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22 13:11 / 기사수정 2010.08.22 13:11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지동원이 대형 공격수가 되려면 자신의 갈 길을 빨리 정해야 한다."
최근 K-리그에서 신인답지 않은 놀라운 득점 감각을 뽐내며 주목받고 있는 '대형 신인' 지동원(19, 전남 드래곤즈)에 대해 최순호 강원FC 감독이 입을 열었다.
1980년 18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최순호 감독은 1986 멕시코월드컵과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하며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갔던 장본인이었다.
최순호 감독은 현역 시절 185cm의 장신에도 유연한 신체를 바탕으로 한 드리블 능력을 보여줬고,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패스 능력까지 갖춘 대형 공격수였다. 전성기 시절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를 비롯한 유럽 명문구단들로부터 여러 차례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다.
특히 최순호 감독은 멕시코월드컵 조별예선 이탈리아전에서는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지역에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린 후 벼락같은 중거리포로 동점골을 뽑아낸 바 있다. 이 골은 영국 '더 타임스'가 선정한 '역대 월드컵 최고의 골'에서 26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지동원은 팀 사정상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오가는 와중에도 정규리그·컵대회·FA컵에서 총 12골 6도움을 올리며 가공할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FA컵에서는 5골로 득점 선두에 올라있어 2001년 최성국(당시 19세, 고려대)에 이어 두 번째이자 K-리그 선수로서는 사상 최초인 10대 득점왕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지동원은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아 생애 첫 A대표팀에 선발됐지만, 아쉽게 출전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그런 지동원을 가리켜 얼마 전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현역 시절의 최순호 감독이 떠오른다."라며 "최순호 감독은 장신이면서도 정말 영리하게 볼을 찼고 드리블, 패스에도 두루 능했다. 최순호 감독만큼 성장할 재질을 갖췄다."라며 극찬한 바 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 역시 지난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지동원에 대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형 공격수로 성장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최순호 감독 본인은 지동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순호 감독은 강원과 FC서울의 K-리그 18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동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강릉에서 전남과 경기할 때 직접 봤는데, 감각은 있는 것 같다. 주시해 볼 만한 선수"라면서도 "우리 세대에서 공을 찼던 분들이 그런 평가를 내렸다면 그렇지 않겠나. 내가 많이 보지는 못해 정확히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곧바로 "신체 조건은 비슷하다."(최순호 185cm, 지동원 187cm)라고 말한 최순호 감독은 지동원이 대형 공격수로 성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덧붙였다.
"어떤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 설정이 우선이다. 앞으로 '골을 넣는 선수'가 될 것인지, '게임을 만드는 선수'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최순호 감독은 이어 "조금 예민한 얘기지만…내가 보기엔 골을 넣는 선수가 되는 것이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 주변 지도자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라며 지동원이 대형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라 말했다.
그러나 "플레이를 보면 아직 스트라이커인지, 미드필더인지 잘 모르겠다. 자신이 어떤 선수가 될 것인지 빨리 결정할수록 좋다. 그런 뒤 그에 맞게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본인은 게임 메이커에 대한 욕심도 있을지 몰라도, 그건 재능도 많고 영리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지동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동원의 어떤 점에서 대형 공격수로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였는지 묻는 말에는 "수비수 사이로 빠져 들어가는 감각이 좋다."라면서 그의 성장에 필요한 조언을 이어갔다.
"대형선수가 되려면 100미터 달리기 기준으로 11초는 뛰어야 한다. 스피드와 지구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라며 지동원이 신체 조건 못지 않는 빠르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력, 순발력, 볼 다루는 기술, 생각하는 것, 신체조건 등이 모두 잘 어우러져야 한다. 요즘 잘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뿐 아니라 흔히 말하는 '스트라이커 계보'에 이름 올리는 선수들 역시 그런 점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대기만성이라고 말하는 선수들도 원래 그런 재능을 갖추고 있던 선수들이다. 다만, 그것이 늦게 발현이 됐을 뿐"이라며 대형 공격수의 '타고난 재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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