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1.19 02:12 / 기사수정 2010.11.19 07:59
[엑스포츠뉴스=이철원 기자]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남자 드래곤보트팀이 대회 개최국인 중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터트렸다.
지난 18일 오전9시(현시시간) 쩡천 호수(Zengcheng Dragon Boat Lake)에서 열린 남자 드래곤보트 1,000m 결선에서 '우승 후보' 한국 대표팀은 이날 1위를 차지한 인도네시아에게 무려 5초 이상 뒤진 3분37초254의 저조한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팀은 선수 전원이 국제카누연맹(ICF)에 등록된 스프린터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7월 울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니어 200m와 500m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카누연맹의 한 관계자는 "개개인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타 팀을 압도한다"는 말과 함께 남자 드래곤보트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모두 획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 예선 1조에서 3분35초646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예선 2조 1위를 차지한 인도네시아보다 5초가량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며 월등한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두 시간 뒤 결선에 오른 한국팀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게 1위와 2위를 내줬다. 이미 500m 구간에서 인도네시아에게 4초 가까이 뒤처졌을 만큼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불과 2시간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경기 후 한국 선수 및 코칭스텝 모두 첫 스타트부터 속도가 나지 않았던 것이 이상해 경기에 사용한 3번 레인 배의 밑부분을 살폈다. 한국팀의 배 밑부분에는 다른 국가의 배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따개비가 유독 많이 달라붙어 있었다(드래곤보트는 예선 성적에 의해 결선 레인이 정해지게 되며,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총 1위를 차지한 국가가 결선 3번 레인에 배정된다).
대한카누연맹 관계자는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기 후 코치가 연맹으로 전화해 따개비 사건을 보고했다. 따개비는 물살을 바꿔놓고 속도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국내에서 개최하는 드래곤보트 대회에서도 일일이 따개비를 떼고 시합을 한다"며 "아마추어 대회도 아닌 아시안게임에서 이런 점을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이어 "코칭스텝이 단복을 입은 채로 어깨가 젖을 정도로 물에 손을 넣으며 강력히 항의를 했고, 직접 관계자를 불러 확인까지 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결국 시합 종료 후 회의가 열렸지만 돌아온 답변은 내일(19일) 500m경기에서도 '따개비 배'는 계속해서 사용될 것이며, 심지어 현장에 있던 관계자로부터 '그 배가 있는 레인을 배정받지 않으려면 너무 잘해서 예선 1위를 하지말라'는 식의 말까지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맹 관계자는 "선수단은 주최측의 어이없는 태도에 분해하고 있다"면서 "연맹 측도 마찬가지다. 특히 1,000m는 금메달이 가장 유력했던 주력 종목이었기에 이 사태에 대한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팀은 '따개비 배'로 인해 19일과 20일 500m와 250m에서 '독이 든 성배'인 예선 1위를 놓고 고심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중국팀은 '따개비 배'를 탄 한국을 거세게 추격했지만 결국 간발의 차(1.2초)로 4위를 차지했다.
[사진 (C) 대한카누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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