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02 06:55 / 기사수정 2010.08.02 06:59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그녀의 발끝에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이 살아났다. 한 골씩 터트릴 때마다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고, 세계는 그녀를 주목했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훌륭한 플레이메이커였다."라면서 그녀를 칭찬했다. 7월 한 달을 뜨겁게 만든 그녀는 바로 지소연(한양여대)이다.
지소연이 2010 FIFA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4위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국가대항전 3위에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마지막까지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이번 대회 8골을 터트리는 좋은 활약으로 실버부트와 대회 최우수선수 2위에 해당하는 실버볼을 함께 수상하는 영광도 차지했다. 이번 대회가 그야말로 '지소연을 위한 대회'라 불러도 좋았을 만큼 지소연은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개인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어내면서 여자 축구 최고 스타로 확실히 거듭났다.
득점력, 기술 모두 최고 수준...지메시, 실버볼 영예로 이어졌다
이미 15살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려 여자 축구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지소연은 꾸준한 기량 향상으로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며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특히 공격적인 면에서는 이미 성인 수준에 다다랐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국내는 물론 세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있고 과감하게 차는 슈팅 능력은 6경기에서 8골을 뽑아내는 가공할 만 한 득점력으로 이어졌다. 이는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것을 비롯해 중거리, 헤딩 슛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볼을 잡은 가운데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흔들림없이 침착하게 슈팅하는 자세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술, 심리적인 안정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보니 지소연의 슈팅은 공격력이 좋은 남자 선수들 못지 않은 느낌이 묻어났다.
다른 기술에서도 돋보이는 면이 많았다. 161cm의 단신에도 키 큰 선수들을 앞에 두고 뛰어난 발재간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감각적이고 재치있는 패스플레이는 동료 선수들에게 원활하게 연결돼 공격의 활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탄탄하게 갖춘 개인기를 바탕으로 지능적인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장점을 활용해 대담한 플레이를 펼치는 지소연에 상대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우승을 차지한 독일 선수들 역시 지소연의 빠르고 재치있는 플레이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준결승전에서 한 골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런 지소연에게 "마치 리오넬 메시와 같다"는 평이 쏟아지면서 '지메시'라는 별칭이 따라붙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실버볼의 영예도 안을 수 있었다.
꿈의 무대 미국 진출...전성기급 플레이 선보인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한 지소연에게 앞으로 남은 목표는 바로 '꿈의 무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다. 대회 기간 중에도 지소연을 향한 몇몇 구단들의 러브콜이 있기도 해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기도 했다. 본인의 의지도 있어 구체적인 계약 이야기가 오가면 성사 가능성은 높다.
만약 지소연이 해외 진출에 성공한다면 개인의 영예는 물론 한국 여자 축구 중흥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여자 축구에 확실한 '롤모델'이 되면서 남자 축구 박지성 못지 않은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큰 무대에 나가 개인 기량이 더 좋아지고, 이것이 동료 대표 선수들에게 영향을 준다면 한국 여자 축구는 보다 세련되고 더욱 깔끔한 플레이를 보여줘 더 큰 신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 이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이상의 여자 축구 붐이 조성되면서 다시 우수한 선수 자원을 확보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다. 내년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해 5년 뒤인 2015년을 기약해야 하는 지소연에 그래도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 큰 희망을 보여준 지소연. 5년 후 전성기급 플레이를 선보이고 한국 여자 축구에 또다른 꿈을 안겨다줄 수 있을 지 앞으로의 행보를 꾸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지소연 (C)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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