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8년 전이었던 지난 2002년, 국가대표 '탈락 1순위' 가운데 하나였던 그는 시간이 지나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캡틴박'으로 우뚝 섰다.
한국 축구의 영광을 함께 해온 '영웅'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국가대표 10년은 '시작은 약했지만 끝은 위대했다'라는 말 그대로 매번 꾸준하면서도 진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 큰 귀감이 됐다.
박지성은 지난 2000년 4월 5일,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1차 예선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전국 대회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박지성은 당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올림픽 대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그러나 빼어난 기술도, 뚜렷한 장점이 없어보였던 그를 크게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성실한 자세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꾸준하게 펼친 박지성은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기량이 부쩍 급성장하며 주축 선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체구는 크지 않아도 악착같이 뛰고, 헌신적인 플레이를 많이 펼친 박지성을 히딩크 감독은 꾸준하게 중용하면서 그의 발전을 돕고 지켜봤다.
마침내 박지성이 크게 주목받은 계기가 찾아온 것은 2002년 5월,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잇달은 친선 경기 때였다.
당시 최정예로 나선 두 유럽 강팀을 맞아 박지성은 연달아 골을 뽑아내며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특히 프랑스전에 터트린 골은 당시 세계 최강이라 평가받던 프랑스 수비진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시원하게 터트린 골이어서 많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불과 한두달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탈락 후보로 점쳐졌던 박지성은 이 골로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고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에서 박지성은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보여줬다. 예선과 토너먼트 7경기를 모두 뛰면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으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신화에 큰 역할을 해냈다. 특히 예선 최종전이었던 포르투갈전에서 환상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또 8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는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성공시켜 4강 진출에 밑거름을 만들기도 했다.
패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박지성에게 히딩크 감독은 큰 기회를 줬다. 바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것이다. 200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입단한 박지성은 이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의 연달은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박지성은 2년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가 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박지성의 국가대표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36분, 조재진의 헤딩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골키퍼의 키를 넘기고 동점골을 터트리며 1-1 무승부를 만드는데 공을 세웠다. 이후에도 국가대표 경기에서 꾸준하게 자신의 경기력을 보여준 박지성은 2008년 10월, 마침내 국가대표 주장까지 오르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그래서였을까. 박지성은 더 많은 골과 활발한 몸놀림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상당한 활약을 해주며 또 한 번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일등 공신이 됐다. 두 차례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터트린 것을 비롯해 동료들의 결정적인 공격을 도우며 무패 행진을 달리는데 제 몫을 다했다. 박지성의 활약 속에 '허정무호' 국가대표팀은 무패로 기분좋게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해냈다.
남아공월드컵 직전에 열린 한일전 원정 경기에서 일본 응원단 울트라 니폰을 침묵 속으로 몰아넣은 통쾌한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던 박지성은 자신의 3번째 월드컵이자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또 한 번 일을 해냈다. 그리스와의 예선 1차전에서 후반 7분, 상대 수비의 볼처리 과정에서 빠르게 가로채 드리블한 뒤 감각적으로 왼발슛을 해 쐐기골을 터트리며 2-0 완승을 이끌어냈다.
아시아 최초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골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원정 첫 16강 진출에 또 한 번 크게 일조하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후배들에게 '좋은 형'으로 인식돼 '따뜻한 캡틴박'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박지성은 마지막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 '유종의 미'를 꿈꾸고 있다. 이미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 출전해 이렇다 할 인연을 맺지 못했던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고 국가대표 은퇴를 화려하게 장식하려 한다..(3편에서 계속)
[사진= 박지성 (C) 엑스포츠뉴스 DB]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