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더그아웃에서 교체하려 하는 것 같아 '책임지겠다'고 표시했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 8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재원에게 크게 한 방 맞았다. 공이 몰렸다. 오재원은 밋밋하게 오는 컷패스트볼을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때 투구 수가 92구였다. 올 정규시즌에서 평균 93구 정도 던져 왔다. 시즌 최다 투구 수가 118구이기는 하나, 정규시즌 같이 여길 수는 없었다. 당시 비교적 여유 있는 4점 차이기는 했으나 안심할 수 없는, 단기전이었다. KT로서 교체를 검토할 만했다. 구원 등판할 투수까지 여력이 됐다. 2사 후 박승민 투수코치가 오르려 했다. 그런데도 쿠에바스는 교체를 거부했다.
"그때 더그아웃에서 교체하려 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경기 잘 이끌어 왔고 흥분돼 있었다. 막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임지겠다'고 표시했다. 더그아웃에서 받아들여 이닝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
"이닝 끝나고 나서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고 흥분 상태여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씀드렸다. 박 코치님 역시 '너가 못해서 바꾸려 했던 게 아니다. 투구 수가 많았고 여러가지 고려해서 그랬다'고 하셨다. 결국 '잘했다'고 해 주셔서 잘 마무리됐다."
쿠에바스는 교체 지시를 거부하고 더 잘 던져 나갔다. 다음 두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고 불펜 소모까지 줄이게 했다. 최종 8이닝 동안 103구 던져 3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으로 KT가 5-2 승리할 수 있게 도왔다.
쿠에바스 투구는 KT 역사에 남게 됐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팀 KT가 첫 승하는 데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팀 포스트시즌 첫 승리 투수 겸 데일리 MVP 쿠에바스는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고 결과까지 좋게 나와 매우 기쁘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인생 투구해 줬다"고 칭찬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고척, 김한준,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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