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14 11:20 / 기사수정 2007.11.14 11:20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세계 배구의 추세를 보면 보직 파괴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한국여자배구팀을 본다면 이 점이 아쉽게 여겨졌습니다. 위치에 상관없이 자신 있는 공격을 내려치는 선수는 90년대 여자배구의 전성기가 지난 이후 한동안 보기 어려웠었습니다.
그러나 척박하고 열악한 한국여자배구 풍토에서 기대이상의 신인들이 나오는 것은 축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2007 FIVB 월드컵대회에서 한국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유나(18, 한일전산여고)는 한국여자배구의 기대주인 김연경(19, 천안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과 함께 여자대표팀의 미래를 짚어지고 갈 재목입니다.
2007 여자프로배구 드래프트에서 당당히 1라운드 1순위로 GS 칼텍스에 둥지를 튼 배유나의 특기는 타고난 배구감각과 테크닉을 겸비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라이트와 레프트 자리를 오가며 세터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배유나입니다.
그저 가능성만 확인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부터는 확실히 대표팀의 주전선수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작년까지 대표팀 주전 라이트였던 황연주(20, 천안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어 있는 공백을 현재는 배유나가 메워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의 레프트 거포인 김연경과 함께 좌우날개의 쌍포 콤비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황연주의 자리를 배유나가 들어섰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배구의 윙스파이커로서 그리 크지 않은 신장(180cm)에 오른손잡이로 라이트에서 활약하는 것이 먹힐지가 의문부호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10득점 이상을 올려주고 기본적인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배유나의 모습에 코칭스태프진과 언론들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내 무대보다 훨씬 높은 블로킹과 서브, 그리고 공격력이 판을 치는 국 제무대에서 배유나는 자신의 스피드와 배구센스를 적절하게 응용해 자신이 활약할 입지를 만들어 간 것입니다.
드래프트 1순위로 배유나를 지명한 GS 칼텍스의 이희완 감독은 “배유나는 어느 위치에서건 공격이 가능하고 빠른 조직력의 배구를 구사하는데 안성맞춤인 선수.”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특히 세트플레이시에 배유나의 재능은 한껏 빛이 납니다.
타고난 배구센스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지능적인 세트플레이를 바로 이해하고 한 타이밍 먼저 움직이는 플레이는 한국적인 조직력의 플레이를 하는데 적격입니다. 그리고 파워와 높이로 승부하는 선수가 아닌 만큼, 현재 배유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빠른 스피드와 순간의 상황을 정확하게 캐치하는 배구센스에 있습니다.
현재 국제배구의 추세를 보면 남자배구는 물론 여자배구의 라이트 공격수도 결정타를 때려주는 높이와 힘을 가진 선수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그에 반해 현재 한국여자배구의 라이트 진을 보면 결코 힘과 높이로 승부하기엔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오랜 기간동안 황연주가 대표팀 라이트로서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은 왼손잡이란 장점에 빠르고 기습적인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단지 왼손잡이가 아닐 뿐이지 황연주와 비슷한 포맷을 가진 선수가 바로 배유나입니다.
그러나 배유나가 주전으로 기용됐을 시에는 한국대표팀의 윙스파이커진의 효율성이 한층 커집니다. 무엇보다 라이트에만 국한돼 있었던 황연주보다 간간히 레프트로 자리를 이동해 때리는 배유나의 다양성이 통하고 보다 다채로운 세트 플레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월드컵 3라운드가 끝난 현재, 107점으로 한국대표팀 최고 득점을 올리고 있는 김연경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선수가 바로 배유나(90득점)입니다. 이제 신진 2년으로 치면 빼어난 활약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대표팀에서 역량 있는 일원으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지금보다 더 빠른 스피드가 관건이 될 것이며 많은 경험으로 얻은 폭넓은 시야도 관건입니다. 비록 기존의 포지션이 라이트지만 보공적인 역할도 담당해야 할 것이고 수비도 더욱 발전해야 한국팀의 전력이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브리시브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국내 여고생 선수로 활약할 당시 공수주부분에서 모두 뛰어난 평가를 받았지만 처음으로 몸에 익힌 국제배구의 강 서브는 정말로 낯선 플레이였습니다.
대표팀선수로 활약하면서 많은 강 서브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배유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지난해보다는 발전한 리시브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김연경을 제외한 레프트인 한유미(수원 현대건설 그린폭스)와 한송이(구미 도로공사)등의 두 자매 선수는 모두 서브리시브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의 체계적인 구성을 놓고 볼 때, 보공 레프트 자리는 무엇보다 서브리시브의 책임이 리베로와 함께 막중해 지는 포지션입니다. 그러나 한국팀은 이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공인 김연경과 리베로인 김해란이 번갈아가며 리시브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배유나도 작년보단 서브리시브가 안정됐으나 앞으로 전체적인 팀의 발전을 위해선 배유나의 리시브와 수비력이 한층 발전돼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배유나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블로킹에 있습니다. 현재 월드컵대회 한국팀의 블로킹 부분에서 15개를 성공해 주전 미들블로커인 김세영과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비록 크지 않은 신장이지만 블로킹 타이밍 감각이 좋은 배유나는 적소에 상대방 레프트 공격을 분쇄하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능력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필요한 부분이며 배유나는 국제경기로 경험을 쌓으면서 점점 진일보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의 문제점이 보조공격수로서 팀의 살림꾼이 될 선수가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배유나가 앞으로 책임져줄 부분은 여기에 있고 모든 방면에서 능숙한 진정한 배구천재로 거듭날 때 한국의 전력은 더욱 탄탄해 질 것입니다.
일본배구가 지금과 같은 조직력을 갖추는데 있어서 가장 큰 핵심의 전력은 바로 만능 플레이어의 표본인 다카하시 미유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수비와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아시아권 팀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하려면 정말로 이러한 선수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다카하시를 능가하는 배구센스의 달인으로 배유나가 성장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 = GS 칼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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