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3.01 00:54 / 기사수정 2007.03.01 00:54
[맨유 vs 레딩 관전평]
승자의 비결 : 기회가 찾아올 때 놓치지 않는다!
레딩의 수비진은 전반 초반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해 상당히 혼란스러워했고, 결국 수비 혼전 중에 에인세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다. 이후 맨유 특유의 롱패스에 대비하지 못한 레딩은 사아와 솔샤르에게 단독 찬스를 내 주었고, 결국 이것이 모두 골로 연결되었다.
특히 올시즌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던 사아는 페데리치 골키퍼의 잘못된 위치선정을 보고 침착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전반 초반 높은 집중력으로 찬스를 놓치지 않는 맨유의 플레이는 왜 그들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지 말해주었다.
박지성, 맨유의 마케렐레?
오늘 박지성은 몇 번의 좋은 찬스를 좋지 않은 트래핑 때문에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공격에서의 부진한 부분을 수비로 잘 메워주었다. 전반에는 레딩 왼쪽 측면의 쇼레이, 설기현을 밀착 마크하면서 레딩의 공격을 원천봉쇄하는데 주력했던 박지성은 후반 들어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레딩의 숏패스를 끊어 공격으로 연결하면서 맨유의 역습에 많은 공헌을 했다.
박지성은 맨유가 적은 수의 공격으로 역습을 주도할 때 항상 좋은 위치를 점유했을 뿐만 아니라, 공격이 끊겼을 때 재빨리 수비로 돌아가 수비를 끊어내는 역할도 수행했다. 오셔와 플레처가 다소 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에 비해 박지성의 활동량은 양 팀 선수 중 단연 최고였으며, 프랑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케렐레의 활동량을 방불케 하였다. 이는 같은 윙 미드필더인 설기현이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수비 가담이 다소 적었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리차드슨, 욕심이 앞섰다
한편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한 리차드슨은 오랫동안 1군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경기감각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전에는 에인세의 오버래핑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솔샤르가 3번째 골을 넣는데 기여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필요한 드리블로 레딩의 역습을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차드슨은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얼굴에 조급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개인기량으로 골을 넣으려는 욕심이 앞서 보였다.
박지성이 오늘 선발로 출전한 사아와 좋은 호흡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 것에 비해, 리차드슨은 주변 선수들에게 공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면서 경기흐름을 끊었다. 맨유의 팬까페인 레드까페의 회원들도 리차드슨의 오늘 플레이에 실망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으며, 팬들이 매긴 평점에서도 리차드슨은 이견 없이 최하점을 기록했다.
양파같은 팀, 레딩
3대 2로 지면서 레딩의 FA컵 레이스는 끝이 났지만, 레딩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하고 열정적이었다. 코펠 감독은 리그를 위해 1.5군을 투입하고서도 맨유를 후반 종료 직전까지 추격하는 명장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목할 것은 오늘 출전한 선수 중 레딩의 개막전 경기에 선발출전한 선수가 시드웰, 도일, 쇼레이, 잉기마르손 뿐이라는 점이다. 레딩은 송코, 도일, 콘베이 등 팀의 핵심전력이 빠진 상황에서 후보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후보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었고 이제 그들은 레딩 돌풍의 어엿한 주역이 되었다.
시즌 초반 조커로 출전했던 리타는 자신의 잠재성을 무한히 발휘하며 이번 경기에서도 맨유의 삼엄한 수비를 뚫고 골을 만들어냈으며, 송코와 잉기마르손에 밀려 출전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던 비케이는 엄청난 피지컬로 송코가 없는 레딩의 중앙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설기현에 밀려 후보로 전락하는가 싶던 오스터는 오늘 경기에서 양팀 윙플레이어 중 가장 수준급의 크로스와 돌파를 보여준 선수였다.
레딩은 이처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차례대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마치 까도 까도 계속 껍질이 나오는 양파처럼 말이다. 비록 레딩이 맨유에게 석패하긴 했지만, 오늘 경기에 더 큰 박수를 보낼 팬들은 레딩의 팬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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