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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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호, 허정무호와 달랐던 3가지

기사입력 2010.08.12 17:15 / 기사수정 2010.08.12 17:15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춘 시간은 적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드러내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조광래 신임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1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윤빛가람(경남 FC), 최효진(FC 서울)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고 기분좋은 출발을 보였다. 승리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내용적인 면에서 이전 대표팀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전 대표팀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색깔을 드러냈던 조광래호였다.

허정무호 주축 멤버들도 달라지게 만든 조광래표 3-4-3

이날 경기에서 조광래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선수 6명과 대표팀 경험이 일천한 신예 선수 3명 등 주전을 골고루 기용시켜 첫 경기부터 신-구 조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이전 허정무 감독이 재임했을 때와 똑같은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바로 3-4-3 전술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 3-4-2-1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조광래 감독이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 사커'형 전술로 평가받는 3-4-2-1은 조광래 감독의 핵심 카드로 거론돼 왔다. 이 전술의 핵심은 기존 포지션 파괴를 통해 11명 전원이 민첩하면서도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포지션별 움직임이 중요한 가운데서 스리백 수비 가운데 중앙 수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2명의 측면 공격수는 중앙으로 좁혀 활동하며 최전방 공격수와 스위칭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그런 반면 측면 미드필더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공수에 걸쳐 적극적인 활약을 보여야 한다.

이같은 변형 전술을 선수들이 완전하게 소화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빠르고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나이지리아보다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허정무 감독 시절 폭넓은 활동 반경을 보이며 공격 기회를 만들었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조광래 감독의 요구대로 중앙 쪽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특유의 날카로움과 부지런함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며 도움도 기록하는 수훈을 세웠다. 또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장한 이정수(알 사드) 역시 견고한 수비 능력과 함께 공격에서도 어느 정도 무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허정무 감독 시절 때보다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모처럼 미드필더로 출장한 이영표(알 힐랄)는 노장임에도 특유의 활발한 활동량과 체력을 앞세워 왼쪽 측면을 휘젓다시피 했고, '원톱' 박주영(AS 모나코) 역시 최전방에서 수비진을 흔들며 잇달아 과감한 슈팅을 선보이는 등 월드컵 때에 비해 더욱 적극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아직 경험적인 측면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신예들을 이끌어 나가는 입장이었던 월드컵 멤버들은 그렇게 월드컵이 끝난지 단 한 달 반 만에 새 감독의 새 전술에서 비교적 가능성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원터치 패스는 살아남았고 공중 패스는 줄었다

원터치로 간결하게 이어지는 패스로 공격 기회를 잇달아 만들어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허정무호 때보다 선수들은 짧고 빠르게 만들어나가는 패스플레이를 선보였고, 무작정 띄우기보다는 주변에 있는 선수들의 감각적이고 민첩한 움직임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려 했다. 이는 주로 측면을 활용해 크로스를 올려 득점 기회를 만들려 하면서 유독 공중볼에 많이 집착하는 듯 했던 허정무호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반면 무의미한 공중볼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백패스 역시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후반에 접어들면서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이에 잘 적응하지 못해 몇몇 선수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를 구사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인 것은 대단히 의미있었다. 특히 '패스 마스터'로 불리며 팀의 선제골 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인 중앙 미드필더 지역에서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패스플레이를 선보인 윤빛가람의 활약은 향후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다.

주전-비주전이 따로 없었다

허정무 감독 시절에는 주전과 비주전이 정해져있다시피 했다. 그래서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한 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조광래호의 주전, 비주전 개념은 거의 없는 듯 보였다. 그만큼 베테랑과 신예 너나 할 것 없이 고른 경기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이번 나이지리아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선수는 월드컵 멤버들이 아닌 신예 선수들이었다. 공교롭게 윤빛가람, 최효진 모두 A매치 첫 골이었으며, 윤빛가람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됐다. 그밖에도 수비수 김영권(FC 도쿄), 측면 공격수 조영철(알비렉스 니가타) 등 선발로 나선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였고, 허정무호에서 중용됐던 이승렬(FC 서울), 김보경(오이타)을 비롯해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까지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주역들이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조광래 감독의 데뷔전에서 비교적 괜찮은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기술로 무장한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 그만큼 주전, 비주전 격차도 더욱 줄어들 것이고 이 때문에 주전 경쟁도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흥미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템포와 효율적인 전략을 통해 보다 조직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인 조광래 감독.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던 허정무호의 아성을 넘어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조광래 감독, 윤빛가람 (C)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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