1군에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현 상황에서는 1군에서 잘 던지는 투수가 부상으로 빠졌으니 퓨처스에서 준비돼 있는 선수를 올릴 기회가 생겼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1군에서 볼 기회가 생겼다.
-부임 첫날 훈련 중에 배팅볼을 직접 던지더라.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 투수다. (웃음)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할 때가 있다. 어떻게 훈련하는지가 중요하다. 얼마나 훈련하는지보다 준비 과정에서 질적으로는 어떻게 훈련하는지, 또 경기 때 어떻게 드러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 야구는 차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친한 친구가 되는 것보다 선수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서로 믿음을 나눈다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KBO리그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어낸 훌륭한 감독의 사례가 있다. 그중 한 분은 내가 선수 때 함께 생활한 분이다. 현대에 있을 때 그 감독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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