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신효원 인턴기자] ‘영혼수선공’이 간호사 ‘태움 문화(직장 내 괴롭힘, 간호사들 사이 사용하는 은어)’를 사실적으로 조명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가해자 찾기만이 아닌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지난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영혼수선공’ 21-22회, 23-24회에는 지속성우울장애를 앓다 세상을 등진 허 간호사(박예영 분)와 그가 떠난 뒤 충격에 휩싸인 은강병원 이야기가 그려졌다. 병원 윗선은 허 간호사의 죽음에 책임을 전가하기 바빴다. 부원장 오기태(박수영)는 동료를 잃은 간호사들을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누가 그랬냐”라며 가해자 색출에 나섰다.
그러나 이시준(신하균), 박대하(정해균) 등은 전염 가능성이 높은 자살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가해자 색출만이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태움’이라는 문제가 생길 만큼 간호사들을 극한으로 모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시준은 동료 간호사를 통해 허 간호사가 과중한 업무량에 힘들어한 사실을 알게 됐다. 허 간호사는 신발 끄는 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맨발로 다니라는 이야기, 화장실이 급해 자리를 비우면 “환자 죽이려고 작정했느냐. 화장실 갈 생각 말고 기저귀 차고 다니며 볼일을 보라. 중환자실 간호사라면 그 정도 사명감은 있어야 한다”며 꾸지람을 들었다.
드라마는 일부 간호사가 행한 직장 내 괴롭힘 역시 문제지만,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이어지는 간호사 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서로에게 독이 되는 ‘태움’이라는 문제가 왜 생겼는지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1-24회 방송 후 온라인에는 자신을 간호사라 표현한 시청자들이 깊은 공감의 목소리를 보내왔다. 한 시청자는 “태움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왜 그런 문화가 생겼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이유가 있다”고 전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가라앉아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해준 ‘영혼수선공’에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공황장애로 고통을 받는 지하철 기관사,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에 이어 세상을 등진 간호사의 고충을 조명했다. ‘영혼수선공’은 현실과 가깝지만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통해 정신질환을 다뤄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마음 건강’이 필요한 시기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23-24회에서 시준은 간호사들에게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도록 서명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뿌리깊게 박힌 문화를 바꾸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 여전히 병원이 가해자 찾기에만 몰두하는 가운데, 허 간호사의 죽음 가해자로 낙인이 찍힌 나 간호사(서은아)가 절망감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을 예고해 긴장감을 자아냈다.
과연 ‘시스템 변화’를 얘기한 시준은 나 간호사를 구하고 간호 업무 시스템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혼수선공’ 25-26회는 오는 17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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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원 기자 shw12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