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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마음이 만들어낸 희비 - 포항v대구

기사입력 2007.04.30 09:38 / 기사수정 2007.04.30 09:38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이보다 더 치열한 경기가 또 어디있을까. 

지난 29일 수원의 2위 도약으로 순위 탈환이 간절해진 포항 스틸러스가 대구FC를 만났다. 그러나 대구 역시 중위권 도약을 위한 갈림길이기는 마찬가지. 경기 시작 전부터 접전을 예고했던 두 팀의 대결답게 치열한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치열한 전반, 주거니 받거니

양 팀은 20분도 되지않아 각각 경고 한장씩을 주고받는 등 시작부터 격렬한 몸싸움을 펼치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포항이 이렇다할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는 가운데 에닝요의 문전 앞 아쉬운 슈팅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대구는 곧 전반 10분 문주원이 코너킥 상황에서 에닝요의 코너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선제골을 뽑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선제골의 기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첫 실점 후 더욱 맹렬한 공세를 펼친 포항은, 전반 29분 역습상황에서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돌파한 황진성의 패스를 이어받은 김기동이 동점골을 만들며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한다.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니 그야말로 혈전이라 할만한 경기가 펼쳐진다. 이미 포항은 만회골 이전에 박희철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한발 앞서 황진성을 투입한 상황이고,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어느 팀이라고 구분할 것 없이 서로가 치열한 몸싸움에 나뒹굴기 시작한다.

에닝요와 김기동이 번갈아가며 중거리슛을 시도해 분위기 쇄신을 노려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서 순식간에 치열한 45분이 끝났다.

쫓는 자 보다는 쫓기는 자가 더 급한 법

포항은 전반 종료 직전 경고를 받은 김수연을 마우리시오로 교체하며 더욱 적극적인 수비를 펼쳐 대구의 공세를 막는 가운데 역전의 한 골을 노리기 시작한다. 한편 이렇다할 변화 없이 후반에 임한 대구 역시 역전의 한골을 노리기는 마찬가지다 보니 여전히 전반못지 않은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며 격렬한 각축전을 펼친다.

허나 이번에도 한발 앞서 경기의 흐름을 가지고 온 것은 대구였다. 포항 미드필드진의 치밀한 패스워크에 휘말리는 듯 하던 대구의 공격은 후반 12분, 에닝요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근호의 슈팅이 골로 연결되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

포항은 오범석 대신 최태욱을 투입해 다시 한번 만회를 노려보지만 본격적으로 흐름을 타기 시작한 대구의 공세가 정신없이 포항 문전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결국 후반 18분 이근호가 또 한번 추가골을 기록하며 스코어는 1-3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3번째 실점 후 다시 한번 맹공세를 펼치는 포항이지만 몸보다 마음이 앞선다. 후반들어 빛을 발하나 싶던 포항의 미드필드가 우왕좌왕 하기 시작하자 포항의 공수 양면도 함께 휘말리면서 정신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선보인 것. 정성룡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근호에게 헤트트릭도 내어줄 뻔한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국 포항은 마지막까지 이렇다할 만회골을 만들지 못하면서 결국 안방에서 1-3의 대패를 맞이했다. 8경기 연속 무승, 3무5패의 충격적인 기록만 이어지게 된 것. 게다가 대구 수비진 중 2명이 이번 시즌 리그에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마지막 승리가 언제였더라?-포항

사실 포항의 패인을 꼽자면 대구 공간 침투에 쉽게 무너진 수비진이나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간 미드필드진, 또 찬스를 잘 살리지 못한 공격진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크고도 결정적인 패인을 꼽자면 단 하나,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무승행진과 그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꼽아야 할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이기지 못한 탓에 자신감은 자신감대로 하락하고 심리적인 불안만 더욱 커진 셈이 된 것. 이러한 심리적 위축이 위축된 플레이로 이어지면서 오늘과 같은 경기를 만들어냈다.

포항의 심리적 동요는 이미 전반 첫 실점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김기동의 동점골이 터졌다고는 하나 일찌감치 오프사이드 논란에 휩싸인데다 전반 시작부터 과도한 플레이로 위험한 파울과 경고 상황을 선보이며 의욕 과잉의 플레이를 펼쳐보인 포항이다.

실제로 대구의 변병주 감독은 오늘 경기에 대해 '상대가 오랫동안 무승 행진을 이어오는 중이라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됐을 거라 판단했고, 또 실제로도 그런 플레이를 보여줬다. 선제골을 성공한다면 충분히 이길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혀 이미 심리전에서도 한발 앞서 있었음을 확인시켰다. 포항 관계자도 너무 오랫동안 무승 행진이 지속되면서 선수들이 침체기에 빠지다보니 플레이도 안정을 잃은것 같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강팀만 만나면 힘이 난다 - 대구

반면 대구는 연이어 강팀들을 잡는 데 성공, 선수들 대부분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데다 코칭 스탭진과 선수단 간의 철저한 신뢰까지 더해지면서 오히려 시간이 갈 수록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는 상황.
 
특히 지난 수요일 인천과의 대결에서 2-4로 대패를 기록했음에도 이번 대결에서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다는 점은 자신감과 심리적 안정이 경기력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게 하는 부분이다. 또 전반보다는 후반이, 실점 전보다는 실점 후에 더욱 강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대구는, 덕분에 K리그 감독들에게 있어 '무서운 팀'으로 재각인됐다.

'우리는 아직 100%의 팀이 아니라 100%가 되는 과정에 놓여있는 팀이다'라는 변병주 감독의 한마디야 말로 대구FC라는 팀을 가장 잘 말해주는 말이 아닐까. 이번 시즌 보다는 오히려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가 되는 대구다.


단지 한 경기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생각했을때 과연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가까운 것은 누구일까? 복병도 많고 변수도 많은 2007년의 K리그. 마지막에 웃는자는 누가 될 것인지 주목하자.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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