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이준목 기자] 유도훈표 KT&G호가 시작부터 어려운 항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한중올스타전 휴식기동안 KT&G의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되어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은, 부임 이후 2연패의 수렁에서 빠지며 아직 첫 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특히 지난 4일 대구 오리온스와의 홈 데뷔전에서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무려 29점차의 대패를 당하며 홈팬들앞에서 그야말로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했다. 시즌 중반까지 창원 LG의 코치로 활약하다가 갑작스럽게 새로운 팀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며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것.
KT&G는 5일 현재 16승21패로 8위에 처져있다. PO진출 커트라인인 6위 원주 동부와는 아직 1.5게임차. 턱밑에서 추격해오고있는 9위 서울 SK와는 반게임차에 지나지 않는다. 팀은 유감독 부임직전인 4라운드 막판 3연승의 상승세를 타던 중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2연패를 당하며 중위권 진입의 기회를 놓쳤다. 초보 감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KT&G 팬들은 5라운드들어 부진한 경기내용에 대하여 유감독의 전술 부재를 성토하고 나섰다. 시즌중 선전하던 김상식 대행을 다시 코치로 물러앉히고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는 무리수를 두었음에도 이렇다할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오리온스전에서 대패를 당하는 동안 경기흐름을 적절히 끊지못한 유감독의 전술적 색깔이 불분명하고 선수 파악도 아직 제대로 안된게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었다.
사실 유감독에게 당장 어떤 결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유감독은 선택할수 있는 폭이 좁다. 어느덧 용병 교체 마감 시한도 지났고 시즌은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기존 팀컬러와 선수들을 끌어안고 남은 정규시즌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아직 PO경쟁이 결판나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굳이 구단 프런트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유감독을 영입한 것을 두고, 다루기 쉬운 젊은 지도자을 영입하여 희생양으로 만들려는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일어나기도 했다.
KT&G는 올해 1/3분기 별로 사령탑이 바뀌고 있다. 2라운드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김동광 감독이 경질된 이후, 김상식 코치가 4라운드까지 대행 역할을 수행하며 팀을 이끌어왔고, 이제 남은 5,6라운드를 유감독 체제로 끌고가야만 한다.
여기서 사령탑은 계속 바뀌었지만 정작 선수구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웨슬리 윌슨을 주니어 버로로 교체한 것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트레이드나 전력 보강이 거의 없었다. 단테 존스나 주희정, 양희승같은 수준급 선수들이 있다고 하지만 주전과 벤치의 격차가 큰 지금의 KT&G는 선수층이 그리 두터운 팀이 아니다. 유감독으로서는 성급한 변화나 실험을 추진할 시간도, 여력도 없다. 올시즌 KT&G의 최종성적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몰라도 최소한 유감독에게 책임을 물을수는 없는 이유다.
유감독은 지도자로서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팀을 맡았다. 같은 팀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승격된 것도 아니고, 다른 팀 코칭스태프에서 넘어온 이방인의 이미지가 있는 유감독으로서는 주위의 편견과 의심의 시선을 스스로의 지도력으로 극복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있다. 현역시절 당시 최단신 선수(174cm)였음에도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개발을 통하여 ‘작은 탱크’라는 별명으로 코트를 누볐던 것처럼, 유감독이 다시 한번 편견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성공한 젊은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한명석 기자>
이준목