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이 다 함께 “완주를 위하여”를 외치며, 현실적인 해피 엔딩으로 지난 8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들이 다른 사람이기에 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도 서운해하지 말자며, ‘우리’여서 할 수 있는 사랑을 약속했다.
지난 4일 방영된 최종회에서 기선겸(임시완 분)과 오미주(신세경)는 말이 잘 통하는 사이, 말하지 않아도 “사랑하니까” 마음을 아는 사이로 한층 더 나아갔다. 아버지 기정도(박영규)가 당내 경선 경쟁자인 노근성(이도엽) 의원을 깎아 내리기 위해 누나 기은비(류아벨)와의 스캔들을 의도적으로 터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돼 상처를 받은 선겸은 미주로부터 또다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그 위로로 받은 에너지와 그만의 방식으로 누나를 토닥였고, 엄마 육지우(차화연)에게도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할리우드 진출을 위한 미팅을 포기하면서까지 이혼을 선택했다. 기정도는 결국 낙선했고, 정계 은퇴까지 시사했다. 그렇게 둘 앞에 있던 돌덩이를 치우고, 선겸은 에이전트로서, 미주는 영화번역가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반듯하게 자리를 잡아갔고, 언제 어떻게 전할지 몰랐던 사랑을 말하며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갔다.
아버지 서명필(이황의) 회장의 죽음 이후,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정말 시간이 없어진 서단아(최수영)는 이영화(강태오)에게 예견된 이별을 고했다. 영화는 완성한 그림을 전하며, 마음을 예쁘게 정리하고 간직하는 ‘첫 사랑’을 위한 최선의 길을 택했다. 피상적으론 ‘새드 엔딩’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단아와의 사랑은 앞으로 다가올 감정들을 배우고 성장한 ‘기초 공사’ 같은 것이라 받아들였다. 그렇게 ‘최연소 부사장’이란 판타지 같은 일을 해낸 단아는 갤러리 신인 작가전에서 영화의 그림을 발견했다. 이번에도 단번에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림의 의미를 읽어냈고, 자신도 “보고 싶다”다 읊조렸다. 때마침 미술관을 찾은 영화의 눈엔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리고 아직도 자신이 선물한 운동화를 신고 있는 단아가 있었다. 이처럼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며 오래도록 남을 로맨스를 완주한 ‘런 온’이 지난 8주간 써내려 간 ‘9초대’ 기록들을 돌아봤다.
#나를 성장시켜주는 사람, 그리고 사랑
어딘가 한 군데씩 망가지고 결핍이 있던 사람들이 만났다. 하지만 이들이 그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 속엔 온전한 ‘나’가 있었다. 구태여 지켜왔던 자신의 결을 바꾸거나, 상대를 위한 틀에 끼워 맞추거나, 본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오롯이 나만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성장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유독 스스로에게 무심했던 선겸은 미주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원하는 것, 사랑하는 것,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주류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미주는 선겸이 “참 잘 자란 어른”이라는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 “나는 나랑 제일 잘 지내고 싶다”는 다짐과 함께, 서로의 존재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던 인물들의 성장과 사랑은 그렇게 시청자들에게도 따뜻한 위안의 서사를 안겼다.
#저마다의 속도→다름의 가치
‘런 온’은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다름’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때로는 오해가 생기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었던 이유는 ‘차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선겸과 미주는 서로 다른 세계를 나란히 두기로 했고, 단아와 영화는 구태여 각자의 세계로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각 커플이 “앞으로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식의 해피 엔딩이 아닌, 현실적으로 행복해 보였던 엔딩을 맞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우로 이름 석 자 내세우며 사느라 자녀에게 관심을 쏟지 못했던 육지우와 이른 나이에 임신과 이혼을 겪은 동경(서재희)은 “엄마 노릇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책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아닌 건 아니었다. 기은비의 말대로 ‘엄마’라는 이름은 같아도 역할은 다르고, 고예준(김동영)의 위로대로 다른 건 틀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심코 건넨 말과 행동이 선을 넘는 무지함이 될 수도, 불쾌를 유발하는 무례함이 될 수도 있는 상황들을 짚었고, 함부로 기준을 정하지 않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 ‘다름’의 가치에 더욱 힘을 실었다. 시대 감수성을 담은 세련된 드라마라는 호평이 끊이지 않은 이유였다.
#진심으로 하나 된 따뜻한 ‘작감배’ 시너지
무리한 설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유발되는 피로도 없이, 저마다의 해석으로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등장 인물들을 응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이 ‘런 온’을 사랑했던 가장 큰 강점이었다. ‘말 맛’이 살아있는 박시현 작가의 통통 튀는 대사 속엔 각각의 인물들을 진심으로 어루만지는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었고, 감정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재훈 감독의 연출엔 그 감성이 완벽하게 살아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열연은 그 시너지에 방점을 찍었다. “모든 캐릭터의 삶을 소홀하게 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들이 앞으로 더 사랑하고 즐겁게 살아갈 것이란 행복하고도 현실적인 결말을 담아내겠다”던 이재훈 감독의 메시지대로,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이 등장한 최종회의 엔딩은 따뜻함의 온도를 최대치로 올려놓았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인물들의 현재를 상상해보며, 그 온기의 여운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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