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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동국, "마지막에 우승컵 든다면 그게 해피엔딩"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0.10.28 12:32


[엑스포츠뉴스 전주, 조은혜 기자] 전북현대 이동국이 은퇴를 결정했다. 23년 만에 현역 유니폼을 벗는 이동국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이동국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동국은 내달 1일 전주에서 열리는 대구FC와의 최종전에서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 이날 이동국은 "만감이 교차한다. 서운한 마음, 기대되는 것도 있고. 주위에서 1년 더 해도 될 거 같은데 왜 그만두냐고 했을 때, '아직 선수로서 경쟁력이 있는 상황에서 은퇴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해 228골 77도움(전북 소속 360경기 출전, 164골 48도움)으로 K리그 사상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전북현대에 입단해 K리그 우승 7회, AFC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등 제2의 전성기를 구축하며 전북현대와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맹활약했다. 특히 2009년 입단 첫해 전북의 창단 첫 리그 우승을 견인하고 자신도 득점왕을 거머쥐는 등 팀과 선수 모두에게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또한 AFC 최고 대회인 챔피언스리그에서 통산 37골(75경기 출전)을 성공시킨 이동국은 이 대회에서도 최다골 기록을 보유하며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서 입증했다. 자신의 프로 데뷔해인 98년 국가대표에 첫 발탁돼 1998년과 2010년 FIFA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A매치 105회(역대 10위)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득점했다. 다음은 이동국과의 일문일답.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은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부상에 나약해진 모습을 발견하고 난 다음이다. 항상 긍정적이고 언제나 좋은 생각만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든 후에 조급해하는 날 발견했다. 제 2의 삶이 기다릴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와이프와 얘기했다. 이제는 누가 봐도 그만해도 될 시기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결심하게 됐다. 사실 울산전 전에 구단과 얘기를 했고, 울산전이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울산전이 끝난 뒤 발표했다.

-은퇴 얘기는 식상하다고 할 정도로 늘 은퇴 질문을 받았다.
▲선수들이 다같이 있는 메신저 단체방에 은퇴한다고 올리니까 하나같이 믿질 않더라. 최근 한 5~6년 항상 후배들한테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라고 했는데 정말 현실로 이뤄질지 몰랐다고 얘기하더라. 오래 할 수 있던 비결은 멀리 내다보지 않고 당장 앞에 있는 경기만 신경쓰면서 지내온 것이 도움이 됐다. '나이가 들었으니까, 노장이니까 못해'보다 먼저 앞에 서서 선수들과 파이팅 하다보니 내 나이를 모르고 살았다. 지금 내 나이를 들으면 나도 놀라곤 한다.

-후배들에게 '롱런'에 대한 조언을 하자면.
▲어차피 프로 선수라는 직업은 선후배를 떠나서 동료 선수들과의 경쟁이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프로에서 오래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 경쟁에서 이겨내려면 내세울 수 있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누구도 못 따라올만큼 만들다보면 프로 생활에서 롱런할 수 있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한다. 

-전주라는 도시의 의미는.
▲지금 내 고향 포항에 가면 네비게이션을 켜고 다니는데, 전주에서는 그냥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제 2의 고향과 다름이 없다. 전북에서 얻은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10년 넘게 운동하면서 전주 팬들의 함성을 들었다. 팬들도 보면 날 어렵게 대하는 게 아니라 친근한 사람인 것 처럼 대해주신다. 끈끈한, 묘한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전주는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면서 자주 내려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경기가 중요한 경기다.
▲우승하기 위해서 대량 득점을 가져와야 하고,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내려올 수 있다고 하면 그거야 말로 멋진 일이 될 거 같아서 기대가 된다. 보통 은퇴할 때 울더라. 나는 울지는 말자 생각하고 있는데, 슬퍼서 우는 것보다 기쁨의 눈물이라면 얼마든지 울 수 있을 것 같다.  동료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 정말 화려하게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등번호에 대한 애착이 있을텐데.

▲나도 포항에 입단할 때 홍명보 선수가 달고 뛰었던 번호를 달고 뛰었고, 지금까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번호가 됐다. 20번을 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애착이 있다. 우리 선수들 중에서 최보경 선수가 탐을 내더라. 다는 순간 너는 욕을 많이 먹게 될 것이다 얘기해서 아마 달지 않을 것 같다(웃음). 이 번호가 젊은 선수들, 아니면 축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에게 가지고 싶어하는 번호라는 것에 너무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 전북에서의 20번은 팀이 키우고 있는, 아니면 유스로 성장하고 있는 선수가 입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다양한 기록들 중 애착이 가는 기록은.
▲나도 며칠 동안 보면서 많은 것을 이뤄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록들에 대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대표팀을 포함해 800경기 이상 뛰었다는 걸 나도 오늘 아침에 접했다. 한 선수가 800경기 이상을 뛸 수 있다는 것은 1~2년으로는 될 수 없는 그런 기록이라고 생각이 든다. 10년 이상 경기를 꾸준하게 해왔기 때문에 그런 기록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가다. 그런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소화하기 위해 몸을 만들고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를 뛰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기록은 후배들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은퇴를 결심하며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했을텐데.
▲부상 이후에 많은 얘기를 나눴다. 1년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충분히 경쟁력 있고 가능성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나도 느꼈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가 조급해하고 서운해하고, 나약해진 모습을 봐 결심했다. 늘 아내는 마지막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게 지금이 이 순간이다. 짜놓은 것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경기에 우승컵을 드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 그 순간에 내가 있다고 하면 더 기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잇다. 이게 아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앞으로의 계획은.
▲앞에 있는 경기만 생각하고 있어서 아직 내년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할 지, 뭘 잘할지를 찾아야 하는 시간이다. 좀 쉬면서 축구 외에 어떤 것을 잘할 지 찾는 시간도 재밌을 것 같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전주,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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